[취업 新풍속도] ‘입시’ 전쟁 말고 ‘입사’ 전쟁

퀵서비스 이용해 시험장 이동하고, 종이접기 연습까지


교문 앞에서 입실하는 학생의 손을 잡고 기도하는 어머니, 시험 시간에 늦을까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학생. 수능 날에나 볼 법한 풍경을 이제는 ‘인적성검사’ 때도 볼 수 있게 됐다. 취업난이 심해지며 취준생에게는 서류 전형도, 인적성 시험도, 면접도 ‘목숨 걸고’ 덤벼야하는 과정이 됐다.


‘입시’ 전쟁에서 승리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4년 만에 다시 또 전쟁터에 나가게 됐다. 이번에는 ‘입사’ 전쟁이다. 특히 대부분의 대기업이 입사 시험의 일종인 ‘인적성검사’를 진행하다보니 그와 관련해 전에 없던 진풍경도 생겨나고 있다.



인적성 준비하려 종이접기 연습까지


[취업 新풍속도] ‘입시’ 전쟁 말고 ‘입사’ 전쟁,  퀵서비스 이용해 시험장 이동하고 종이접기 연습까지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의 인적성검사인 GSAT에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 중 하나는 시각적사고다. 삼성은 직관적 사고력, 공간 조작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시각적사고 영역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시각적사고 영역에서 학생들을 가장 난감하게 하는 것은 ‘펀칭’과 ‘종이접기’ 문제다. 여러 차례 접은 종이를 펀칭으로 뚫거나 가위로 자른 뒤 만들어지는 구멍을 찾는 등의 ‘펀칭’ 문제와 보기에 나온 순서대로 종이를 접었을 때의 모양을 찾는 ‘종이접기’ 문제는 많은 학생들이 좌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시각적사고는 단기간의 공부보다는 감각이 필요한 부분이라 아무리 문제집을 풀어도 점수가 나오지 않아 취준생들에게 더욱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색종이를 구입해 종이접기를 연습하고, 펀칭을 따라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문제집의 해설을 보아도 이해가 어려워 직접 순서대로 종이를 접어가며 연습하는 것이다. 취준생들 사이에는 ‘100번쯤 접어보면 감이 오지 않겠냐’, ‘종이접기가 낫냐,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낫냐’ 등 다양한 문제 풀이 방식에 대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직접 종이접기를 연습해봤다는 취준생 A씨는 “인적성을 준비하며 실제로 종이접기를 했는데, 하면서도 ‘이게 대체 직무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퀵서비스 이용해 인적성 하루 두 탕


Cyclist in big city background,
Cyclist in big city background,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아침 날씨 예보를 마치고 아나운서 시험을 위해 퀵서비스를 부른 표나리를 기억하는지. 물론 조정석이 끌고 온(?) 헬기를 이용해 퀵서비스를 취소하긴 했지만 말이다. 표나리가 시험 응시를 위해 퀵서비스를 부르는 장면에 무릎을 탁 친 취준생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인적성날, 퀵서비스를 부르면 되겠구나!’


대부분의 대기업은 주말 중 인적성검사를 치른다. 올 하반기 첫 인적성검사가 시작된 지난 8일에도 LG, KT, 이랜드 등의 기업이 동시에 시험을 치렀다. 오는 15일에도 포스코, 코오롱, 효성, 삼양 등의 기업 인적성 검사가 겹쳐있다.


인적성검사를 치르지 않으면 면접 전형으로 갈 기회가 사라진다. 그러니 기분 좋게 여러 개 기업의 서류 전형을 패스했다고 해도 같은 날 시험이 겹쳐버리면 한 곳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포기해야한다.


하지만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허무하게 기회를 날려버리고 싶을까. 보통은 오전 중 시험을 시작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지방 학생들을 고려해 오전/오후로 나눠 시험을 보는 기업도 있다. 운 좋게 하루에 오전, 오후 각각 다른 기업의 인적성 기회를 얻은 학생 중 일부는 퀵서비스를 이용해 움직이기도 한다.


취준생 B씨의 경우, 오는 15일 효성과 코오롱의 시험이 겹쳤는데 효성 그룹 인적성이 끝난 뒤 퀵서비스를 이용해 코오롱 시험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효성은 오전 중 인적성검사를 시작해 11시 50분에 종료하고, 코오롱은 12시 40분까지 입실이다. 마포구 염리동에서 뚝섬으로 이동해야하는데 차로 이동해도 30분이 걸리는 거리다보니 빠른 이동을 위해 퀵서비스를 신청한 것. 그는 “이동 비용은 7만원”이라며 “쉽게 잡은 기회를 날릴 수 없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