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로션만 바르던 흔한男, 화장품 ‘1’만 알던 女

우리가 로레알인턴이 된 비결은?

로레알 공모전 ‘브랜드스톰’ 노리는 것도 방법

로레알코리아 인턴 4인 인터뷰


잠시라도 뷰티 마케팅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는 말이 있다. “뷰티업계 정말 빠르다”다. 어떤 분야보다도 변화가 급격해 따라가기만도 벅차다는 게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업무 고충이다.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관용어 아닌 관용어는 바로 뷰티산업을 두고 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8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아셈타워 31층 로레알 본사에서 네 명의 로레알 인턴사원을 만났다. 이들은 학생 딱지를 채 떼기도 전에 현장을 뛰어 다니며 살아있는 뷰티를 체험했다. 덧붙여, 졸업 후의 진로에도 확신을 줬다는 게 네 명이 입을 모아 말한 두 달간의 로레알 인턴십 소감이다.


특별히, 이번 인터뷰에서는 로레알에 관심이 높은 세 명의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가 직접 지휘봉을 잡고 선배에게 질문을 던졌다.


* 로레알코리아

랑콤·키엘·비오템·슈에무라·입생로랑·메이블린… 알만한 사람은 아는 이들 화장품 이름은 모두 외국계 뷰티업체 로레알의 브랜드다. 한국법인 로레알코리아는 매년 2회 20명 안팎의 인턴을 채용한다. 당장 10월에도 동계인턴 선발을 앞두고 있다.



틴트도 모르던 흔한男, 화장품 ‘1’만 알던女… 우리가 로레알인턴이 된 비결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의 로레알 본사에서 만난 네 명의 인턴사원들. 왼쪽부터 김자영, 이승현,

조경현, 박경은 씨. 사진=이승재 기자


[인턴 4인 프로필]

이승현

1991년생

고려대 사회학 4학년

시판사업부 신사업개발 인턴


김자영

1993년생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 4학년

병원?약국사업부 마케팅 인턴


조경현

1992년생

한국외대 국제통상학 4학년

헤어살롱사업부 세일즈 인턴


박경은

1992년생

연세대 경제학 4학년

헤어살롱사업부 디지털 인턴


외국계 기업 인턴은 조금 막연해 보여요.

어떻게 로레알코리아의 인턴이 됐나요?


이승현(이하 승현) 학교에서 마케팅 학회원으로 활동하다가 로레알이 주최하는 공모전인 ‘브랜드스톰’에 지원한 게 시작이었어요. 최종 2위를 한 덕에 인사부로부터 제의를 받아 인턴이 됐습니다.(2위 수상비결이 있다면?) 팀원 세 명 중 두 명이 남성이어서 불리할 수 있었지만 대신 남성이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을 제시했어요. 예를 들면, 여성에게는 당연한 스킨-로션-에센스 등 절차(?)를 다른 눈으로 봤다랄까요.


김자영(이하 자영) 저도 브랜드스톰에서 3위를 했어요. 당시 3~4위는 합숙면접이라는 절차가 하나 더 치러야 했는데 여기에서 합격했죠.


박경은(이하 경은) 저도 브랜드스톰 덕에 인턴을 시작했습니다.


조경현(이하 경현) 이중에서는 저만 일반 전형 출신이네요. 저 역시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어요. 1차에 영어 자기소개 영상을 제출해야 했는데 무조건 솔직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어요. 표정 하나하나에도 당당함이 묻어나게 표현했죠.


원래부터 뷰티업계에 관심이 많았나요?


승현 전 스킨로션만 바르는 흔한 남자였어요. 브랜드스톰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공부하게 된 거죠. 그래도 이제 립스틱과 틴트 정도는 자신있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웃음).


자영 뷰티보다는 마케팅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전통문화교육이나 업사이클링 인테리어 소품 등 여러 분야에서 실제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은 ‘뷰티’로 업종이 바뀐 거죠.


경은 소비자 입장이긴 했지만 화장품을 매우 좋아했어요. 대학 입학직후 뷰티 브랜드 학생홍보대사와 서포터즈로도 활동했습니다.


경현 평소 뷰티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면서 뷰티 산업을 주의 깊게 살펴봤습니다.



틴트도 모르던 흔한男, 화장품 ‘1’만 알던女… 우리가 로레알인턴이 된 비결은?

네 명의 로레알 인턴이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들(왼쪽)과 로레알 입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승현 메이블린 리테일숍 운영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현장 조사를 나가 주변 상권을 분석하고 매장에서 직접 일하기도 합니다.


경현 로레알프로페셔널파리제품의 key Account팀에서 강원도의 시장성을 파악하는 일을 합니다. 지역 및 두발미용산업의 특성, 브랜드 인지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고객이나 미용실 원장님 등을 만나고 있습니다. 벌써 100개가 넘는 미용실을 다녀왔네요.


경은 ‘살롱 협업 프로젝트의 디지털 전략’이라는 프로젝트를 맡고 있습니다. 살롱 대상 B2B에서 최근 B2C로 고객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공식 온라인몰, SNS관리 및 바이럴, 영상 촬영, PR 등 다양한 일을 합니다.


자영 라로제슈포제 브랜드가 내년에 출시하는 클렌징 워터 마케팅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성공한 경쟁사 브랜드나 소비자선호도 1위로 뽑힌 광고문구 등도 열심히 분석합니다. 또 번화가의 드러그스토어에서 필드매니저와 함께 일하며 프로모션이나 제품 배치 등을 직접 보고 느끼는 중입니다. 가깝게는 친구들과의 대화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기도 해요.


두 달 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승현 인턴 근무 3일째 되던 날, 인터넷으로만 정보를 찾으려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조심스럽게 담당 부장님께 ‘밖에 나가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걸 왜 이제야 말하냐’며 오히려 나무라셨어요. 비록 인턴이지만 저를 많이 믿어주시는 것 같았죠.


경은 최근 SNS용 제품 홍보영상 헤어모델로 출연한 적이 있어요. 얼굴 전체가 나온 건 아니지만 팀 성과에 작게라도 기여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자영 인턴임에도 소비자 간담회(FGD) 참석 기회를 얻었어요. 마케터로서 실제 소비자의 속마음을 듣는다는 게 신기했죠.


경현 강원도 춘천 명동에 현장조사를 나갔을 때였어요.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는데 조사차 인사를 나눴던 미용실 원장님이 직접 우산을 쥐어주셨어요. (세일즈는 현장에서의 어려움도 많을 것 같아요) 전 스스로 타고난 영업맨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실제로 일 해보니 고객의 마음을 얻는다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특히 요즘같은 날씨엔 밖을 다닌다는 것 자체가 어려움이에요. 그래도 계속 찾아가고 노력한 덕에 신규 거래처 두 곳을 뚫었습니다.


인턴이 끝나기 전, ‘이건 꼭 해보고 싶다’라는 게 있다면?


자영 최종 PT 때 제안할 아이디어를 이후 올리브영에서 제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경현 제 덕에 로레알이 강원도 지역에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승현 앞의 내용은 기본이고요(웃음), 사수인 제 담당 부장님의 기억에 오래 남는 인턴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있다면?) 주말에도 채팅을 해요. 최근엔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주고받았죠. 부장님이 먼저 말을 걸어오실 때도 있고요.


인턴십 후의 진로가 궁금합니다.


승현 제 유일한 꿈은 마케터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외국계 IT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이번 인턴실습을 통해 외국계의 조직문화는 물론 소비재 산업의 마케팅 전략을 익힌 덕에 꿈에 완전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마지막 남은 최종PT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스카웃하고 싶은 인재로 도약하는 게 목표입니다.


자영 예비마케터에게 소비재 기업의 근무경험은 정말 소중해요. 특히 뷰티업계는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한 듯합니다. 앞으로 더모코스메틱(Dermocosmetic?피부질환 치료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을 담당하며 미세먼지를 비롯해 점점 열악해지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피부 건강을 책임지는 제품을 마케팅해보고 싶습니다.


경현 저 역시 마케터가 되고 싶은데 이번 현장에서의 경험이 분명 마케팅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 믿습니다.


경은 원래 뷰티업계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인턴을 통해 구체적인 직무와 브랜드까지 결정하게 됐습니다. 졸업 후 꼭 로레알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