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좋아서


바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유혜영 디자이너가 데이즈데이즈의 두 번째 컬렉션을 공개했다. 자연과 모험, 건강을 추구하는 스윔웨어. 그야말로 그녀의 취향을 가득 담았다.


데이즈데이즈 유혜영 디자이너


“일상과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어요. 여행이나 모험은 1년에 한 번 휴가 때만 떠나는 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어요. 제가 만든 옷을 보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서핑과 바다, 여행을 좋아하는 유혜영 디자이너가 지난해 비치·스윔웨어 브랜드 데이즈데이즈(Daze Dayz)를 론칭했다. 올해는 데이즈데이즈의 색깔이 더 뚜렷해졌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그의 모험가적 정신이 디자인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데이즈데이즈의 콘셉트와 철학을 소개해달라.

철학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는 그렇지만, 데이즈데이즈는 자연과 모험, 건강을 추구한다. 단지 허구만 좇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도전하는 여행자의 삶이랄까.


이번 시즌 테마는 무엇인가?

‘Road to the sea, 바다로 향하는 길’이다. 햇빛이 드리워진 오후 친구와 계획 없이 떠나는 로드트립을 모티프로 했다. 바다로 가는 길에 낮잠도 자고, 어디선가 캠핑도 하고, 수영도 하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 낭만이 있는 로드트립을 콘셉트로 잡았다.


이번 시즌 래시가드보다 원피스 수영복이나 비키니가 눈에 띈다.

비키니도 많고 래시가드 비트윈 아이템인 크롭 트 톱이 많다. 내가 추구하고 좋아하는 쪽은 래시가드가 아니라 스윔웨어다. 스윔웨어 안에 래시가드가 포함된다. 작년에는 트렌드가 래시가드다 보니 그쪽이 더 부각됐다면 올해는 스윔웨어 쪽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디자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본연의 기능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물속에서 입었을 때 편안한지, 맨살에 닿았을 때 불편함은 없는지 등이다. 그다음에 디자인과 컬러를 생각한다. 꽂혀 있는 테마에 따라 그때그때 디자인이 바뀐다.


데이즈데이즈 유혜영 디자이너


화려한 패턴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다.

레트로를 좋아한다. 작년과 올해의 디자인과 패턴은 바뀌었지만, 그 베이스에는 레트로가 깔려 있다. 지난해에는 1960년대 모노크롬 시크에서 영감을 받아 블랙 앤 화이트 컬러나 볼드한 스트라이프, 도트 무늬, 하이넥 톱과 하이웨이스트 보텀을 선보였다. 올해는 1970년대 보헤미안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페이즐리 무늬나 모로칸 패턴을 주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스윔웨어 디자인도 좀 더 과감해졌다.

각인이란 게 중요하다. 무난한 것도 있고 웨어러블한 것도 있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주려면 과감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디자인을 할 때나 평소에 스타일링할 때 레트로를 많이 활용한다. 빈티지나 옛날 사진, 1960~1970년대 잡지를 사 모은다. 시대별로 혹은 콘셉트별로 나눠놓기도 한다.


디자인한 것들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너무 사랑했지만 내게 큰 타격을 입힌 뜨거운 감자 같은 아이템이 있다. 엉덩이가 깊게 파인 치키(Cheeky) 보텀이다. 작년에 론칭했을 때 SNS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국내 시장에 다소 생소한 디자인 입기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슈가 됐다. 실제로 외국 서퍼들은 치키 보텀을 좋아한다.


데이즈데이즈 유혜영 디자이너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부터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볍게 얘기하면 그땐 야근하거나 주말에 일하는 게 달갑지 않았다. 지금은 애착을 가지고 일하니 야근을 해도 즐겁고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된다. 서핑하고 수영하는 게 좋아서 시작했기 때문에 일과 놀이의 경계가 없어졌다. 최근 부산에서 개최된 서핑대회 기간 동안 부스로 참여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부산까지 운전을 하더라도 힘든 것에 불평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즐거웠다.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작년에 데이즈데이즈를 처음 시작할 때는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혼자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주변 친구들이 직원 이상으로 도와준 덕분이다. 일도 일이지만 나에게 이런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됐다.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하게 했다.

어떤 인물이나 특정 브랜드와 작업하면 더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올해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패셔너블한 DJ 페기 골드(Peggy Gould)와 컬래버레이션한 관능적인 스윔웨어 라인을 선보였다. 서프 아티스트 박솔잎과 함께 만든 비치웨어인 티셔츠 라인도 있다. 브랜드 비이커(Beaker), 어라운드더코너(Around the corner)와 컬래버레이션한 여름 컬렉션 라인도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왁티(Wagti)라는 회사와 도심에서 즐기는 바캉스 파티를 계획 중이다.


데이즈데이즈만의 스타일로 서머 스타일링을 제안한다면?

비치와 비치 라이프가 녹아든 스타일을 제안하고 싶다. 이번 룩북을 보면 수영복만 찍은 게 아니라 워커 부츠나 데님 팬츠, 카디건과 스타일링했다. 콕 짚어 말하면 하이넥 톱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를 하다가 하이웨이스트 데님 팬츠와 로브를 걸치고 모자를 쓴 비치웨어 스타일링을 제안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지금 스윔웨어에 다가갔다면 그다음은 퍼포먼스 스윔웨어를 선보이고 싶다. 서핑이나 수영 에 맞는 아이템을 개발해 다른 컬렉션을 진행하는 거다. 먼 미래에는 데이즈데이즈의 컬처를 팔고 싶다. 어떤 공간을 만들어 슈퍼푸드 슬러시도 팔고, 수영복도 팔고, 컬처 관련 아이템을 전시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내 미래를 확신하진 않지만 지금의 과정 자체가 정말 즐겁고 의미 있다. 결과의 성패 여부를 떠나 지금을 의미 있게 기억하고 싶다.



PROFILE

유혜영

1983년생

건국대 의상학과 졸업

현 데이즈데이즈 대표



이진이 기자 zinysoul@hankyung.com

사진 지연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