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외국계 금융권 인턴의 하루


금융권 취직을 희망하는 와세다대 3학년 A씨. 운이 좋게도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와 외국계 은행에서 6주간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게 됐다. 뜨거운 여름, 인턴사원으로서의 그의 하루를 따라가 보자. 기사는 A씨의 일기 형식으로 구성했다.


오전 8:40 출근


정식 출근 시간은 9시. 하지만 내가 속한 부서 분들은 8시 30분이면 모두 출근하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 30분 일찍 출근할 수밖에 없다.


출근하자마자 부서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웃는 얼굴로 아침 인사를 한다. 인턴으로 일 한지 벌써 한 달이 넘은 지금, 구두와 넥타이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오전 시간은 인턴 기간 동안 맡게 된 미니 프로젝트에 시간을 쏟는다. 내가 속한 부서 관련 분야의 경쟁사들을 분석하는 일이다.


학교 다닐 때 경쟁사 분석은 자주 해봤던 터라 제법 수월하게 진행 할 수 있다.


오전 11:50 점심시간


오늘은 부장님과 옆 부서 인턴사원과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다. 부장님은 항상 인자하고 자상하지만, 처음 부장님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라 그런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가끔씩 침묵이 이어지면 나도 모르게 불안해진다. 어떤 질문을 할지 머릿속으로 열심히 떠올려본다. 밥 먹으랴, 부장님 말씀에 경청하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오후 13:00 업무


오후 업무 시간. 점심 식사 후라서 그런지 나른하고 시간도 더디게 흐른다. 오전에 엑셀에 정리해 놓았던 경쟁사들의 기본 정보를 PPT에 옮긴다. 차장님이 지금까지 리서치 진행 상황에 대해 잠시 피드백을 해주기로 했다.


몇 가지 빠진 경쟁사와 각 회사에 관한 정보를 좀 더 자세하게 추가하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알겠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한 후 바로 자리로 돌아와 피드백 내용을 포스트잇에 적는다.


역시 학교와 회사는 다르다는 걸 또 한 번 느낀다.


오후 15:00 휴식 시간


오후 3시쯤 되면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인턴들과 함께 3층 휴게실에서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다. 가위바위보 내기에서 져서 내가 음료수를 샀다.


눈치 보이는 부서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 동료 인턴들과 각자 회사 생활에 대해 즐겁게 얘기하고 있는데 마침 그때 익숙한 얼굴이 휴게실로 들어선다.


같은 부서 과장님과 차장님. 나도 모르게 민망해지는 순간이다. 일단은 깍듯이 인사를 드린다. 평소 같았으면 십분 정도 더 있었을 텐데, 빨리 각자의 부서로 돌아가자고 동료 인턴들을 재촉한다.


오후 18:00 퇴근


드디어 온종일 기다리던 퇴근 시간이다. 다른 인턴들과 맥주 한 캔씩을 사 들고 청계천으로 향한다. 그리고 시원한 청계천 물에 발을 담그고 또다시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평소 같았으면 주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갈 텐데, 오늘따라 진로에 관한 무게있는 이야기가 오고간다. 다른 인턴들은 각자 일하고 있는 부서와 관련된 분야에서 계속해서 일하고 싶어한다. 과연 나도 그럴까. 미래에 대한 더 깊어지는 고민은 잠시 청계천 물과 함께 흘려보내기로 한다.


박지혜(고려대 4) 대학생기자 xhsl19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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