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레터] 면접관 후기

우종국 취재편집부장


[에디터스 레터] 면접관 후기


7월 중순 면접을 위해 대구를 다녀왔습니다. 이직이라도 하려는 거냐고요? 면접자(interviewee)가 아니라 면접관(interviewer)으로 간 것입니다. 어떤 기업의 대학생 서포터즈를 선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캠퍼스 잡앤조이> 인턴기자 채용을 위해 면접을 해 본 적은 있지만, 외부 업체의 의뢰를 받고 면접관으로 참여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니만큼 의뢰한 회사의 규칙을 준수해야 하고, 또 의뢰한 회사측 면접관도 함께 면접을 진행하므로 약간 긴장됐습니다. (네, 면접관도 긴장합니다.)


면접 방식은 지원자 7명이 한 조를 이뤄 8번에 나눠 하는 것이었습니다. 네 시간에 걸쳐 50명 넘게 면접을 보는 것도 꽤나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시간 엄수를 못하고 조마다 5분씩 초과되다 보니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고 계속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마지막 조에 이르렀을 때 저는 지치지만 지원자들은 저를 처음 보는 것이니, 저도 처음 지원자를 맞을 때처럼 생생한 기분을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여러 지원자들의 면접을 진행해 보니 면접자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가 조금 보이더군요. 우선 목소리가 크고 명확해야 합니다. 일부러 샤우팅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일부 여학생들은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면접관이 “조금만 더 크게 얘기해 줄래요”라고 계속 말해야 했습니다. 자신감도 없어 보이고 ‘저 친구와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로, 사진과 얼굴이 어느 정도는 매칭이 돼야 합니다. 사진을 보니 미남·미녀가 아닌 사람이 없더군요. 왜 지원서에서 사진을 없애는 기업이 많아지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뽀샵’이 너무 심하다 보니 이제 사진이 제대로 된 정보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진과 실물이 매칭이 돼야 하는 이유는, 면접관은 채점표의 모든 항목을 한 번에 기입하지 못하고, 현장에선 합격·불합격·보류 정도로 마음의 결정을 내린 뒤 나중에 채점표의 세부 내용을 채우기 때문입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지원자를 면접하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면접이 다 끝나고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면접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최종 채점표를 완성합니다. 그런데, 지원서의 사진을 보면 ‘아, 걔’라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였지’라고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억이 안 나는 사람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겠지요.


셋째, 눈에 띄려고 특이한 것을 준비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었습니다. 자신을 홍보하는 문구를 종이로 오려붙인 정성은 알겠지만, 면접관의 눈에는 그리 대단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질문에 대해 자신감 있는 태도로 명쾌한 답변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점수를 줬습니다. 오히려 구호를 외치거나 보드를 준비하는 것은 ‘그런 거라도 내세워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이상 면접관의 입장에서 본 면접 팁이었습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