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년 사업’ 고용디딤돌, 반 년째

KT·한전 등 1차 선발 완료

고졸·초대졸 대상 현장직에만 쏠렸다는 지적도



18일 서울 압구정동 압구정고등학교에서 삼성 대졸 신입 공채 시험인 GSAT를 마친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5.10.18
18일 서울 압구정동 압구정고등학교에서 삼성 대졸 신입 공채 시험인 GSAT를 마친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5.10.18



고용디딤돌 시행 반년째, 일자리의 질적 검증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고용디딤돌을 도입한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그 사이, 첫 회 4개였던 참여기업은 현재 대기업에 공기업까지 더해 33곳으로 불어났다. 선발 인원도 대폭 늘었다. 삼성, 롯데 등 대기업이 8000여 명을, 한국전력공사, 발전5개사 등이 1000여명을 뽑는 등 지금까지 계획된 선발인원만 9400명이다.


하지만 불어난 규모만큼 일자리의 질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업 초반 대기업이 아닌 협력사 채용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차례 후폭풍이 분 데 이어 이번에는 직무 자체가 영업, 상담 등 현장직에 쏠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 있던 일자리에 고용디딤돌이라는 이름만 덧입힌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KT·LG화학 등 대기업 참여… 한전도 190명 선발


고용디딤돌은 기업이 청년구직자에게 직무 교육을 해주고 인턴실습을 거쳐 채용까지 하도록 하는 정부 프로그램이다. 월 평균 50만원의 실습비를 지급한다.


KT는 지난 5월 ‘퓨처스타’라는 이름의 고용디딤돌 교육생을 뽑았다. 이들은 교육 수료 후 kt m&s, kt service, kt cs/is 등 그룹사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직무별로 영업 및 매장관리, 정보통신 개통 A/S 네트워크 컨설팅, 유/무선 고객상담을 맡는다.


한국전력도 지난 4월 중순에 고용디딤돌을 채용했다. 현재 5월 중순부터 직무교육과 인턴실습에 들어간 상태다. 29개 협력사가 총 190명을 뽑았다. 이 기업은 올 9월, 190명을 추가로 선발한다. 한국남부, 동부, 서부, 중부 발전 4사도 합류했다. 이들 기업은 올해 사별로 30명씩 총 120명을 선발한다. 한국석유공사는 7월 4일 본격 교육을 실시한다. 이번 채용인원은 30명이다.


LG화학은 지난 6월 17일까지 서류를 접수받고 고용디딤돌 교육생 30명을 채용 중이다. 기본적으로는 채용 비연계 과정이나 우수교육생의 경우 협력사에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팅 멤버였던 삼성과 현대차, SK그룹 역시 상반기 교육생을 선발했다. 삼성그룹은 6월 초, 벌써 3차 교육생 채용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마사회도 교육생을 뽑았다.


알고 보니 현장직 위주… 대졸자를 위한 일자리는 어디에


하지만 이들 일자리가 실제 구직자들에게 얼마나 실효성이 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당초 고용디딤돌에 큰 기대를 했던 4년제 대졸자들 사이에서 아쉬움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합격했는데 교육을 받을지 고민이다” “면접 보러 오라는데 이상하게 찝찝하다”라는 등 프로그램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우선 직무가 너무 현장직에 쏠려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KT는 고용디딤돌을 통해 영업 및 매장관리, 정보통신 개통 A/S 네트워크 컨설팅, 유/무선 고객상담 세 가지 직무를 채용한다. 이들 세 가지 직무는 기존에도 고졸자 이상을 대상으로 수시로 채용해왔다.



'강소기업채용박람회'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구직자들이 취업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강소기업채용박람회'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구직자들이 취업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삼성 역시 유통경영 부문의 교육생은 실습 기간 삼성디지털프라자의 매장에서 직접 고객을 응대하게 된다. 별도의 인턴과정은 없다. 정규직 전환도 불가능하다. 한 달간 직무교육을 받은 뒤, 삼성직영점에서 다시 한 달 동안 실습을 하면 모든 교육이 끝난다. 롯데그룹도 5개 직무 중 3개는 고졸 및 초대졸만 채용한다.


기존 교육프로그램을 그대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고용디딤돌은 예전부터 운영하던 기술연수생의 다른 이름이다. 그룹은 그동안에도 3개월마다 기술연수생을 선발해 교육비를 지급하고 협력업체 취업을 연결해왔다. 즉,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 것은 아니다.


최근엔 협력기업이 중간에 참여를 포기하는 일도 발생했다. 올 6월, 삼성이 3차 고용디딤돌 모집하는 과정에서 일부 협력사가 면접 전 갑자기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 해당 기업에 포기 사유를 묻자 “신청 직후 갑작스럽게 해당 인력이 충원되면서 선발 필요성이 없어졌다”라고 답했다.


고용디딤돌은 크게 직무교육과 현장인턴실습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뉘는데 이 경우 지원자는 직무교육만 받을 수 있다. 인턴실습을 하지 않아도 기존 교육비를 전액 지급하겠다는 게 프로그램 대행사 측 설명이지만 인턴을 희망하고 지원했던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실망감 섞인 목소리도 크다. 한 지원자는 “면접 전날 갑자기 취소 연락이 와서 당황스러웠다”라며 “예상치 못한 일이라 면접의지가 꺾여버렸다”라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