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 진격의 신입사원 패기 ‘오덕후의 밤’

CJ오쇼핑의 오!덕후의 밤을 제작 총괄한 주인공들. 사진은 좌측으로 한재성 PD, 장인정PD, 문찬호 MD.

사진=이승재 기자


지난 4월말 어둠이 내려앉은 야심한 새벽 2시. 카랑카랑한 쇼호스트의 목소리가 ‘덕후’들의 새벽잠을 깨운다. 좀비처럼 일어난 덕후들은 CJ오쇼핑 ‘오덕후의 밤’ 이라는 프로그램에 눈을 떼지 못한다.

이날 방송에서는 미국 마블사의 슈퍼히어로 캐릭터인 ‘캡틴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토르’ 등의 피규어가 덕심을 자극했다. MD가 준비한 물량이 거의 매진되는 등 판매량도 늘어났다. 이 방송이 피규어 매니아들의 덕심을 제대로 겨냥한 것이다.

‘오덕후의 밤’이 전파를 타기까지 물밑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이들이 있다. 바로 오쇼핑의 신입사원인 한재성PD,장인정PD와 문찬호 MD다.

이들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라는 영업본부의 ‘특명’을 받고 불철주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신입 삼총사의 두 번째 방송인 5월 23일에는 ‘드론’도 띄웠다. 이번엔 드론 덕후들이 움직여줬다. 이날도 제품이 거의 동났다.

‘미생’의 한계를 벗고 ‘대마’를 움켜쥔 겁 없는 신입 삼총사를 만나 그들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오덕후의 밤 프로그램을 현재까지 두 차례 진행했다. 어떤 변화가 생겼나.


한재성PD(이하 한PD) 신입사원들이 모여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지만, 첫 방송 후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방송을 보고 선배들이 격려를 많이 해 주신다.

문찬호MD(이하 문MD) 쇼호스트부터 카메라감독까지 전 멤버가 신입사원들로 꾸려진 팀이다 보니 팀워크가 좋았다. 홈쇼핑에 필요한 방송운영, 자료화면, 마케팅방안 등 모든 구성 요소가 우리만의 아이디어였기에 각자의 직무 경계 없는 자유로운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문MD 첫 방송 할 때 피규어를 판매하는 기업을 찾는 게 어려웠다. 피규어는 인터넷으로 활발히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홈쇼핑 채널로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50군데 업체를 찾아다녔고, 그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우리가 원하는 상품들(극 매니아적 상품)의 경우 한정판매 또는 한정생산과 같은 특정 매니아 대상 상품이었기 때문에 상품 소싱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 또한 홈쇼핑에서 주로 다루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협력사를 찾는 것 조차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이었다.

장인정(이하 장PD) 우리의 상품을 최대한 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는데 노력했다. “홈쇼핑에서도 저런 것도 하는구나,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차별화를 위해 기존 홈쇼핑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연출과 카메라 장비들을 이용했다.



CJ오쇼핑, 진격의 신입사원 패기 ‘오덕후의 밤’


판매실적을 공개할 수 있나.


한PD 피규어의 경우 300만원이 넘는 ‘아이언맨 마크44’를 비롯해 제품의 평균 가격이 약 110만원 정도였다. 최고가 제품이 경우 매진됐고, 한정수량으로 준비한 제품 33개 중 22개 팔렸다. 새벽 2시에 진행된 생방송임을 고려하면 매우 고무적인 숫자다. 이것은 이 시간대를 기다려 우리가 준비한 상품을 사고자하는 고객들의 ‘목적 구매’가 이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MD 두 번째 방송이었던 드론’의 경우 평균 50만원 이상을 호가하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나 매니아 층에서 구입한다고 알려졌으나 방송시간 동안 21개나 팔았다. 특히 최고가의 패밀리팩이 7개 팔렸다는 것도 놀라웠다.

장PD (맞장구치며) 드론의 특성 상 오프라인 매장으로 대표되는 백화점의 경우 한 달 판매량이 약 10대가 안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1시간 방송에 21개를 판매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3차 방송은 무엇이며 언제쯤인가.


장PD 힘들게 희소성 있는 덕후 상품을 구해왔다 해도 기존의 홈쇼핑에선 못 보던, 차별화된 방송을 만들기 위해 완성도 측면에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3차 방송은 6월 23일 새벽 2시 NC다이노스 야구단 선수사인 유니폼, 티켓, 야구 용품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현재 프로그램을 3주 간격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격주로 진행해서 좀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

향후 계획 및 목표는.


문MD 홈쇼핑 최초로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기부로 연결되는 방송을 해보고 싶다. 창업안내, 취업직무 소개 등으로 홈쇼핑 채널도 공익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한PD 덕후의 성지라고 알려진 일본에 가서 세밀한 시장조사를 하고 싶다. 일단 ‘오덕후의 밤’ 시즌 1은 10회 방송이 목표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일본 시장조사 등을 통해 더욱 덕심을 자극할만한 시즌 2를 제작하고 싶다.



CJ오쇼핑, 진격의 신입사원 패기 ‘오덕후의 밤’



홈쇼핑 업계를 지망하는 후배들에 입사 팁을 주자면.


장PD 토익점수보다는 토스(토익스피킹) 점수가 더 중요하다. 자기소개서에 본인만의 스토리를 녹여내는 것이 좋다.

한PD 회계학과 출신이기 때문에 숫자를 잘 보는 홈쇼핑PD가 될 것이라는 점을 어필했다. 스스로의 장점이나 특성을 극대화 하는 게 유리하다.

문MD 배낭여행을 하면서 사람들과 폭넓게 소통한 경험을 협력사, 방송제작진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MD라는 직업과 연결시켰다. 어떤 경험이든 업무상 강점으로 어필할 수 있으니 그 연결고리를 잘 찾는 것이 좋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