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덕 커피디엔에이 팩토리 대표 "카페 창업?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침!"

┃김현덕 커피디엔에이 팩토리 대표


5만 개 커피전문점에서 살아남기

김현덕 커피디엔에이 팩토리 대표

“오늘 일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퀴즈 하나. 한국에 커피전문점은 몇 개나 될까? 정답은 4만 9600여 개다. 눈 돌릴 때마다 보이는 커피전문점은 가장 핫한 만큼 흥하기 어려운 창업 아이템이다. '나도 카페 사장이나 하면서 여유를 부리고 싶다'는 말은 얼토당토않다는 뜻이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 사원증을 반납하고 나온 김현덕 커피디엔에이 팩토리 대표(34)가 괜히 2년 동안 금욕생활을 했겠는가!



김현덕 커피디엔에이 팩토리 대표 "카페 창업?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침!"

┃경기도 광주 본사 - 시그니쳐 로스터리


2013년 11월, 경기도 광주에 심상치 않은 건물이 들어섰다. 이름은 '공장'인데 커피 향기가 퍼져 나오는 곳, 김현덕 대표가 운영하는 '커피 D.N.A'의 '시그니처 로스터리'다. 커피 D.N.A는 2012년 2월 서울 이문동에서 시작해 서울 여의도, 부산 광복동, 경기도 광주에 지점을 두고 있는 인앤아웃 로스터리 커피 브랜드다.


커피 D.N.A를 찾는 사람은 한해 평균 10만 명. 규모로 보나 성장 속도로 보나 커피 D.N.A의 대표는 창업 경험이 많은 사람일 터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력은 예상과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먼저 김 대표의 전공은 체육학이다. 졸업 후 입사한 곳은 제약기업인 SK케미칼. 이곳에서 영업 직무를 수행했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와서 아무 고민 없이 4학년 2학기로 복학했는데 친구들이 매일 취업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자연스레 스터디에 참여했죠. 본격적으로 해보니 ‘조금만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휴학계를 냈어요. 이후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약 영업을 목표로 정하게 됐어요.”


그러나 실무를 경험하며 영업 직무가 자신과 잘 맞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는 고민 끝에 사원증을 반납했다. 이후 다른 기업에 입사했지만 같은 결론을 내리고 퇴사를 결정했다. 정답은 ‘창업’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사업가가 되고 싶은 바람이 그를 창업으로 이끈 것이다.


“어릴 때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르바이트를 할 때마다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전략을 짜기도 했죠. 20대 때 내내 그런 훈련을 하다 보니 창업에 자신감이 있었던 듯해요.”


골방에서 커피 연구만 7개월


창업하겠노라 마음먹고 그가 선택한 아이템은 샌드위치였다. 오랜 자취 경력으로 요리에는 자신 있었다. 커피전문점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를 도운 덕분에 커피에도 흥미가 있었기에 창업 아이템으로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3~4개월 준비 끝에 모아둔 돈과 신용보증재단에서 받은 대출금, 친구의 투자금으로 서울 여의도에 자리를 잡고 4평의 ‘커피더소울’을 열었다.


“카페로 쓰이던 공간이었던 터라 커피머신과 장비를 그대로 받을 수 있었어요. 기존 상호로 영업하다 잘 되면 리모델링하려는 계획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손님들이 샌드위치보다 커피를 더 많이 찾는 바람에 커피 공부를 하지 않고는 판매할 수 없겠더라고요. 커피가 안 되니 샌드위치가 팔릴 리 만무했어요. 매일 빵을 버려야 할 정도였어요. 안 되겠다 싶어 부지런히 커피 공부를 했고, 2주 정도 리모델링을 한 후 ‘봉주르 샌드위치’로 새단장해 문을 열었어요”


영업을 중단하면서까지 시작한 커피 공부는 머릿속에서 원하던 맛을 만들어가며 완성되어갔다. 봉주르 치아바타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에 푹 빠진 그는 '직접 로스팅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일손이 모자란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 대표는 봉주르의 문을 닫고 로스팅할 수 있는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 ‘장사의 반은 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가 찾는 공간의 기준은 ‘월세가 저렴한 곳’ ‘조용해서 로스팅 연습을 할 수 있는 곳’ ‘혼자서도 영업할 수 있는 곳’ 세 가지였다. ‘맛있으면 손님이 찾을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12년 2월, 경희대학교 앞 7평 점포에 SK케미칼에서 동기로 만난 김동호 공동대표와 함께 1호점 문을 열었다.


로스팅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맛보고 버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고생한 시간을 보상받듯 그는 결국 커피 D.N.A만의 밀크 블렌드와 에스프레소 블랜드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후 보관 방법에 따른 차이, 기간에 따른 신선도가 에스프레소에 주는 영향, 추출 시 맛을 일정하게 내는 법까지 이어지는 과제를 하나씩 수행해나갔다.



김현덕 커피디엔에이 팩토리 대표 "카페 창업?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침!"

┃(왼쪽 앞부터) 밀크블랜드, 에스프레소 블랜드, coffee D.N.A Dutch Coffee


“모든 공부는 혼자서 했어요.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다면 저도 혼자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유튜브나 책을 보면서 제가 원하는 맛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주말에는 다른 카페를 다니며 커피 맛을 보기도 했고요. 수익이 목표였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니 알면 알수록 기쁜 마음이 크더라고요.”


“몸이 편하면 ‘잘 되는 가게’는 택도 없어요”

어디에도 없는 커피 개발에 성공했음에도 커피에 대한 애정은 계속됐다. 2012년 8월 미국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LA, 포틀랜드 4개 도시 카페투어를 떠난 것도 수익보다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4년 만에 4개 지점을 내는 동시에 커피 D.N.A만의 색을 만들었으니 끊임없는 연구의 성과는 확실했다.


김현덕 커피디엔에이 팩토리 대표 "카페 창업?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침!"


“‘카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죠? 여유롭고 분위기 좋은 공간. 하지만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예요. 어떤 일을 하던 가치를 창출하고 싶다면 움직여야 해요. 몸이 편하면 절대 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만들 수 없어요. 소자본으로 하는 생계형 창업이라면 더욱 그래요. 몇 년간 금욕생활을 해야 할 정도로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해요. 커피 D.N.A를 시작하고 저는 2년간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친구를 만날 시간도 부족했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계속 시장은 변하거든요. 창업은 혼자서 외롭게 싸워야 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그가 창업을 고려하는 대학생에게 전한 노하우는 ‘자취’다. 자취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활을 관리해야 하니 독립심은 물론, 경제관념도 생긴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오늘 일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 김 현덕 대표. 목표는 한 잔을 만들어도, 천 잔을 만들어도 같은 맛을 유지해 손님에게 완벽한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가장 인기 많은 커피를 보틀에 담아 판매하는 것처럼 커피 D.N.A의 커피를 하나의 제품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김현덕 커피디엔에이 팩토리 대표 "카페 창업?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침!"

┃가장 인기 많은 커피를 보틀에 담아 판매한다. 휴대성이 좋아 먼 거리 또는 여행할 때 커피를 맛볼 수 있다.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