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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써진 자소서는 HOW가 들어가야 한다.”


5월 2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빙그레 서울본사에서 만난 이종대 빙그레 채용담당 대리의 첫인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제껏 만난 인사담당자들은 왠지 모르게 근엄하고 스스로 무게감을 갖기 위한 포스를 뽐냈다면 이 대리는 캐주얼 복장으로 대학 선배, 동네 형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인터뷰 내내 한껏 즐겁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인담이라는 업무 특성상 취준생이나 구직자들이 가까이 가기 어려운 사람일 것이라는 편견이 말끔히 사라졌다. 인담은 채용현장이나 채용설명회장에서 취업에 목마른 취준생들에게 정보를 주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이 드러나는 듯 했다. 인터뷰 분위기 역시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요즘 바쁘냐는 질문에 그는 “빙그레 상반기 채용 서류전형 접수가 지난 5월 24일 마감돼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평가했다.”며 “오는 5월 31일 1차 발표가 있어서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자소서를 평가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 그는 “빙그레는 이력서 보다는 자소서를 먼저 평가하는데, 이상적으로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이 참 많다고 느꼈다”며 “자소서 평가에서 변별력이 없을 때에는 학점이나 어학성적 등을 참고하게 된다”고 답했다.


이어 “학점과 외국어 성적, 자소서 등의 채점 비율은 수치적으로 배정된 게 없다”면서도 “굳이 순서를 매기자면 자소서>학점>외국어 성적>순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리는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서류전형에서는)얼굴을 대면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류만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지원자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자소서 작성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잘 작성된 자소서에 대해 “거창하게 자신을 소개하기 보다는 어떤 경험이나 업무에 대해 ‘How’가 들어가야 가장 이상적인 자소서”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식상한 내용보다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팀 선배들의 이름을 외우고, 인사를 잘 하겠습니다”라고 쓰는 등 막연한 ‘열심히’라는 단어 대신에 ‘How’를 집어넣는 자소서로 작성하는 게 좋다고 이 대리는 설명했다.


특히 지나치게 특별하지는 않아도 좋은데 지원자의 강점·능력을 인사 담당자들이 잘 평가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차별성 있는 자소서를 작성하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사소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하거나 아니면 가능할 것 같은 행동들을 기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며, 구체적인 사례를 기재할 때는 ‘다다익선’이 아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리는 대외경험이나 봉사활동 경험이 없는 지원자들이 가끔 학교에서의 활동을 적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 축제 때나 봉사 활동을 하면서 학과 티를 제작하고, 회계를 봤다는 얘기, 다양한 학생회 활동 등을 열거하는 것은 읽는 이가 매우 지루하고 식상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포괄적인 의미의 단어인 ‘열정’, ‘끈기’, ‘책임감’ 등은 작성된 자소서를 통해 충분히 유추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나치게 오버액션을 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업직을 지망한 지원자는 자소서에 회사의 영업장을 방문하고, 대리점을 방문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영업에 대한 얘기를 작성하는 체험형 자소서를 제출했지만 탈락이 됐다” 며 “영업장을 방문해 이것저것 관심을 보이고 애사심을 드러내는 것도 좋지만, 기왕 그런 노력을 기울이려면 타사의 영업방식과 자사의 영업방식을 비교해서 작성하는 것이 좋다” 고 말했다.


또한 “최근 기업에서 ‘탈스펙’이 대세이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남들과 비슷하거나 혹은 무난하게 쓰는 지원자는 본인 스스로 변별력을 없애는 것과 같고, 변별력이 없는 자기소개서를 써놓고 서류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길 원한다는 건 엄청난 모순이다”라고 밝혔다. 학점이나 외국어 성적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 대리는 자신도 2점대 학점에 토익은 700점대였지만 빙그레에 입사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면접 일정은 하루가 소요되는 데, 직무마다 다르게 진행된다. 영업부문의 경우, PT(프레젠테이션) 면접과 질의응답 식 역량면접, 관리·연구·생산 부문의 경우에는 직무 에세이(Essay) 심사와 질의응답 식 역량면접 등의 순서로 평가한다.


PT면접은 지원자에게 각각 다른 주제를 부여하고 20~25분 정도 준비시간을 준 후 면접장에서 3~5분 이내로 발표한다. 영업부문의 경우 PT면접이 끝나면 같은 자리에서 바로 질의 응답식 역량면접으로 전환돼 진행된다. 직무 에세이(Essay) 심사는 부문별, 직무별 관련 주제를 부여하고 50분 정도 종이에 작성하면 된다. 2차 임원면접은 질의응답 식으로 역량면접만 실시한다.


그는 면접 팁에 대해서도 “저는 영업을 잘 할 수 있다” 보다는 “빙그레의 영업의 형태를 볼 때~How 생각하는데~” 라는 식의 대답으로 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또한 마트, 편의점 등의 빙그레 영업이 유통 타사와 다른 점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이 대리는 “취업을 ‘수험’이라 한다면, 당연히 수험적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직무에 대한 고민과 회사에 대한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대략적으로라도 입사하고자하는 회사의 해당 직무가 무슨 일을 하는지 혹은 예측할 수 있는 아이디어 등을 파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파악을 했다면 그것으로부터 필요한 행동들을 유추해 내고, 그 아이디어와 매칭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경험 및 경력을 찾기가 수월해 질 것”이라며 “준비한 만큼, 노력한 만큼 결과는 나오게 될 것”이라고 취준생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한편, 빙그레는 올해 상반기 30명 정도 인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1차 서류전형에서 10~12배수까지 뽑으며 2차 면접에서 5~7배수로 뽑는다. 올해 상반기 경쟁률은 157대 1이다. 하반기 채용규모는 상반기보다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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