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취업커뮤니티에 하루 걸러 하나씩 올라오는 글 중 하나는 ‘취업사이트에 이력서 공개했더니 면접 연락 왔어요, 이 회사 괜찮나요?’이다. 나의 이력서가 마음에 들었다는 칭찬과 함께 높은 연봉까지 제시하니 전혀 관심 없던 직무라도 마음이 혹하기 마련. ‘한 번 가볼까? 가지말까?’ 고민하는 취준생을 위해 기자가 직접 면접을 보고 왔다.


브리핑 영업은 뭐지? 세 번째 면접에 갔다


5월 25일에 2번의 면접(관련 기사 '취업포털에 이력서 올렸더니 면접 제의만 9곳? 기자가 직접 면접 보러 갔다' 참고)을 본 뒤 자신감(?)이 생겨, 2개 회사의 면접을 추가로 더 보기로 했다. 브리핑 영업이라는 낯선 분야를 제안한 S기업과 L통신사 고객센터 정규직 면접이다.


5월 27일 오전 11시, S기업의 면접이 잡혔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S기업은 보험판매업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다. 기자의 이력서를 보고 S기업 채용담당자가 채용 권유 메일을 보냈고, 지원서를 제출하니 면접 제의 연락이 왔다. 담당자는 전화로 간략히 업무에 대해 설명한 뒤 면접에 참석해달라고 말했다.


문자로 안내 받은 건물의 2층에 도착해 전화를 했다. 그는 “2층 끝에 위치한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대기하면 곧 오겠다”고 했다. 카페테리아 앞에는 ‘면접장’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수시로 면접을 진행하는 듯 했다.


Businesswoman giving her businesscard to her partner. Business meeting, invitation, partnership or hiring concept.
Businesswoman giving her businesscard to her partner. Business meeting, invitation, partnership or hiring concept.


차 한 잔을 주문하고 5분 정도 기다리자 정장을 차려입은 채용 담당자가 들어와 인사를 건넸다. 2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로 앳된 얼굴이었다. 명함을 건넨 뒤 기자의 이력서를 펼친 그는 제일 먼저 나이를 확인하고는 “제가 면접을 보기엔 어려보이죠? 저희 회사가 좀 젊어요. 제가 동안인 것도 있고요”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본격적인 업무 설명이 시작됐다. 기자가 입사 후 하게 될 일은 ‘브리핑 영업’으로 기업을 찾아가 금융상품PT를 해 보험 판매를 하는 것. 금융상품PT를 듣고 가입한 고객 수에 따라 보험수당을 받는 체계였다. 영업은 3명이 1조를 이뤄 나가는데, 계약금은 팀원들이 나눠 갖는 형태다.


그는 “쇼호스트,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주로 이 업무를 하고 있다”라며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교육 강사들의 프로필을 자랑스러운 듯 보여주었다.

“저희 업무는 다른 보험 영업과 정 반대예요. 기존의 보험 영업에서는 고객이 갑이었지만 저희는 영업사원이 갑이 되죠. 가입해달라고 굽신거리는게 아니고, 당당하게 PT해서 가입을 유도하는 거죠. 어떻게 말하면 좀 싸가지 없게, 쌀쌀맞게 PT를 해야해요.”


“우리 일은 외모도 중요해요”, 그런데 너 왜 반말이니?


그는 “급여 수준에 대해서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에서 월 300이하로 버는 직원이 없다. 잘하는 친구들은 월 700~800만 원 정도 번다”고 말했다.

근무 첫 달에는 기본적인 스피치 교육이 진행되며,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이버 강의도 들어야한다고 했다. 대신 교육을 위해 본인이 투자해야할 돈은 없고, 회사에서는 100만원의 교육비를 50만원씩 2달로 나눠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쇼호스트 아카데미 출신이고, 방송 출연자도 많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관련한 경력이 전무한 기자를 왜 채용하려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면접관은 “(쇼호스트 관련 경험이 없는)일반인은 25% 정도 된다”라며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의 사람들이 더 잘 배우고 일도 잘한다”고 했다. 쇼호스트 지망생이 많고, 그들이 돈도 많이 번다고 말하던 내용을 생각하면 다소 논리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더불어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 외모지상주의가 있다. 기업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90% 이상이 남자다.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형을 위해 잠시 쉬겠다고 하면 회사 차원에서 배려해준다는 내용도 전했다.


그는 당장 다음 달부터 출근해 교육을 받을 것을 권했다. 목소리가 작은 부분만 고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격려했다. 일단 알겠다고 하며 일어서기 전, 면접관에게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면접 중간 중간 “차비는 본인이 내는 거야”, “우리는 그런 회사 아냐”, “본인도 아마 그럴 거야, 그렇게 되어있어”라고 반말을 섞어 쓰던 것이 눈엣가시였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 제가 더 많을 거예요”라며 두루뭉술한 답변을 하고 사라졌다.


Hand of interviewer
Hand of interviewer


처음으로 다대다 면접, 떨린다!

다음 면접을 위해 찾아간 곳은 금천구에 위치한 L통신사의 자회사. L통신사의 고객상담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하나 둘 다른 지원자들이 도착했다. 처음으로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보는 ‘면접다운 면접’이었다.


기자를 포함한 면접자는 총 12명. 나이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여성 지원자가 7명, 남자 지원자는 5명이었다. 집합시간인 2시 20분이 되자 면접 대기실로 채용 담당자가 들어왔다. 편안한 옷차림을 한 30대 중후반대의 여성이었는데, 지원자 이름을 확인한 뒤 면접에 대한 안내를 진행했다.


“다들 자기소개 준비하셨나요? 경력 위주로 자기소개해주시고 면접관들이 혹시 불편한 질문을 하더라도 너무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시면 안되요. 그리고 너무 솔직하게 말씀하시지도 말고요.”


40분 동안 면접 안내가 진행되고 3시부터 면접이 시작됐다. 6명이 한 조가 되어 입장했는데 기자는 두 번째 조에 배정됐다. 1조의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채용담당자는 대기자들에게 말을 걸며, ‘집이 너무 멀지는 않냐’, ‘경력은 어떻게 되냐’ 등을 물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력서를 올리고 먼저 제안을 받아 면접에 참석한 사람은 기자 혼자였다. 나머지 지원자들은 직접 이력서를 접수한 사람들이었다.


1조의 면접은 30분 동안 진행됐다. 면접이 끝나자 상기된 표정으로 지원자들이 들어왔다. 갑자기 긴장감이 몰려왔다. 이름표를 붙이고 안내에 따라 면접장에 입장했다. 기자가 제일 먼저 입장해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았다.


면접 1시간 뒤 합격 발표, 결과는?


면접관은 3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과 50대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었다. 기자부터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고, 자기소개 후 한명씩 질문이 이어졌다.


기자에게는 ‘왜 경력이 없느냐’, ‘학부가 좋은데 왜 취업을 안했냐’, ‘아버지 사업은 어떤 부분을 도왔냐(대학 졸업 후 아버지 회사에서 일했다고 둘러댐)’, ‘상담센터 일을 할 수 있겠냐’, ‘연봉 얼마를 생각하냐’ 등을 물었다. 다른 지원자들은 대부분 관련 경력을 갖고 있다 보니, 경력 위주의 질문이 이어졌다.

면접을 끝내고 나오자 채용담당자가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면접 결과는 한 시간 정도 후 문자로 알려준다고 했다. 합격자의 입사일은 다음 주 금요일로 잡혔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면접장을 나섰다.


그리고 한 시간 뒤...


기자가 직접 면접 봤다②...면접관의 반말 그리고 씁쓸한 결과

△언제나 탈락은 씁쓸하다.


결과는 탈락. 허탈함과 씁쓸함이 몰려왔다. 채용담당자가 면접을 잘 봤냐고 물었을 때 “잘봤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순간이 떠올라 민망해졌다.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