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어려운 면접 질문은 없다

“넌 뭐라고 답할래?”


“노래방에서 몇 시간까지 놀아봤어요?”라는 면접 질문에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면접이 가장 어려운 순간은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을 받았을 때다. 과연 면접관들이 황당한 질문들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준생들이 뽑은 역대급 질문들을 모아 취업전문가에게 의뢰했다. “대체 무슨 의도인가요?”



"시각장애인에게 노란색을 설명하시오" 이보다 더 어려운 면접 질문은 없다




[현대자동차 그룹]

흡연과 도박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분석력을 평가하기 위한 질문.

어떤 상품을 판매하려면 판매자는 그 상품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단점이 있다면 어떻게 최소화 시킬 수 있을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기 때문. 즉, 상품을 꼼꼼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해당 상품을 제대로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백해무익(百害無益)한 줄로만 알았던 흡연과 도박의 장점을 묻는 것도 같은 이야기. 단점 투성이에서 장점을 찾아보자. 예를 들어 흡연은 ‘사교의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3시간 내내 회의해도 결론이 나지 않던 사안이 ‘우루루~’ 밖으로 담배를 태우러 나갔다 돌아오면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실제로 흡연을 하지 않음에도 흡연타임을 함께 보내는 구성원이 있기도 하다고.


도박의 장점으로는 ‘순발력’,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당황하지 않는 포커페이스’ 정도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동양생명]

자신의 몸값을 평가해본다면?


비교적 빈도수가 높은 질문. 이때 가장 많이 나오는 대사는 “현재는 회사 내규에 따라 연봉을 받겠지만, 10년 후에 평가하면 10억도 모자라다고 생각한다”라는 답변이다.


자신감을 보여도 될 분위기라면 더욱 어필해도 좋지만, 이 질문의 핵심은 ‘WHY’에 있다. 자신에게 10억의 몸값을 책정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잘 알고 있어야만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두산그룹]

시각 장애인에게 노란색을 설명해보세요.

공감능력과 더불어 역지사지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질문이다. 보통 지원자들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해서 ‘바나나’라는 단어를 꺼낸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설명을 듣는 대상은 바나나를 본 적이 없는 시각장애인이다. 이럴 때는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으로 설명하면 좋다.


“여름은 너무 뜨겁고, 겨울은 매우 춥습니다. 그런데 봄이 되면 여름과 겨울의 중간 느낌,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그것을 저는 노란색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와 같은 답이 설득력 있다.





[SK]

스트레스를 받을 땐 어떻게 해결하나?

대인관계를 엿보기 위한 질문으로, 공무원 면접 때 자주 등장한다. 이 질문에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고객, 또는 상대방과 걸림돌이 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대로 고객에게 표현해버린다면 기업, 기관 전체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


“저는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이 아니다”라는 답변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람은 처음 접하는 업무에 언제, 어디서 스트레스를 풀어버릴지모를 일인 까닭이다. 때문에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하나쯤은 가지고, 대답하는 것이 좋다.




[한국전력공사]

본인 집의 전기요금은 얼마나 나오나요?

한국전력공사에서 물은 질문이라면 기업에 평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평가하려는 의도다. 전기세가 어떤 기준으로 나오는 것인지, 어떤 요소들이 있는지와 같이 평소 관심을 가졌다면 어려움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된다.


만약 다른 기업에서 나온 문제라면 ‘페르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페르미 문제는 어떠한 문제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적 추론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략적인 근사치를 추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태평양의 물은 몇 리터일까?’‘덴마크 코펜하겐의 전봇대 개수는 모두 몇 개인지 말해보시겠습니까?’와 같은 문제다.


이때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대입해 문제를 풀어나가며 ‘예외’를 추가하면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면접장을 탁구공으로 채운다고 했을 때, 몇 개의 탁구공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크게 공간을 살펴본 뒤, 면접관이 앉은 의자와 기대고 있는 책상, 공간 가운데 세워진 기둥 등의 예외를 추가하며 대답하는 방식이다.


기업에서 페르미 문제를 내는 이유는 고객의 반응을 예상하고, 그에 맞춰서 전략을 짜는 등의 업무들이 결국 페르미 문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문가 TIP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는 면접장의 분위기를 잘 포착하는 ‘눈치’가 필요하다. 당당하게 자신을 말하면 어필이 될 분위기인지 혹은 겸손하게 자신을 낮춰야 하는 분위기인지 흐름을 파악하도록 하자.


합격자의 경향을 살펴보면, ‘겸손하고 시키는 일을 꼬박꼬박 잘 하는 이미지’보다는 ‘자신만만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승산이 있는 편이다. 단, 기업마다 특징이 있으니 자신의 캐릭터를 잘 파악하고 면접에 임할 것!


면접 질문 하나에 합격과 탈락이 좌우되지 않는 사실도 기억하자. 면접관은 옷차림, 표정, 태도, 다수 질문에 대한 모든 답까지 면접장에서 보여진 지원자의 모든 것을 보고 평가한다.








김은진 기자(skysung89@hankyung.com)

도움말 이시한 이시한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