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3이었던 손태원 씨는 공기업 두 곳에 연달아 합격했다. 한 군데도 힘든데 두 군데나 합격한 손 씨는 모교의 자랑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는 소심한 학생이었어요. 겁이 많은 성격 탓에 주춤거리느라 항상 때를 놓쳐버렸죠. 교우관계도 마찬가지였어요.” 손태원 씨는 이성규 교사를 만나기 전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매일같이 고객들을 마주하며 상담을 통해 도움을 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손 씨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선생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학생들에게 끊임없는 목표를 심어주며 변화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이성규 교사와 손태원 씨를 만났다.


글 최지현 인턴기자│사진 김기남 기자



[1618] “선생님 덕분에 소심했던 제가 ‘사람 마주하는 직업’ 갖게 됐죠”


“학급 반장을 맡은 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죠.”


소심하고, 친구도 몇 명 안 되던 손태원 씨가 학창시절 반장을하게 된 계기는 뭘까. 이 교사는 처음 손 씨를 보고 부정적인 인식보다 가능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태원이의 첫 인상은 어두웠어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뭔가를 해보려는 의지는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타입이었죠. 목표를 심어주고, 옆에서 자극을 주면 곧잘 할 것 같았어요.” 이 교사는 손 씨에게 무언가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생각했고, 친구들에게 말 한 마디 쉽게 붙이지 못했던 손 씨에게 학급 반장을 권했다. 이 교사는 “반장이라는 위치가 억지로라도 태원이의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라고 말했다.
이 교사나 손 씨에게는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을지 모른다. 손씨는 반장 초기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남들 앞에 서서 목소리를 크게 내본 적도 없고, 항상 뒤따라가
기 바쁜 학생이었어요. 처음에는 반 아이들에게 청소를 시키는 것도 힘들어서 혼자 도맡아 할 정도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이 교사는 제자의 변화된 모습을 보기 위해 끝까지 밀어 부쳤다.
“사실 처음에는 저도 태원이를 많이 혼냈어요. 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우물쭈물하니까 제가 잘못 봤나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큰 결심을 하고 태원이에게 전교에서 소문난 문제 학생들을 공부시키라는 미션을 줬죠. 그 중에는 자퇴를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학생도 있었어요. 하지만 문제 학생들은 모두 교우관계가 좋고 활발했거든요. 학생들끼리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죠.” 손 씨는 문제 학생들을 어떻게 끌고 갈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두렵기도 했어요. 반 아이들 눈에는 학급 일을 일일이 보고하는 제가 얄밉게 보였을 테니까요.” 그는 문제 학생들에게 뜬금없이 다가가기 이전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거리’를 만들었다. “주말마다 모여 체육대회를 준비하고, 교류가 없던 친구들과 여행도 같이 갔어요. 공부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 쓸 때도 도움을 줬어요. 그렇게 꾸준히 다가가니까 친구들도 제게 마음을 열더라고요. 그 덕분에 제 성격도 많이 활발해지고 주도적으로 변했어요.” 손 씨는 반 아이들에게 대외활동 소식을 알려주며 자기소개서나 면접 준비 등을 도와주었다. 그 결과, 학급 구성원 27명 중 11명이 여성가족부에서 주최하는 청소년 국제교류네트워크에 합격해 해외문화체험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1618] “선생님 덕분에 소심했던 제가 ‘사람 마주하는 직업’ 갖게 됐죠”




‘내가 학생이라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지도


당시의 변화는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손 씨는 친구들 관계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서비스직 취업’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 이 교사는 손 씨의 변화를 두고 “제가 준미션이 태원이를 변화시킨 게 아니라 태원이의 꿈과 노력이 스스로를 변화시킨 거라 생각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손 씨는 2학년 때 IBK기업은행이 주관하는 사제동행 경제캠프에 참가해 응원단장을 맡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있게 의견을 말하고 응원단장까지 맡아서 하는 걸 보면서 태원이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됐죠.” 손 씨는 이러한 노력 끝에 지난해 12월,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모두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태원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실천하는 교육을 하고자 합니다. ‘내가 학생이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말보다는 행동으로 지도하는 것이죠. 그래서 학생들의 회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교사학습공동체와 같은 체험활동을 놓지 않고 있어요.”

이 교사의 목표는 쌓여가는 경력에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는 것이다. “저는 스스로가 ‘33.3점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교직 생활의 3분의 1이 지났기 때문이에요. 나머지는 교직의 경력이 쌓일수록 스스로에게 주고 싶은 점수입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한 줄기 빛으로 기억되는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