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고용디딤돌, 알고 보니 보험설계사 채용

SRA, 개인사업자에 급여는 실적 기반


“안녕하세요. 삼성청년체험단입니다. 삼성그룹 고용디딤돌 인재기준에 적합해 연락드립니다. 3개월 간 교육만 받아도 월 150만원 교육비를 받는 좋은 기회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설명회에 참석해 들어보세요. 설명회는 조기 마감되니 저에게 바로 신청해주세요.”

최근, 구직자 이모씨는 삼성화재 소속이라는 한 담당자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정부 프로그램인 ‘고용디딤돌’에 참여해보라는 권유 메시지였다.

이씨는 “채용사이트에 등록한 이력서의 연락처를 보고 연락을 한 것 같다”며 “마침 고용디딤돌에 긍정적이었고 일자리도 급해서 설명회에 갔는데 기존에 알고 있던 프로그램의 취지와 많이 다른 것 같아 도중에 나와야 했다”라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지난해 정부가 도입한 ‘고용디딤돌’을 이용해 청년 보험설계사를 충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화재의 고용디딤돌 운영방침이 ‘대기업 직무교육을 통한 협력사 취업 연계’라는 프로그램의 당초 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교육 수료 후엔 인턴도 정규직도 아닌 ‘보험설계사’

고용디딤돌은 정부가 청년구직자에게 직무능력 향상을 통해 취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3개월 직업교육, 3개월 인턴제를 거쳐 최종적으로 해당 기업이나 협력사 취업까지 지원한다.



삼성 고용디딤돌, 알고 보니 보험 영업?


삼성그룹이 지난 2월 진행한 고용디딤돌 교육생 모집 공고. 사진=홈페이지 캡처

삼성그룹도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합류해 전자전기, 기구금형, 설비, 판매 분야 교육생을 뽑고 있다. 주최 계열사는 삼성전자다. 교육생으로 선발되면 전자전기, 판매 등 모든 분야 지원자가 삼성전자 및 삼성디지털프라자 등 관련 협력사에서 일하게 된다.


즉, 삼성화재가 운영 중인 고용디딤돌은 그룹 차원의 프로그램과는 별개다. 삼성화재의 고용디딤돌 채용에 합격하면 SRA(SAMSUNG RISK ADVISOR)의 교육생이 되는데 이 SRA는 삼성화재가 지난 2013년 2월부터 운영 중인 20대 보험설계사 조직이다.

고용디딤돌은 3개월 간 직무교육을 받은 뒤 대기업이나 협력사에 인턴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게 원칙이지만 SRA는 이 과정이 없다. 3개월 교육이 끝난 뒤에는 보험설계사가 되는데 설계사는 정규직이나 계약직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일종의 ‘프리랜서’다. 삼성화재의 고용디딤돌 운영 형태가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다.



삼성 고용디딤돌, 알고 보니 보험 영업?


실적 기반 급여체제에 정규직 전환도 어려워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신규 보험설계사 1년 이상 정착률을 조사한 결과 각각 36.3%, 47.7%를 기록했다(2015년 1월 1일 ~ 2015년 6월 30일 기준). 즉 절반에 가까운 보험설계사가 입사 후 1년이 안 돼 그만두는 것이다.

퇴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급여다. 실적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기본급이 적거나 거의 없기 때문이다. SRA도 마찬가지다. 영업실적에 따라 급여를 책정한다.

보험설계사로 일했다는 A씨는 “입사 직후에는 급한 대로 지인들에게 상품을 판매해 괜찮지만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경우에 따라 초반에 쌓아 놓은 실적이 아까워서 퇴사를 주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대다수가 급여 문제로 도중에 그만둔다”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가 설명하는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력을 인정받기도 녹록치 않다. 국내 한 대기업 보험사 인사팀 관계자는 “실제로 영업직군 지원자들 중 많은 경우가 영업인턴 경험을 내세우지만 정규직 공채 때 이들을 특별 대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디딤돌, 늘 새 인력 필요한 보험업계 입맛에 딱?

사실 삼성화재는 기존에도 매 월 20여 명을 SRA 소속으로 채용해 왔다. 수시로 채용공고를 내고 대학 캠퍼스 리크루팅이나 직무설명회라는 이름의 ‘보험설계사 및 회사 상품 소개’를 통해 신규 인력을 뽑았다.

특히, 인적자원이 중요한 보험설계업은 원래 늘 신규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SRA로 근무한 적이 있다는 한 제보자는 “보험영업에는 ‘리크루트’라는 제도가 있어서 신규 영업 직원을 데려올수록 높은 리크루트 점수를 주고 이 점수를 급여에 반영한다”며 “대학설명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취업준비생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설명회 참여를 권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디딤돌의 필수과정인 3개월 교육 역시 직무이론, 직무체험 등 기존에 운영하던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용디딤돌을 통한 혜택은 교육비가 조금 늘어난다는 정도다. 게다가 일부 구직자는 “설명회에서 교육과정 중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교육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삼성화재 홍보팀 담당자는 “고용디딤돌의 취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보험영업이라는 직무를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3개월 교육이 끝난 후에 적성에 맞지 않을 경우에는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비 반납’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150만원에 성실히 응할 경우 인센티브 개념으로 최대 30만원이 추가된 180만원까지 지급한다”라고 해명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