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k Chatting


복면대담 1화. 개강을 말하다

“왜 우리는 개강총회에 안 불러줘요?”


어느 날 오후 <캠퍼스 잡앤조이> 회의실, 박장대소와 탄식이 쉴 새 없이 오간다. 크게 박수를 치다 옆 사람의 어깨도 토닥여준다. 바로, 복면을 쓰고 특정 주제에 관해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복면대담’의 첫 화 현장이다. 이번 주제는 개강. 그런데, 모이고 보니 다들 고학번이라 현장이 눈물로 가득했던 건 안 비밀.



[복면대담 1화.] “왜 우리는 개강총회에 안 불러줘요?”



[복면대담 참가자 프로필]

과일공주 : 연세대 경제학 3

복학생 : 서강대 신문방송 3

파티걸 : 단국대 국어국문 4

바다소녀 : 홍익대 조선해양공학 3



개강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다들 소감이 어때?


바다소녀 피곤해. 하루를 길게 쓰고 싶어서 이번에 수업을 다 오전에 몰아넣었거든. 뭐 어차피 학교에 잘 보일 사람도 없고.


복학생 난 복학생이라 걱정했는데, 비슷한 친구들이 많더라. 함께 열심히 적응하고 있어. 아, 최근에 학생회관 식당이 리모델링하는 바람에 음식 받는 데는 어디인지, 퇴식구는 또 어디에 있는지 몰라 조금 난감했지만.


바다소녀 안쓰럽다. 역시 복학생은 티가 나나 봐.


복학생 뭐 어차피 다른 사람을 잘 만나지 못해 티날 일 없어. 그냥 저 멀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저 친구들은 몇 학번일까’ ‘나와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하고 생각하지. 공강 땐 밥 먹고, 과제 프린트하고, 스마트폰 게임 하는 정도?


파티걸 복학생 자원봉사도 있었으면 좋겠다.


복학생 어차피 고학번 되면 다들 도서관에 있는데 뭐. 그냥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피하지만 말았으면 좋겠어.


수강신청도 파란만장했겠다. 어땠어?


바다소녀 수강신청 날 딱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단 발대식이 있었어. 그리고 하필 단체사진을 찍을 때였지. 휴대폰을 등 뒤에 숨겨가며 겨우 성공했지.


파티걸 그런데 내 돈 내고 내가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한다는 게 너무 화나. 우리가 갑이 돼야 하는데, 학교가 갑이 된 기분이야.



[복면대담 1화.] “왜 우리는 개강총회에 안 불러줘요?”

<캠퍼스 잡앤조이> 복면대담 첫 화에 참여한 대학생들. 복학생, 파티걸, 과일공주, 바다소녀(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 허태혁 기자


바다소녀 맞아. 이번에 전공수업 과제가 엄청 많을 것 같아. 우리가 늘 하는 말 있잖아. 우리는 이 수업만 듣는 게 아닌데 교수님들 모두 과제를 한 가득 주신다고.


과일공주 나도 이번에 다 전공과목을 신청해 숨 쉴 시간이 없어. 그런데 한 교수님은 수업을 정말 잘하시더라. 단순한 전달식이 아니라 유머를 섞어가며 창의적으로 하시는 것 같아.


복학생 우리는 중간·기말고사가 없고 조별과제로만 점수를 주는 수업이 있어. 출결도 잘 안 보고. 그런데 교수님의 강의가 좋아. 편하게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야.


파티걸 조별과제 힘든데…. 조별과제는 ‘추노’인 것 알지? 늘 조원들을 잡으러 다녀야 하거든. SNS도 감시해야 하고.



[복면대담 1화.] “왜 우리는 개강총회에 안 불러줘요?”



바다소녀 맞아. 난 수강신청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조별과제 여부야.


파티걸 차라리 시험이 나아. 그리고 고학번이 되니까 나보고 아예 해달라는 후배도 있더라.


과일공주 난 경제학과라 그런지 조별과제가 별로 없어. 그래서 평소에 꼭 해보고 싶었는데 교양수업에서 한 번 해보니 다들 왜 싫어하는지 알겠더라.


오랜만에 동기들을 만났는데 소감은?


복학생 요즘, 저학년 때 안 들은 전공 기본과목을 듣는데, 고학번이 세 명뿐이야.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지.


바다소녀 내 스타일 지적하는 동기 오빠가 있는데, 마음에 안 들어. 카디건이 할머니 것 같다는 둥. 자기는 겨울에 똑같은 패딩점퍼만 입으면서 말이야.


파티걸 맞아. 화장 지적하는 사람도 많아.


복학생 그건 나도 패션이나 뷰티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니 너희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닐까?



[복면대담 1화.] “왜 우리는 개강총회에 안 불러줘요?”



바다소녀 그런가? 물론 고마운 오빠도 있어. 수업 내용을 잘 모르니까 한 복학생 오빠가 옆에서 친절하게 알려주더라. 정말 감사했지.


복학생 그런데 왜 주제가 복학생이 된 거지? 다른 이야기 하자.


과일공주 아, 신기한 게, 내 주변 복학생 오빠들은 다 여자친구가 있더라.


복학생 그게 순서가 잘못된 게, 여자친구가 있는 복학생들만 눈에 띄는 곳에 있는 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 도서관에 있어서 그래.


개강총회는 어땠어?


복학생 흠… 어느 순간부터 학과 개총(개강총회)은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못가. 보통 공고를 단체 SNS방에 띄우는데, 초대를 안 해주더라. “안녕하십니까? 저는 누구누구입니다”라고 먼저 인사라도 해야 하나?


과일공주 오빠, ‘안녕하십니까’ 말고 ‘안녕하세요’….


파티걸 그리고 고학번은 돈을 더 많이 내야 하잖아. 나는 1만5000원이나 내야 해.


과일공주 그건 아무 것도 아냐. 우리 학교는 1차, 2차 다 따로 내라고 하더라.



[복면대담 1화.] “왜 우리는 개강총회에 안 불러줘요?”



파티걸 개총은 더 할 이야기가 없다. 초대받지 못하는 학번들이라. 미팅은 안 하나? 하긴 이제 미팅은 영양가가 없는 것 같아. 특히 남자는 돈 내고 한 번 놀고 끝? 이성 친구는 대외활동이나 동아리에서 만나지. 대외활동에서 단체로 만나다 개인적으로 번호 받고.


바다소녀 소개팅도 하지 않나?


파티걸 소개팅은 어색하지 않아?


바다소녀 하긴. 괜히 안 해도 될 말까지 해야 하고, 메뉴가 맛없어도 말 못하고.


복학생 소개팅은 허브를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해. 누구와 누가 만나면 잘 될지 귀신같이 아는 사람이 있더라고.


새 학기 각오는 세웠니?



[복면대담 1화.] “왜 우리는 개강총회에 안 불러줘요?”

파티걸 사실 학기 전에 각오를 세우는 편은 아닌데.


바다소녀 맞아. 그냥 시간아 가라.


복학생 나는 오는 길에 패스트푸드점에 들렀는데….


바다소녀 오빠, 그러지마.


복학생 아냐, 이 복면에 있는 낙인 때문에 더 그러는 것 같아. 어쨌든 1~2학년 때는 ‘이걸 안하면 다른 걸 하면 되지’ 하며 쉽게 포기했다면,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어진 느낌이야.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바다소녀 난 지난해 간신히 F를 받지 않을 만큼만 수업에 들어갔어. 하지만 이번에는 결석 없이 열심히 참여할 거야.


과일공주 이번에 전공수업이 많아 숨이 막히긴 하지만, 나도 이제 정말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


파티걸 나는 술 줄이기.


복학생 이제 술 마실 일도 없어. 건강 생각하느라.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사진 : 서범세·허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