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에는 먼지를 담는 주머니가 없다. 선풍기에는 날개가 없다. 영국 기술기업 다이슨(Dyson) 제품들의 특징이다. ‘1’에서 ‘1-1’이 아닌 새로운 ‘1’을 만드는 다이슨의 아이디어 원천은 어디일까? 매년 22개국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여는 국제 학생 디자인 대회, JDA(James Dyson Award)의 한국 개최를 알리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마틴 픽 수석 엔지니어에게 답을 들었다.




다이슨 수석 엔지니어 마틴 픽(Martin Peek)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실패’에서 시작해요”



JDA를 한국에서 열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04년부터 개최한 JDA는 제품 디자인, 산업 디자인, 엔지니어링을 전공으로 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여는 대회예요. 전 세계 젊은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돕기 위해서 다이슨 자선 단체에서 주최하고 있죠. 때문에 특정 국가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더 많은 국가에서 더 많은 대학생이 응모해서 기회를 얻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한국을 찾은 이유도 마찬가지죠. 기술적으로, 상업적으로 중요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응모할 수 있어요.




한국 청년들에게 기대하는 작품이 있다면요?

한국만의 특별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응모 주제가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보니 국가마다 문화가 많이 반영되더라고요. 한국에는 어떤 문제가 있고, 또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기대돼요.




다이슨이 ‘젊은 엔지니어’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다이슨은 JDA를 비롯해 해외 대학에서 디자인 엔지니어링 과정을 따로 운영할 정도로 청년 엔지니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육성’보다는 ‘엔지니어링’이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이에요. ‘디자인 엔지니어링’은 실생활에 관련된 제품을 연구하는 분야이니 더욱 중요하죠. 때문에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은 다이슨의 제품이 아닌 엔지니어 개인의 제품으로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제조업의 위기가 자주 언급되는 상황이다보니 다이슨의 성장이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다이슨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대부분의 제조업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연구비를 가장 먼저 절감하는 것과 달리 다이슨은 오히려 연구비에 투자하죠. 실패 확률이 99%라고 해도요. 일주일 연구비로 300만 파운드(약 51억 원)를 쓸 정도로요. 이렇게 하면 순이익이 ‘0’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해보자는 분위기 덕분에 직원들도 긍정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듯해요. 제임스 다이슨이 CEO이고, 다른 주주가 없는 가족 기업이라서 재정 위기에는 유연하게 대처해요. ‘이익’이 근본적인 목적이 아니니까요.




다이슨 수석 엔지니어 마틴 픽(Martin Peek)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실패’에서 시작해요”

지난 3월 15일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JDA에 대해 설명하는 마틴 픽 엔지니어.

(사진=김기남 기자)


어떻게 다이슨에 입사하게 됐나요?

저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어요. 오래된 이야기네요.(웃음) 항상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만드는 활동을 했어요. 취업을 생각해야 할 시기가 왔을 때, 당시에도 유럽에서 인기가 많았던 다이슨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했죠. 가만히 보니 제가 대학교 때 친구들과 활동했던 방식대로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어요. 흥미로운 마음에 지원했고, 이렇게 일하고 있어요.




다이슨에서는 어떤 인재를 선호하나요?

다이슨 본사에 가면 대학교 연구실과 같은 분위기예요. 대학교를 이제 막 졸업한 청년들을 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연구원이 대부분 젊거든요. 경험은 없지만, 다른 기업에서 일하다 온 사람보다 변화나 도전에 두려움이 없어서 창의적이죠. 다이슨에서 선호하는 인재들의 특징이예요.




창의성을 독려하는 다이슨만의 조직 문화가 있다면요?

사무공간은 일반적인 회사처럼 독립적인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우주선처럼 개방되어 있어요. 덕분에 논의할 게 있으면 팀에 상관없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죠.

또 한 가지 소개하자면, 본사에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비행기가 한 대 전시되어 있어요. 세계 최초로 바닥에서 수직으로 뜨는 비행기죠. 40년 전에 영국 디자이너가 개발한 미니카도 전시되어 있어요. 그 누구도 미니카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 생산됐던 차예요. 이렇게 전에 있었던 것과는 다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상품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해요.




‘세상이 없던 아이디어’의 시작점이 궁금해요.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에 대한 답을 생각하는 것이 아이디어의 시작이에요. 특히 대부분 회사는 ‘실패작’을 버리지만, 다이슨은 실패를 통해 또 다른 것을 찾아요. 다른 제품을 만들다가 다른 제품에 적용해보기도 하죠.




JDA에 참여할 한국 대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한 아이디어’예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와 전혀 다른 것이어야 하죠. 매년 대회 때 비슷한 아이디어의 제품이 많다 보니 독특한 제품이 심사위원들의 눈을 사로잡더라고요. 가장 좋은 심사 기준은 심사위원이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에요. 단,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실제 생산할 수 있어야 하죠. 무엇보다 JDA는 다이슨의 제품 개발을 위한 것이 아닌, 글로벌 엔지니어로서 청년들을 응원하고 지원하기 위해 여는 대회예요. 그러니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쳐봤으면 해요.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JDA) 2016


참여 대상 국가

영국, 미국,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중국, 프랑스, 독일, 홍콩,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러시아, 싱가포르, 스페인, 스위스, 대만


참가 자격

참여 대상 국가(22개국)의 제품 디자인, 산업 디자인, 엔지니어링 전공 대학생(대학원생) 또는 최근 4년 이내 졸업자 대상


응모일정 : 7월 19일 오전 9시까지


응모방법 : 홈페이지(www.jamesdysonaward.org/ko/) 등록


응모주제 :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욱 나은 작업이 가능하게 하는 제품 또는 컨셉트


심사일정

국내전 우승자·입상자 발표(9월 8일): 각국 우승자 및 결승 진출자 선정

최종 후보작 발표(9월 29일): 다이슨 엔지니어들이 전 세계 Top 20 선정

국제전 우승자 발표(10월 27일): 제임스 다이슨이 최종 우승자 선정


상금

국제전 우승자(1팀): 3만 파운드 (우승자의 대학 학부에 5000파운드)

국제전 입상자(최대 5팀): 5000파운드

국내전 우승자(각국 1팀): 2000파운드




역대 JDA 우승작


2015 국제전 우승작

볼테라 브이-원(Voltera V-One),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


다이슨 수석 엔지니어 마틴 픽(Martin Peek)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실패’에서 시작해요”

인쇄회로기판은 거의 모든 전제제품에 들어가 있지만, 프로토타입 인쇄회로기판을 개발하는 것은 젊은 발명가들과 애호가들에게는 시간과 비용 소모가 크다.


볼테라 브이-원(Voltera V-One)은 몇 분 내로 회로 기판을 프린트할 수 있는 데스크탑 장치이며 많은 사람들이 전자 기기를 생산할 수 있게 한다. 팀은 2015년 11월에 첫번째 1차로 프린트를 출시하였고, 곧 2차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

다.




2014 국제전 우승작
맘(MOM), 제임스 로버츠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


다이슨 수석 엔지니어 마틴 픽(Martin Peek)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실패’에서 시작해요”

시리아 난민수용소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은 맘(MOM)은 개발 도상국의 조산아를 위한 공기주입식 인큐베이터이다.


MOM은 3만 파운드(약 5,200만원)에 달하는 현대식 인큐베이터 시스템과 동일한 성능을 제공하며 제품의 제조와 테스트, 배송에 드는 총비용은 단 250파운드(약 44만원)이다.





2012 국제전 우승작
세이프티넷, 댄 왓슨 (영국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

다이슨 수석 엔지니어 마틴 픽(Martin Peek)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실패’에서 시작해요”

수산업계에서 어망에 잡힌 너무 작거나 필요 없는 생선들은 여전히 죽은 채로 버려진다. 댄은 작은 생선들이 탈출 경로를 통해 정상 폐기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LED 저인망 세이프티 넷(safety Net)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링은 운동에너지를 통해 충전되는데, 물의 흐름이 링 안의 내부 터빈으로 들어오면서 조력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배터리가 충전된다.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