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시그널’의 인기에 힘입어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 속 프로파일러의 모습은 어디까지가 '리얼'일까?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배상훈 학과장(국내 1호 프로파일러)의 도움을 받아 프로파일러의 진짜 모습에 대해 짚어봤다.


# 경찰대 출신만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나?


드라마 ‘시그널’ 속 프로파일러, 어디까지가 진실?


박해영 경위는 경찰대 출신 엘리트. 정식 프로파일러는 아니지만 관련 분야를 독학해 프로파일링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 장기미제사건팀에 합류한다. 강력계 형사들과 함께 움직이며 단서를 찾아내고, 찾아낸 단서를 통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실제 국내 프로파일러 중에는 현재까지 경찰대 출신 프로파일러는 없다. 보통 경찰대를 졸업할 경우 ‘경위’로 임용된다. 하지만 2015년 경찰공무원(범죄분석 요원) 특채 공고를 보면 프로파일러는 ‘경장’으로 임용된다.(경찰 계급은 아래부터 순경-경장-경사-경위-경감-경정-총경-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 그러니 경찰대 출신이 프로파일러에 지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수 밖에.

# 사람 죽은 거 본 적, 처음이지?


드라마 ‘시그널’ 속 프로파일러, 어디까지가 진실?


시신을 보고 놀란 박해영 경위를 향해 베테랑 형사 차수연 팀장은 “사람 죽은 거 본 적, 처음이지?”라고 묻는다. 박해영 경위는 형의 죽음을 떠올리며 “처음 아니다”라고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박해영이 시체를 본 것은 형의 사망 당시뿐일까?

보통 프로파일러는 사무실에서 자료를 검토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역할을 하거나, 범인 취조만을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시체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배상훈 학과장은 “실제 프로파일러 임용 후 몇 달간 국과수에 방문해 시체 부검에 참관한다”고 말했다. 거의 몇 달간 매일 시체와 마주하는 격이다.

# 형사와 프로파일러는 앙숙?


드라마 ‘시그널’ 속 프로파일러, 어디까지가 진실?


강력계 형사들은 박해영 경위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형사들의 수사에 딴지를 걸고, 자료에만 의존해 수사를 하는 등의 모습이 영 거슬리는 것. 형사들의 박해영의 말을 무시하고, 그를 경찰로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 형사들과 프로파일러의 사이는 그리 다정한 편은 아니다. 특히 프로파일러가 처음 도입된 시기에는 그 마찰의 정도가 더욱 심했다. 형사들은 프로파일러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고, 자신의 사건을 뺏긴다고 생각해 높은 거부감을 가졌다. 배상훈 학과장은 “초기에는 형사들과 멱살잡이를 할 정도로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형사들의 프로파일링에 대한 이해도나 신뢰도가 높아져 예전보다는 사이가 좋아진 편이라고.

# 칫솔, 치약만 보고도 사람의 성격 파악을 할 수 있다?


드라마 ‘시그널’ 속 프로파일러, 어디까지가 진실?


유괴 사건을 조사하던 중 박해영 경위는 용의자의 사물함을 촬영한 사진을 보게 된다. 컵이 놓인 위치, 구두의 색깔, 정리정돈된 모양 등을 보고는 곧바로 그의 성격을 유추해낸다. 물론 사건의 실마리도 찾아낸다. 다른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범인의 행동 패턴을 보고 그의 평소 성격까지 유추해 놀라움을 자아낸다.

보통 소지품의 배열, 간격 등을 살펴보면 강박증의 정도는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또한 반복적인 행동 등을 통해 그의 성격까지도 유추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일 경우 반복적인 행동 패턴은 더욱 강화된다. 배상훈 학과장은 “강남역, 신도림역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강간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CCTV를 통해 행인 중에서 범인을 찾아낼 수 있다”라며 “짧은 시간에도 범인의 행동은 남들과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