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팬더] 남자만 만족하면 다인가요?



이렇게 말하면 내가 밝히는 여자인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지만, 사실 나는 남자친구와 섹스가 만족스럽지 않아. 서로 눈빛을 읽고 사랑해주는 순간은 좋지만, 남자친구가 사정하고 나면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거든.


잠든 남자친구를 빤히 바라보며 마음으로만 ‘느끼고 싶다’고 작게 읊조려본 적도 있다니까. 남자친구가 좀 더 만져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번 말해보려고도 했는데, 더 하고 싶다는 말을 차마 못 하겠더라. 밝히는 여자로 보일까 봐. 내 속도 모르고 섹스 때마다 “좋아?” 하고 묻는 남자친구가 답답해.







여성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남친이 두 번 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게시글을 본 적이 있다. 글에서 알려준 방법은 이렇다. 베개를 아랫배에 깔고 엎드려 있으면 여성의 소중이가 시야에 들어와 남자가 자극을 받는다는 것.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만큼 ‘남자친구는 끝났는데 나는 끝나지 않아 만족스럽지 않다’고 불만족을 표현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아니, 어쩌면 섹스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럴 것이다.



원인은 극복할 수 없는 남자와 여자의 생리학적 특성. 오르가슴에 이르는 시간이 다를뿐더러, 여자는 성교 이외의 자극으로 오르가슴을 경험할 확률이 높은 까닭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생물철학자 엘리자베스 로이드가 74년 동안 진행된 32개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그에 따르면 아무런 도움 없이 성교했을 때 시험에 참여한 여성의 4분의 1만 오르가슴을 경험했고, 5~20%는 오르가슴을 전혀 느껴본 적이 없었다.



오해하지 말자. 그렇다고 성교할 때 여자가 느끼는 ‘척’하는 것은 아니니. 오르가슴에 오르지 않았을 뿐, 계속 자극을 받아 흥분한 상태임은 분명하다. 물론 ‘제대로’ 했을 때.


그렇다면 ‘로딩’ 시간이 길어 오히려 섹스 후 오르가슴을 갈망하는 여자를 성교 이외의 방법으로 구름에 태울 방법은 무엇일까? 앞에서 말했듯 오르가슴에 오르게 하고 싶다면 성교보다 확률이 높은 클리토리스 자극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남자로서는 사정 후 성욕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자타임’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섹스는 서로 충분한 사랑을 나눴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끝난 것이니 마지막 순간까지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꼭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라는 말이 아니다.


이미 오르가슴에 올랐더라도, 이미 사정했더라도 부족함을 느낀다면 끝까지 서로 신경 써서 아껴줘야 한다는 뜻이다. 밀려오는 졸음은 잠시 제쳐놓고 조금만 더 여자의 몸을 사랑해주자.


여자도 마찬가지. 자신의 소중이를 내보이며 자극하기보다 섹스 후 남자를 칭찬하면서 자연스럽게 ‘후 토크(後 talk)’를 이어나가 분위기를 만들도록 하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끝났다고, 네가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낭만팬더(skdwk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