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살육의 밤 '헤이트풀8'


고요한 밤, 살육의 밤 <헤이트풀8>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새뮤얼 L. 잭슨, 커트 러셀, 제니퍼 제이슨 리, 월튼 고긴스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의 서부. 레드락타운으로 현상금이 걸린 여죄수(제니퍼 제이슨 리)를 이송하던 교수형 집행인(커트 러셀)은 우연히 남북전쟁 당시 북군 장교였던 현상금 사냥꾼(새뮤얼 L. 잭슨), 레드락타운의 신임 보안관과 합류하게 된다. 거센 눈보라를 피해 산장으로 들어선 4명은 그곳에 먼저 와있던 또 다른 4명인 연합군 장교, 이방인, 리틀맨, 카우보이를 만난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긴장된 밤을 보내던 그들 앞에서 참혹한 독살사건이 벌어지고, 남은 자들은 적과 아군이 구분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필사적으로 독살범을 찾아 살아남기 위해 죽고 죽이는 살육의 밤을 보낸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헤이트풀8>은 타란티노의 B급 무비에 대한 취향과,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사라져가는 필름영화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작품이다. 이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파나비전 70mm 카메라로 촬영한 미 서부의 광활한 설원의 스펙터클, 서로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8명의 악인이 뒤얽혀 벌이는 혈투는 특유의 악취미와 유머로 인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타란티노표 영화라는 인장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헤이트풀8>은 타란티노의 전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장고: 분노의 추적자>와 같이 과거 주류를 이뤘으나 지금은 쇠락한 장르인 전쟁영화와 서부영화에 대한 향수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한때는 젊음과 패기의 상징이었던 타란티노의 영화가 이제는 고전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사라져가는 필름영화의 유산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스펙터클과 장르적 유산 외에 주연을 맡은 배우 8명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명실공히 타란티노 사단인 새뮤얼 L. 잭슨과 <데스프루프>에서 주연을 맡았던 커트 러셀의 능청스러운 연기, 그리고 타란티노의 영화에 처음 출연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남성 캐릭터 못지않은 위압감을 보여주는 제니퍼 제이슨 리의 연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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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출연: 마이클 케인, 하비 케이틀, 레이첼 와이즈, 폴 다노

2014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그레이트 뷰티>를 통해 새로운 거장으로 떠오른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작. 은퇴를 선언하고 휴가를 위해 스위스의 고급 호텔을 찾은 세계적 지휘자 프레드 밸린저와 그의 오랜 친구이자 노장 감독인 믹을 둘러싼 이야기. 명배우 마이클 케인과 하비 케이틀이 각각 지휘자와 감독 역을 맡아 묵직한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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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돔놀 글리슨, 윌 폴터

미국 서부역사의 전설적 모험가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인공을 맡아 괴물 같은 연기를 선보이는 작품. 전작 <버드맨>으로 2015년 아카데미 영화제 감독상?작품상?각본상?촬영상 등 주요 부문을 독식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19세기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아들을 잃고 동료에게 배신당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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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처럼>

감독: 신연식

출연: 이영란, 전지윤, 다솜, 소이

네 딸을 남겨둔 채 안락사를 선택한 엄마,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한 여자, 점쟁이로부터 100일의 시간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연인, 한 여자를 사랑해 헤어나지 못하는 한 남자 등 프랑스 영화처럼 살아가는 이들의 사연이 펼쳐진다. 걸그룹 씨스타의 다솜과 포미닛 전지윤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페어러브> <조류인간>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이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선보인 작품.


글 최은영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