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사 승무원, 정말 학원을 가야 할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한국경제 DB


#돌취생(돌아온 취업준비생) A씨(27세)는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외국계항공사(이하 외항사) 승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A씨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유는 취준생 당시 국내 항공사에 지원했다가 매번 고배를 마셨다. 이후 일반 기업 취업에 성공 했지만, 승무원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직장생활을 한지 2년 정도 됐는데 승무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젊을 때 마지막으로 도전해 보고 싶었다” 며 “국내 항공사보다 외항사 입사를 생각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원에서 외항사 공채를 대행해서 진행하는 곳이 일부 있지만, 정보가 많이 없어서 학원을 통해 항공사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 막막하다” 고 덧붙였다.

최근 A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내 항공사보다 외국계 항공사 승무원을 지원하고 있는 취준생이 점점 늘고 있다. 외항사는 국내 항공사에 비해 키와 나이 제한이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아 승무원 입사를 포기했던 일부 직장인들도 외항사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항사 입사도 만만치 않다. 국내항공사 채용규모가 적고 채용 시기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견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승무원 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외항사 승무원 직은 30~40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1일 산업인력공단이 내국인 청년들의 해외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직접 채용을 대행한 외국계 항공사 승무원 취업 현황에 따르면 산업인력공단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92명의 외항사 승무원을 배출했다. 지난 2010년에는 35%였던 외항사 승무원 취업률은 2011년에는 19.5% ,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16.0%, 14.2%로 집계돼 하향 곡선을 보였으나 지난해에는 15.24%로 소폭 상승했다.

이처럼 외항사 업계가 한국인 승무원 채용을 줄이면서 외항사를 준비하는 취준생 및 돌취생들에게도 빨간 불이 켜졌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승무원 시험 전문 학원들을 100% 믿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일부 승무학원들은 자사가 채용을 대행하는 외항사들을 내세워 자사 학원생이 90% 이상 취업에 성공한다는 말로 취준생을 현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무원 학원들은 학원 설립시기부터 외항사 채용대행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외항사 대부분의 채용 대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식으로 외항사 채용을 대행하는 곳은 극히 일부며, 공식 채용을 한다고 해도 1~2곳에 그쳤다. 또한 채용 대행 형태도 매번 외항사 수시 공채가 있을 때에 한해 각 학원들이 수주경쟁을 거쳐 맡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심적인 한 X학원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외항사 채용 대행을 한다고 게시돼 있지만 수주를 통해 대행을 맡는다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광고를 하는 것" 이라며 "하지만 전체적인 채용 과정을 진행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행을 하더라도 학원생 뿐 아니라 타 원생,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1차 혹은 2차 면접생들을 걸러 주는 역할만 할 뿐이지만 자사 원생을 생각을 안할 수는 없는 것” 이라고 덧붙였다. 승무학원은 실력 있는 지원생들을 서류와 면접에서 선별해 줄 뿐 최종합격여부는 외항사 직원들이 직접 결정하기 때문에 학원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또한 일부 학원들은 자신들이 외항사 합격률이 높다고까지 홍보하면서 원생 모집에 나서고 있어 과대광고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말로만 높다고 할뿐 실질적인 외항사 취업률은 비공개로 전환해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중동항공사에 취업한 C양은 “처음에는 홍보문구만 보고 학원을 찾아갔었지만 영어실력과 채용 과정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다면 학원의 도움 없이도 합격이 가능하다” 며 “우리 회사에 입사한 한국인 동기들 역시 자신감 있는 영어 면접이 합격의 성패를 가른 것 같다” 고 말했다.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