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인턴 1기 만나보니

급여는 일 3만원… 직원들 간이침대서 쪽잠자는 열정에 놀라

마윈 회장 직접 만난 첫 대학생 인턴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 회사에 출근한 중국의 대부호이자 이곳의 회장 마윈에게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마윈 회장님, 저희는 한국에서 온 대학생입니다. 언젠가 회장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뒤, 마윈 회장은 정말 이들을 따로 불러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더 나은 실습을 위한 격려의 메시지도 전했다. 대화 끝에는 기념사진도 함께 찍었다.


이들은 지난 9월, 한국무역협회가 파견한 20명의 알리바바 인턴 1기다. 그리고 마윈 회장을 처음으로 직접 만난 외국인 대학생이기도 하다.




알리바바 인턴은 어땠을까? 자정까지 환한 사무실에 '깜놀'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기념사진을 찍은 1기 대학생 인턴들.



이번 알리바바 인턴십은 지난 5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마윈 회장의 면담 현장에서 성사된 프로그램이다. 이른바 '100인 프로젝트'로 전개된 이날의 만남 후, 실무를 맡은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7월, 알리바바 창립 사상 첫 외국인 인턴인 1기 20명을 중국 현지로 보냈다.


인턴십은 9월 18일까지 12주간 진행됐다. 그리고 이틀 뒤인 20일, 2기가 바로 바통을 넘겨받았다. 협회는 10월 둘째 주부터 약 한 달간 이번에는 인턴 3기를 선발한다. 선발 규모는 1, 2기 각 20명에 비해 50% 늘어난 30명이다.


진지민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글로벌연수실 과장은 “1기 인턴들이 잘 해준 덕에 2기 모집을 앞두고는 현지의 30개 부서에서 인턴을 요청해왔다”며 “한국 인턴을 전담하는 TF팀도 꾸려졌고 HR팀에도 지원을 맡을 담당자가 생긴 만큼 기대도 크다”고 설명했다.


10월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4층에서 열린 1기 수료식 현장을 찾았다. 실습을 성공적으로 마친 20명 중 세 명을 선정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알리바바 인턴 1기 3인

- 윤진식 : 90년생, 강원대 중어중문학과 8월 졸업

- 명 선 : 92년생, 건국대 중어중문학과 2016년 2월 졸업예정

- 오유진 : 91년생, 인하대 중국언어문화학과 4학년 재학



알리바바 인턴은 어땠을까? 자정까지 환한 사무실에 '깜놀'

10월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무역협회 주최 '제 1기 알리바바 해외인턴 귀국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보고회에서 인턴 1기 세 명을 만나 현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오유진, 명 선, 윤진식 씨. 사진=이도희 기자.



여러분이 첫 기수였잖아요. 어떻게 이번 알리바바 인턴에 지원하게 됐나요.


윤진식(이하 진식) : 한국무역협회에서 운영하는 GTEP이라는 무역전문가양성과정이 있는데 첫 기수는 이 프로그램 출신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졌어요. 아무래도 평소에 중소기업 사장님을 많이 만나고 또 이들 기업을 돕는 일을 많이 해왔거든요. 물론 이수자가 아닌 경우에도 지원할 수는 있었어요.


명선(이하 선) : GTEP을 하면서 알리바바의 B2B사이트를 많이 활용했어요. 그러다보니 알리바바라는 기업 자체에 대해서도 다른 친구들보다 친숙했죠.


오유진(이하 유진) : 전 GTEP 중에서도 지역 특화 청년 무역전문가 양성 사업을 맡았는데 그러면서 해외 박람회에서 해외 바이어를 만나기도 했죠. 또 저 역시 중국에 갈 때는 앞서 선이가 말한 알리바바 B2B 사이트를 많이 이용했고요.


인턴 채용 절차는 어떻게 됐나요?


선 : 서류전형과 면접 순이었어요. 서류전형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로 나뉘었는데 자소서 문항은 ‘전자상거래 경험 혹은 중국과 관련된 경험’을 국문과 중문 두 가지 버전으로 쓰는 것이었어요.



알리바바 인턴은 어땠을까? 자정까지 환한 사무실에 '깜놀'



유진 : 자소서 문항은 모두 같았는데, 전 중국에서 유학할 때 타오바오 시스템을 이용해 본적이 있어서 이 경험을 적었어요. 또 GTEP을 통해 두 차례 중국의 전시회를 방문했는데 이때 현지 바이어와 직접 제품에 대해 얘기했던 것도 녹여냈어요.


선 : 면접 때는 알리바바 코리아와 무역협회의 담당자가 중국어와 한국어로 약 한 시간 동안 질문했어요.


진식: 저에겐 지원동기와 알리바바의 어떤 점에 관심이 있고 이전에 어떤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지를 한국어로 물으셨고 중국어로는 중국에서의 재미있는 사건 등을 질문하셨어요.

선 : 전 인턴 때 언어나 문화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보셨어요.



알리바바 인턴은 어땠을까? 자정까지 환한 사무실에 '깜놀'



출국 전에 사전 교육도 받았다고요?


진식 : 이틀에 걸쳐 교육을 받았어요. 우선 한 전자상거래 회사의 담당자가 알리바바의 플랫폼이나 시스템 등을 알려줬고 나머지 하루엔 알리바바 코리아 담당자가 오셔서 회사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도착하면 어떤 부서에 배치받게 되는지 등의 제반사항에 대해 소개해줬죠.


중국에 도착해서는 주거비용 등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진식 : 협회 측에서 회사 근처 5km 이내의 아파트를 5개 정도 골라주셨어요. 비용은 자비부담이었는데 보통 4명이 한 방에서 잤고 방 하나당 월 3300위안(한화 약 60만원) 정도가 들었죠.


본격적인 업무는 어떻게 이뤄졌나요?


선 : 전 알리바바그룹의 쇼핑몰인 티몰의 글로벌한미사업부에 배치됐어요. 티몰글로벌에 입점한 한국기업을 분석하는 일을 맡았죠. 입점해 있는 한국기업이 40여개가 됐는데 현재 상황이 어떤지, 또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지를 발표했고, 기업별로 주력사업을 추천하기도 했어요.


진식 : 전 타오바오 안의 타오진비라는 플랫폼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았어요. 타오진비는 여러 입점 기업이 참여하는 이벤트 페이지인데 각 기업의 아이템을 분석하고 화면을 구성하고 최종적으로는 광고 및 홍보방안까지 꾸렸죠.


유진 : 저도 타오진비에 배치됐고 영업을 담당했어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11번가의 ‘쇼킹딜’개념이죠. 이벤트 주제 및 제품 선정, 디자인 구성, 판매자 모집에 최종적으로 인터넷에 게시하는 업무까지 도맡았어요. 사실 지금에선 쉬워 보여도 당시엔 갑자기 현지 사수가 ‘며칠까지 이벤트 전체를 구성하고 게시하는 것까지 하라’고 지시를 내려서 엄청 당황했죠.


선 : 티몰 글로벌은 알리바바의 큰 행사일정에 맞춰 움직인 적이 많았어요. 11월 11일이나 8월 8일 같은 경우요. 그럴 때 한국기업과 미팅도 많이 했죠. 8월 8일은 직접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이벤트가 보통 자정에 시작하다보니 직원들이 새벽 3시까지 남아서 소비자나 판매자의 문의전화에 바로바로 응대하더라고요. 11월 11일은 전 직원이 밤을 샌다고 하고요. 옆에 간이침대를 두고 쪽잠을 자면서 버티는 거죠. 그 얘기를 듣고 정말 ‘무섭다’ 했어요.



알리바바 인턴은 어땠을까? 자정까지 환한 사무실에 '깜놀'



급여는 어느 정도였어요?


진식 : 현지 인턴과 같이 일했는데 이 인턴과 비슷한 급여를 받았어요. 알리바바 측에서 지급하는 것이었고 하루 한화 약 3만원 정도를 받았죠. 근무시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고요. 한국에 비하면 적게 느껴지는데 현지 수준으로는 일반적인 정규직 급여보다 높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협회에서 초반에 초기정착금 개념으로 보조금도 일부 제공해줬어요.


알리바바 현지에서 근무해 본 소감이 어떤가요?


선 : IT기업이라 그런지 업무 속도가 굉장히 빨랐어요. 흔히 중국인을 ‘만만디’라고 표현하는데 절대 아니었죠. 워낙 다양한 일을 하다보니 사수조차 제 업무를 모를 때가 많아서 매일 3차까지 보고했어요.


진식 : 특이한 게, 직급이 없어요. 모두 닉네임으로 불렀죠. 저희에게도 ‘두 글자 중국어 닉네임’을 만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소통이 수월해보였어요. 회식도 많지는 않았어요. 주로 점심에 밖으로 나가는 정도? 평소에는 구내식당을 이용해요. 작은 구내식당 세 개, 외주식당 두 개가 들어와 있었고 다 중국요리였어요. 식비 일부는 알리바바에서 지원해줬죠.



알리바바 인턴은 어땠을까? 자정까지 환한 사무실에 '깜놀'



유진 : 그리고 엄청 늦게까지 일해요. 저녁 10시~11시에도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이 많아서 놀랐죠. 그래서인지 야식도 지원해주더라고요. 분위기는 자유로웠어요. 한국 회사라고 하면 보통 자기 자리에서 컴퓨터만 하는 약간 딱딱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알리바바는 노트북을 들고 소파나 쉼터에서 일할 수도 있고 잘 수 있는 공간도 있었어요. 대부분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았죠.


진식 : 아, 첫 출근 날 환영식을 한다고 다 같이 정장을 입었거든요. 그런데 모든 직원이 다 쳐다보는 거예요. 나중에 들어보니 저희가 경비업체직원인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복장이 자유로웠어요. 어떤 사수는 반바지와 민소매를 입고 조리를 신기도 했죠. 피서가는 것처럼요. 마윈 회장도 만났는데 정말 동네 아저씨 같았어요. 우리 팀은 총 12명이었는데 인턴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직원이었어요. 그래서 걱정도 많았는데 다들 따뜻하게 잘 대해주셨죠.


선 : 실제로 느낀 알리바바는 생각보다 훨씬 컸어요. 그래서 한국의 중소기업에겐 장벽이 매우 높아보였죠. 앞으로 중소기업이 이곳에 훨씬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보고 싶어요.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유진 : 개인적으로 꼭 가고 싶은 중소기업이 있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선 : 티몰글로벌에 입점해 있는 한국기업에 입사하고 싶어요. 담당자와 친분도 쌓았고 아무래도 높은 진입장벽을 넘은 곳이라는 제 나름의 지원기업 기준도 만들게 됐거든요. 그래서 지금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습니다.


진식 :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창업을 원하는 기업인들에게 전자상거래 노하우를 전수해보고 싶어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