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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채용 설명회에 막말까지... 기업의 채용 갑질"


본격적인 하반기 공채 시즌이다. 대학들에서는 기업의 채용 부스와 채용설명회가 우후죽순처럼 열렸다. 교내 채용부스와 채용설명회는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기업 채용 부스와 채용설명회를 방문했다 마음만 상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준비생을 울리는 기업의 채용설명회 ‘갑질’ 행태에 대한 취준생 6인의 제보를 소개한다.



[채용 뒷담화]  기업 채용상담·채용설명회 '갑질' 여전

이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한경DB

취준생 울리는 인사담당자의 막말


취준생 A씨는 학교에서 열린 잡페어에서 현대자동차 채용 부스를 방문했다가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채용 부스에서 상담을 진행하던 담당자의 태도 때문이었다. 학생들이 직무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 시종일관 “그런 건 알 수가 없다” “담당이 아니라 모른다” “그렇게 내보시던가요. 딱히 좋아할 것 같지는 않네요”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A씨가 자신이 지원하려는 직무가 많이 힘든지 묻자 “지금 힘들어하는 거 안 보이느냐? 힘드니 오지 말라”고 했다.


옆에 있던 학생의 연봉과 근무환경에 관한 질문에는 “연봉은 업무외적 요소다. 면접관이 그런 거 물어보는 사람을 채용하겠느냐?”며 쏘아붙였다. 질문한 학생이 “현직자가 아니고선 알기 힘든 근무환경이나 연봉 등에 대해 알려주고, 좋은 인재들이 많이 지원하라고 잡페어에 참가하는 거 아니냐”고 항변하자 담당자는 “그런 거 알려주려고 잡페어 하는 거 아니다, 직무 관련 질문만 하라”고 받아쳤다. 담당자의 불쾌한 언행에 부스를 방문했던 A씨와 다른 학생들은 곧 자리를 떴다.


B씨도 교내 잡페어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B씨는 “이력서를 들고 아모레퍼시픽 채용 부스를 방문했다. 인사담당자가 이력서를 훑어보더니 ‘회사에서 별로 안 좋아하는 스펙’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유를 묻자 ‘입사해서 회사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일 때문에 회사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채용 부스를 방문했던 C씨는 인사 담당자가 옆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면박을 주는 것을 듣고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C씨는 “질문한 학생에게 ‘은행 입사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며 상담 내내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보는 내가 다 민망했다”고 전했다. C씨는 “상담하는 동안 인사담당자가 자신의 회사가 아닌 다른 은행을 무시하는 투로 말하는 것도 듣기 거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채용 부스 운영 개선도 필요


L씨 역시 기업 채용 부스를 방문했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L씨는 “대기업 채용 부스는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줄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인사담당자가 학생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아무런 말도 없이 식사를 하러 가버렸다. 식사 하러 가기 전에 점심 식사시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미리 말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담당자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계속 기다릴 수도 없고, 나중에 방문하자니 다시 줄서서 기다려야 하니 짜증이 났다”고 덧붙였다.


무성의한 태도로 학생들의 불만을 사는 인사담당자도 있었다. K씨는 “상담을 받기 위해 잡페어를 방문했는데, 방문한 학생 수가 적어서인지 부스 담당자들이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어 상담하러 왔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허울뿐인 기업 채용설명회


기업 채용설명회는 기업의 채용절차, 자소서 작성, 인·적성검사, 면접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취준생들은 수업까지 포기하고 지원하려는 기업의 채용설명회에 참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실한 채용설명회로 인해 실망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일부 기업은 채용설명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기업 소개에 투자해 채용설명회라는 말이 무색했다.


L씨는 “모 기업 채용설명회에 갔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기업 소개에 할애해 채용설명회라기보다 기업설명회 같았다”고 말했다. P씨도 “모 기업 물산 상사부문은 한 시간 가량 채용설명회를 하면서 기업 홍보 동영상을 두 개나 보여줬다. 채용절차, 자소서 작성, 면접 등 정작 필요한 설명은 시간이 끝날 무렵 대강 설명하고 넘어갔다. 질의응답 시간도 짧아 필요한 정보를 얻기에 부족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려면, 좋은 기업이 돼야


취준생이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들의 이야기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한정돼 있다. 결국 취준생들은 기업의 채용 부스와 채용설명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얻기 어려운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 담당자에게 얻은 정보인 만큼 공신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취준생이 기업 채용 부스와 채용설명회를 방문했다 불만을 표출한다. 채용 부스와 채용설명회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기업이 얼마나 이를 성의 있게 준비했는지 보여준다.



강진주 인턴기자 jinjuk9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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