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덕후들의, 덕후에 의한, 덕후를 위한! 그들의 이야기


‘오타쿠’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사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오타쿠란 본래 일본에서 ‘집(宅)’을 뜻한다. 그 의미가 확장되어 가상세계, 만화, 첨단기술제품에 빠져 친구와 가족을 소홀히 하는 사람을 지칭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오타쿠, 흔히 ‘덕후’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을 의미한다. 자신이 어떠한 분야의 덕후임을 알리는 ‘덕밍아웃’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지금의 20대는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덕후들의 고충은 무엇인지 들어보고자 3명의 덕후를 만났다.


덕후들의, 덕후에 의한, 덕후를 위한! 그들의 이야기



좌담

박지윤(이화여대 4, 아이돌 덕후)

김희연(이화여대 4, 디즈니 덕후)

서미주(한국외대 3, 마블 덕후)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와 자신의 덕후 분야에 대해 한 말씀.

박지윤: 안녕하세요? 가수 신화를 좋아하는 여대생입니다. 아이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는 아이돌 덕후예요.


서미주: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막 마블의 매력에 빠진 초짜 덕후예요.


김희연: 안녕하세요? 저는 디즈니 덕후입니다.


어떤 매력 때문에 덕후로 활동하게 됐는지?

김희연: 어렸을 때 디즈니 영화를 즐겨 봤어요. 완전 덕후가 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전공 수업시간에 디즈니에 대해 배웠는데 ‘환상을 판다’는 아이덴티티와 테마파크로까지 이어지는 일관성 있는 마케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푹 빠져들었죠. 이젠 디즈니 베이비돌(디즈니 인물들을 실제 아기 크기로 축소제작한 인형)도 모으고, 디즈니 영화를 보면서 힐링해요. 영화를 보다 보면 별 것 아닌 일에도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는 느낌이어서 짜릿함도 느껴요.


박지윤: 오! 전공이 입덕의 계기가 되다니…. 저는 생각보다 간단해요.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신화가 8집 앨범을 내고 활동하던 때였는데, X맨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더라고요. 그 방송을 통해 신화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멤버들도 잘생겨 조금씩 찾아보다 덕질을 하게 되었죠.


서미주: 저는 원래 세계 문화산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미국 히어로물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마블과 DC코믹스를 접한 이후 운명처럼 입덕하게 되었죠. ‘어벤저스’처럼 히어로들의 콤비네이션을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온 뒤에는 더욱 빠져들었어요. 이들의 성격뿐만 아니라 각 히어로들의 티어(마블 내의 강함의 등급을 나타내는 용어, 1~9등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등급이 최상급)와 같은 디테일이 덕질의 매력이라 할 수 있죠.


덕후들의, 덕후에 의한, 덕후를 위한! 그들의 이야기

신화컴퍼니 제공



덕후라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

서미주: 좋은 점이라면 아무래도 <어벤저스>라고 할 수 있죠. 새로운 영화가 만들어지는 거요! 조만간 앤트맨과 데어더블도 개봉하기를 기대해요.


김희연: 덕후로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활력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보편적으로 싫었던 부분은 주변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다는 점, 덕후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 정도요.


박지윤: 공방(공개방송) 갔을 때! 팬클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르는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어떤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일 똑같은 하루 속에서 오아시스 같았죠.


덕후들의, 덕후에 의한, 덕후를 위한! 그들의 이야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자기 분야 덕후들의 온·오프라인 HOT PLACE는?

김희연: 디즈니 오프라인 핫플레이스는 두말 할 것 없이 디즈니랜드! 열심히 벌어 가야겠죠? 왜 한국에는 디즈니 숍이 없는지! 온라인 핫플레이스도 딱히 없어요.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도 디즈니 자체에 대한 카페보다 디즈니돌 카페만 활성화돼있어요. 가끔 디즈니 갤러리도 들어가는데, 엄청 열광적인 사람들은 소수에요.


박지윤: 아이돌 분야는 각자의 팬클럽이나 DC갤러리만큼 열광적인 곳이 없죠.


서미주: 한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전시회가 하나 있는데, 바로 ‘어벤저스 스테이션’이에요. 이번에 첫 번째 도시로 서울이 선택되어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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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픽쳐서 링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제공


이 세상 덕후들에게 한마디

서미주: 마블 덕질은 진리입니다! 한국인 신캐릭터도 탄생했다고 하니, 같이 마블 덕질합시다!


김희연: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분야의 덕질을 하는 분도 있고, 보편적으로 이해받을 수 있는 분야의 덕질을 하는 분도 있어요. 세상에는 많은 덕후들이 있지만 모든 덕질,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무엇인가를 굉장히 좋아할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멋진 일이에요.


박지윤: 덕후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한마디 하고 싶어요.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극단적 덕질을 보고 단편적으로 평가하지 말고, 그 속에 담긴 순수한 열정과 그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라봐주시면 좋겠어요!


글 지연주 대학생기자(단국대 국어국문 3)


온라인 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