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 탈스펙 기조 제대로 담았나

지난 6월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가 열려 124개 기업과 3000여명의 구직자가 참여했다. 이도희 기자



‘스펙초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직무중심 능력채용’...


최근 쏟아지고 있는 ‘탈스펙’ 기조를 담은 첫 채용박람회가 개최됐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지방노동청,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 주최로 6월 8일 서울 코엑스 1층 B1홀에서 열린 ‘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가 바로 그 것.


이날 행사에는 채용수요가 있는 총 124개 업체와 함께 구직을 희망하는 3000여명의 취업준비생이 참여했다.


특히 메르스의 여파로 구직자 참가자 수가 주최 측의 예상인원인 1만 명을 한참 밑돌았다. 행사장에서는 메르스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참가자 모두에게 일회용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했다.



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 탈스펙 기조 제대로 담았나



9개 부스 마련… NCS 상담 부스도


기업 부스는 NCS 활용 공공기관, NCS·일학습병행기업관, 시간선택제기업관, 기업대학관, ISC 기업관, 대기업관, 코스닥/코스피 상장기업관, 외국인투자기업관, 우수 중견/중소기업관 등 9개로 구성됐다.


특히 최근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원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된 쿠팡의 부스가 큰 관심을 받았다. 쿠팡은 현장에서 직접 배달서비스를 맡을 ‘쿠팡맨’ 채용 면접을 진행했다. 쿠팡은 이번에 고졸 이상 지원자를 대상으로 총 800명의 쿠팡맨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 탈스펙 기조 제대로 담았나



부대행사로는 토크콘서트와 채용설명회 등 다양한 코너가 마련됐다. 토크콘서트에는 방송인 박슬기 씨와 웃음치료사 한광일 박사가 참여했다. 채용설명회에는 대우정보시스템 등 4개 기업의 담당자가 연사로 나섰다.


행사장 입구에는 NCS 제작 기관 중 한 곳의 담당자가 참여해 NCS관련 궁금증을 해결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스펙초월인 듯 스펙초월 아닌 스펙초월 박람회


하지만 이번 박람회가 기존의 ‘스펙중심’ 채용 기조를 바꾸는 데는 조금 부족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현재 스펙이 문제가 되는 곳은 대개 대졸 중심의 대기업 채용시장인데 박람회 참가 기업은 대개 중소기업이거나 대기업 중에서도 ‘영업’ ‘제조’ ‘조리’ 등 전문직종을 채용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는 게 그 이유다. 이들 분야는 기존에도 학력이나 어학성적 등 정량적 스펙 대신 직무능력이 중시돼 왔다.


채용 방법 역시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로 전체 124개 기업 중 NCS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곳은 NCS 활용 공공기관 4곳과 NCS·일학습병행기업 13곳이 전부였다. 나머지 기업은 채용 수요가 있는 일반 기업이었는데 대개 “채용방식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반응이었다.



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 탈스펙 기조 제대로 담았나

사전에 각 기업에 제공된 NCS 기반 입사지원서. 이도희 기자



행사 주최 기관인 고용노동부 강남고용노동지청 측은 “사전에 각 기업 담당자에게 이력서나 면접 질문을 NCS 기반으로 재구성해줄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력서도 NCS 기반 입사지원서를 활용해줄 것을 요청했고 면접 질문 역시 “최대한 직무와 관련된 질문을 해 달라”고 전했다.


하지만 강제사항이 아니다 보니 기업들은 다른 박람회와 마찬가지로 자율적으로 채용을 진행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기존에 활용 중인 이력서나 면접질문을 바꾸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권고사항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 탈스펙 기조 제대로 담았나

일부 대기업 부스는 현장 면접 대신 공채 상담 위주로 운영됐다. 이도희 기자



채용설명회도 마찬가지였다. 대우정보시스템, 앱코 코리아, 나이스평가정보, 자라리테일 등 4개 기업 담당자가 채용설명회 연사로 나섰지만 설명회 내용은 ‘스펙초월 채용’ 대신 기업 현황이나 기존에 해오던 채용전형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한모씨는 “올해부터 NCS가 도입되는 등 최근 새로운 탈스펙 전형이 많이 생겼는데 자세하게 어떤 전형인지 감이 안 올뿐 아니라 실효성이 있는지도 알 방법이 없다”며 “그러던 차에 도움을 받고자 박람회에 참여했는데 생각보다 행사 구성이 일반적이라 조금 아쉬웠다”고 전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