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으로 몰락한 국가들

지금도 많은 국가는 무분별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불러온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포퓰리즘이 한 정당은 물론 국가 전체의 흥망까지 가른 것이다.



대기업 면접 시사상식 '꽃할배와 포퓰리즘 하면 떠오르는 국가는요?'

아르헨티나는 한때 유럽 사람들이 이민 가길 원할 정도의 선진국이었다. 세계 5대 경제대국에 속했다. 하지만 1946년 당시 후안 페론 대통령이 내세운 ‘페로니즘(페론 대통령의 대중영합정책 노선)’ 여파로 경제규모가 세계 60위권으로 추락했다. 은퇴자 570만명의 연금액을 한꺼번에 37%나 올려주고, 국가 총예산의 19%를 생활보조금에 쓰는 등 선심성 정책이 이어지면서 재정이 바닥났다.


현재 아르헨티나 경제는 40%에 달할 정도로 높은 물가상승률과 극심한 외화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다.



대기업 면접 시사상식 '꽃할배와 포퓰리즘 하면 떠오르는 국가는요?'


지나치게 관대한 연금제도로 경제 파탄을 맞은 대표적 나라는 그리스다. 그리스는 유로존 편승효과로 2004~2008년만 해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15년만 일하고 회사를 그만둬도 은퇴 전 월급의 95%를 연금으로 주는 정책을 남발하면서 경제위기가 닥쳤다.


2009년 경제성장률은 -2%를 기록했고 2011년엔 하락폭이 -4%까지 커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65%에 달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베네수엘라도 마찬가지다. 베네수엘라는 해외에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식료품 제공 등 선심성 정책을 이어왔다. 하지만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으며 통화가치는 50% 가까이 하락했고 물가는 60% 넘게 올랐다. 글로벌 신용등급은 추락했고 디폴트 경고까지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하루에 원유를 260만배럴 생산하지만 이 중 절반은 수익을 못 내고 있다. 유가보조금을 지급해 기름을 물보다 싼 가격에 팔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가보조금을 폐지해야 경제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태국의 페론’으로 불리는 탁신 친나왓과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도 선심성 정책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경제를 얼어붙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떤 병이든 30바트(약 1000원)면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 도입과 쌀 수매가격 2배 인상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정치적 혼란과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결국 작년 쿠데타로 정권을 잃었다.


지난해 기준 태국 국민의 1인당 소득은 5400달러로 1996년에 비해 8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은 10배, 한국은 2배 늘었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koko@hankung.com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