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에서 정규직으로’
만 23세에 롯데홈쇼핑 신입PD된 강성현 씨
“자소서 한 번 써본 적 없는데 신입사원 돼 있더라고요”
[PROFILE]
강성현
1992년생
용인대 디지털미디어학과 졸업
2013년 10월 제4회 롯데그룹 아이디어 공모전 은상
2014년 7월 롯데홈쇼핑 하계인턴
2015년 1월 롯데홈쇼핑 방송PD생활팀 입사
입사 4개월차 롯데홈쇼핑의 신입PD 강성현 씨는 입사비결로 직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꼽았다. 이승재 기자.
롯데그룹이 5월 12일부터 21일까지 하계인턴을 약 400명 채용한다. 이중 일부에게는 정규직 전환 혜택도 주어지는 만큼 역시 많은 구직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입사 4개월차 롯데홈쇼핑의 신입PD 강성현 씨는 올해로 만 23세다. 동기 여학생들보다도 이른 나이에 회사원이 된 강씨는 자소서 한 번 써본 적이 없고 인적성검사 책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보다 전공 관련 활동에 열의를 쏟은 덕에 취업에까지 성공했다. 그야말로 요즘 화두인 직무중심 채용의 산증인인 셈이다.
공모전으로 넘은 취업의 벽
대학 입학과 함께 영상제작의 재미를 알게 된 강씨가 대학 2학년 때부터 2년간 도전한 공모전은 16개에 달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6전16패. 그리고 2013년,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온 힘을 쏟아 도전한 ‘제4회 롯데그룹 아이디어 공모전’이 그의 미래를 바꿔놨다.
수상 비결은 계속된 실패에서 얻은 나름의 노하우였다. 역대 수상작을 비교 분석해 공통점을 찾는 것. 팀원도 직접 선발했다. 공모전으로 이름 좀 날린다는 선배들을 직접 찾아다녔고 그렇게 세 명은 여름방학 한 달을 꼬박 공모전 준비에 매진했다.
“당시 롯데홈쇼핑의 주제는 ‘크리에이티브 영상공모전’이었어요. 말그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했죠. 고심 끝에 롯데홈쇼핑만의 젊은 캐릭터 ‘롯데맨’을 만들어냈어요. 배송이 상자로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캐릭터 머리에 상자를 씌웠죠. 그리고 실제로 면접장에도 상자를 쓴채 들어갔는데 면접관들도 웃으며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마침내 강씨는 은상을 받았고 상금 200만원과 함께 조원 세 명 중 개인 사정이 있었던 한 명을 제외한 다른 한 명과 나란히 롯데홈쇼핑 PD 인턴 기회까지 얻었다. 4학년 1학기 여름방학 때의 일이었다. 공모전에만 매달리느라 자소서 한 번 써 본적 없고, 면접 스터디 한 번 해본 적 없었지만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다 보니 값진 결과까지 얻은 것이다.
2014년 7월, 생활팀의 인턴PD가 된 강씨는 사수를 보조하며 PD의 전체 업무체계를 배워나갔다. 그가 주로 맡은 일은 방송 중간에 노출되는 야외 촬영 영상 제작이었다. 선배와 함께 직접 밖으로 나가 시민 인터뷰도 진행했다.
PD에게 ‘소통능력’과 ‘관찰력’ 중요한 것 같아
2개월 후 본격적인 정규직 전환 심사가 치러졌다. 심사는 근무부서 평가와 개선과제 발표, 임원면접으로 구성됐다. 특히 개선과제는 주제를 스스로 정할 수 있었는데 강씨는 남성 생활용품 판매를 제안했다. 실현가능성을 뒷받침 하기 위해 남성시청률 증가세 등 관련 자료도 꼼꼼히 준비했다.
하지만 면접 당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질문이 나왔다. ‘배경음악은 어떤 것을 사용하겠느냐’, ‘쇼호스트를 누구로 쓰겠느냐’는 것.
“방송 콘셉트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것을 보지 못했던 거예요. 홈쇼핑 PD의 업무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깨달았죠.”
이어진 전환면접에서도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 면접관들은 그의 어린 나이를 걱정했다. 강씨는 “감독님들에게 정중히 부탁하고 실수를 막기 위해 남보다 몇 배 노력하겠다”는 진심을 전달했고 마침내 합격 티켓을 거머쥐었다.
현재 강씨는 롯데홈쇼핑의 여러 방송을 고루 담당하고 있다. 고정 프로그램도 있다. 요리연구가 및 쇼호스트와 함께 식품을 판매하는 방송인 ‘최상의 요리비결’이다. 주로 자료화면 제작을 맡는다.
오전 9시 회사에 출근해 오전에는 전날 촬영한 영상을 편집한다. 오후에는 실제 현장에 나가 촬영을 한다. 또 생방송 전 틈틈이 방송 전략을 짜고 방송 후에는 리뷰 회의를 한다.
아직 입사 1년도 채 안된 새내기지만 강씨는 요즘 PD에게 꼭 필요한 역량 두 가지를 절감하고 있다. 바로 소통능력과 관찰력이다.
“공모전이나 학교 과제를 할 때는 혼자하거나 동급의 선후배와 하니 소통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직장인이 된 후에는 한층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해야하니 어렵더라고요. 원하는 바를 스태프나 감독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죠.”
주변을 넓게 보는 능력도 중요하다. 상황에 맞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게 강씨의 생각이다.
“한 번은 정수기 론칭쇼 촬영이 있었어요. 원래 계획은 쇼호스트가 정수기 물을 시음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었는데 마침 한 관람객이 물잔을 빛에 대고 쳐다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무척 예뻐보여 이 장면을 찍게 됐죠. 계획에 없던 장면이었는데도 의외로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취미와 특기가 직업으로까지 연결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강씨는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공모전을 적극 추천한다.
“공모전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견해를 나눌 수 있게 해 주는 소통의 창이에요. 게다가 저처럼 취업에도 도움을 주죠. 요즘 입사에 스펙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공모전은 학력이나 어학성적을 보지 않아요.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죠.”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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