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노력·창의력만 가지고 있으면 우리 회사의 일원 될 수 있다"

"2년 전 공채 때 10개 매장에서 알바하며 추천서까지 받아온 지원자 안 뽑을 수 없더라"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 면접현장에서 나온 강태선 대표이사의 조언이다. 8일 블랙야크·동진레저의 2015 대졸 신입공채 산행면접이 열렸다. 블랙야크는 지난 2013년 신입공채부터 지원자와 면접관이 등산복 차림으로 함께하는 산행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단체 산행을 통해 지원자의 도전정신이나 리더십, 팀워크 등을 평가하기 위한 면접 방식이다. 아웃도어 전문업체의 특색을 반영한 블랙야크의 독특한 산행면접에 동행했다.


8일 오전 9시 45분,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 주차장에 버스 세 대가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블랙야크·동진레저 상반기 공채에서 실무진 면접을 통과한 90여 명의 지원자. A조부터 I조까지 열 명씩 구성된 아홉 개 조가 한 줄로 모여섰다. 집결과 동시에 미리 공지한 준비물 검사가 이뤄졌다. 이어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은 상식 테스트. 면접관은 10개 문항이 담긴 필기 시험지를 지원자에게 나눠줬다. 회사 역사·관계사 등에 대한 질문부터 우리나라 최고봉인 한라산의 높이, 에베레스트 산을 최초로 오른 인물을 묻는 문항이 눈에 띄었다.



[동행 취재] 블랙야크 산행면접

8일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에서 블랙야크의 산행면접이 진행됐다. 지원자들이 산행에 앞서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있다. 사진=블랙야크 제공



10시 15분, 안전한 산행을 위한 준비운동이 시작됐다. 지원자는 진행자의 구호에 맞춰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회사 관계자는 "정상 등반 여부 등 지원자의 체력적 부분은 평가항목에 없다"며 안전을 거듭 강조했다. 회사 측은 이날 아홉 명의 산악 안내인(세르파)을 조별로 배치해 산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지원자는 축령산 수리바위와 남이바위를 거쳐 헬기장에 집결한다. 점심을 먹은 뒤 886m 정상에 오르게 된다. 하산 중 잔디광장과 주차장 등에서 조별 미션을 수행하며 일정을 마무리 한다. 조별 두 명씩 배치된 면접관은 지원자의 미션 수행과정을 지켜보며 개별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동행 취재] 블랙야크 산행면접

8일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에서 블랙야크의 산행면접이 진행됐다. 지원자들이 힘찬 발걸음으로 산을 오르고 있다. 사진=블랙야크 제공



10시 20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산행 시작 10여 분만에 지원자는 물론 면접관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혔다. 여기저기서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세르파는 지원자의 체력을 감안해 틈틈이 쉬어가며 등산 시 배낭 바르게 메는 법 등의 산행팁을 전했다. 지원자들은 산행 중 가파른 구간에선 뒷사람의 손을 잡아줬다. 다른 지원자의 풀린 등산화 끈을 대신 매주는 모습도 보였다. 지원자들은 산행이라는 힘든 과정을 통해 경쟁자 관계를 넘어 서로 하나 되는 색다른 광경을 연출했다.


지원자들은 산행 시작 두 시간여 만에 축령산 정상 바로 옆 구간인 헬기장에 다다를 수 있었다. 조별로 모여 회사 측이 준비한 꿀맛 같은 도시락을 맛봤다. 식사 후에는 마치 대학 MT에 참가한 선후배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담소를 나눴다. 블랙야크 마케팅 부문 지원자 최성령(25) 씨는 "산행면접을 통해 친해진 지원자가 너무 많다"며 "조원 모두 합격해 다시 축령산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동행 취재] 블랙야크 산행면접

8일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에서 블랙야크의 산행면접이 진행됐다. 지원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블랙야크 제공



점심을 마친 지원자들은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후 1시 15분, 드디어 축령산 정상에서 사방이 확 트인 이른 봄의 절경을 맛볼 수 있었다.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간단한 기념사진 촬영과 함께 정상 정복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진 하산 길. 오를 때와 달리 다리에 힘이 풀려 힘든 기색을 보이는 지원자가 다수 눈에 띄었다. 하루 전 내린 봄비 탓인지 미끄러운 구간도 많았다. 지원자들은 "미끄럽습니다", "조심하십시오"라고 외쳐가며 서로 독려했다.


오후 2시, 하산 길 중간에 위치한 잔디광장에서 조별 미션이 진행됐다. 신체나 주변 사물을 이용해 자신의 조를 표현하는 미션이다. 15분간의 논의를 거쳐 표현방식을 결정한 뒤 사진 촬영을 했다. 촬영된 사진은 출발지에 전시된다. 이후 조별로 결과물을 발표하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조별 논의 과정을 통해 개개인의 창의력이나 리더십, 협동심을을 엿볼 수 있는 미션"이라며 "면접관은 눈에 띄는 지원자를 체크해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동행 취재] 블랙야크 산행면접

8일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에서 블랙야크의 산행면접이 진행됐다. 지원자들이 텐트 조립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블랙야크 제공



오후 3시 30분, 지원자들은 출발지였던 주차장 주변에 도착했다. 이어진 과제는 조별로 15분 안에 텐트를 설치하고, 5분 안에 해체하는 미션이다. 지원자는 하산 중 야영장에 설치된 텐트의 형상을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미리 파악하고 난 뒤였다. 기억을 더듬어가며 텐트를 조립하는 손길이 분주했다. 우선 그라운드 시트를 바닥에 깔고 이너텐트와 폴대를 조립한다. 그라운드 시트와 이너텐트를 결합해 텐트의 외형을 갖춘 다음 외부 덮개 폴대를 조립하고 이너시트에 씌우면 5인용 텐트가 완성된다. 혼자서는 좀처럼 수행하기 힘든 복잡한 과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성공 여부를 떠나 조립·해체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개인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미션"이라고 설명했다.



[동행 취재] 블랙야크 산행면접

8일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에서 블랙야크의 산행면접이 진행됐다. 지원자들의 조별 표현 미션 결과물이 전시됐다. 사진=블랙야크 제공



오후 4시 20분, 이날의 마지막 미션이 진행됐다. 잔디광장 미션 결과물에 대한 조별 발표시간. 조원들의 번호표와 깃발을 이용해 히말라야 정상에 오른 지원자들을 형상화한 사진이 눈에 띄었다. 회사의 주춧돌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인간 피라미드 형태를 구성해 봤다는 설명도 재미있었다.


동진레저 영업부문 지원자 임성진(27) 씨는 "지원자는 물론 회사 관계자와 함께 땀 흘리며 호흡하는 색다른 면접방식에 만족한다"며 "합격하면 좋겠지만 오늘 경험만으로도 당분간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호 블랙야크 인사총무부장은 "지원자 개개인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산행면접을 진행하고 있다"며 "산행을 통해 미리 다져진 우정이 입사 후에도 이어지면서 신입사원의 이직률을 낮추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랙야크는 경영지원과 마케팅, 영업, 상품기획, 디자인, 소싱 부문에 대한 2015년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캠핑용품 전문 브랜드 '마운티아'로 유명한 동진레저는 영업 담당 인재를 모집한다. 두 회사는 30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 달 13일 서류접수를 마감했다. 5,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서류전형에서 200여 명의 지원자를 걸러 실무진 면접을 진행했다. 실무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직무 수행능력을 보기 위한 역량·PT면접이 이뤄졌다. 산행면접에 이어 이르면 오는 17일 50여 명을 대상으로 임원면접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종 합격자 발표는 4월 말쯤 이뤄진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