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동아리 열전


한국외대 창업동아리 HUVE

“BE:BRIDGE, 우리 음료는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될 것입니다”


“꼬까다 베네수엘라 한 잔이오.” 귀를 의심했다. 주문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한국인.

그럼에도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리는 이곳은 지난해 7월 홍대 앞에 문을 연 세계음료 전문점 ‘BE:BRIDGE(베브릿지).’ 한국외대의 5평 남짓한 작은 동아리방에서 시작해 이제는 백화점과 영화관의 러브콜을 받는 어엿한 사업체로 성장했다.

베브릿지는 음료 ‘베버리지(Beverages)’와 다리 ‘브리지(Bridge)’의 합성어로,

음료를 통해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담았다.

베브릿지가 세계 문화교류의 장이 되기를 꿈꾸는 이들.

조현우(대표·한국외대 이란어 4)·김연지(운영팀장·한국외대 경영 4)·이정욱(시설구매팀장·한국외대 법학 4) 이다.


“BE:BRIDGE, 우리 음료는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될 것입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정욱(시설구매팀장·한국외대 법학 4)


한국외대 창업동아리 ‘HUVE’는 어떤 곳인가?

HUVE는 2005년 만들어진 창업동아리로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Venture Ecosystem’의 약자다. 한국외대에서 벤처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는 취지에서 지은 이름.

브릭스 창업동아리 선정을 시작으로 2007년 대학생 아이디어상 수상을 포함해 10여 차례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실력파 동아리다.

현재 15명 정도의 인원이 활동 중이며, 동문기업으로는 모바일 마피아게임 'TEAM42', 기업 식대관리 시스템 ‘벤디스’, 교육경영 프로그램 개발 기업 ‘한국교육경영연구원’이 있다. ‘휴브’라고 잘못 읽는 사람들이 있는데 ‘허브’가 맞다. (웃음)


‘세계 음료’를 아이템으로 한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창업은 자신이 평소 관심 있거나 잘하는 분야에서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셋은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이 없었다. 창업하기에는 기술도, 자본도 부족했다.

막막하던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은 바로 우리가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 글로벌 하면 한국외대, 한국외대 하면 글로벌 아닌가? 우리는 40여 언어학과를 보유한 한국외대의 특성을 살려보고자 했고, 그렇게 나온 아이템이 세계 음료였다. 설령 다른 사업체에서 모방한다고 해도 우리가 가진 한국외대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이길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우리가 한국외대 학생임을 밝히면 모두 ‘아, 그래서….’라고 할 정도니까.


“BE:BRIDGE, 우리 음료는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될 것입니다”

▲홍대에 위치한 베브릿지


창업 준비과정은?

5만, 10만 원씩 동아리 회원들이 알바를 해서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6개월 동안은 공정무역 커피전문점을 운영했다. 당시 우리는 커피 원두를 믹서에 갈 만큼 카페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였다. 결과는 처참했다.

하루에 10잔도 못 팔 때가 많았다. 그마저 10잔 중 7~8잔은 우리가 사먹은 것들이었다.

계속되는 영업부진으로 결국 한 학기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방학 내내 합숙을 했다. 머리를 맞댄 끝에 나온 아이템이 세계음료전문점이었다.

우리는 ‘허브 더 카페(huve the cafe)'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도전했고,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하루에 400잔을 파는 인기 카페로 거듭났다.

그렇게 1년이 지나 또 한 번의 리뉴얼을 거친 후 지금의 베브릿지(BE:BRIDGE)가 탄생했다.


동아리에서 시작한 창업, 개인창업과는 다른 고충이 있었을 듯싶다.

우리는 12 남짓한 동아리방에서 카페 운영을 시작했다.

공간이 좁다는 점도 문제였지만 수도시설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음료를 파는데 수도시설이 없다니, 말도 안 되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물도 정수기에서 직접 떠와야 했고, 개수대가 없어 음료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나 손님들이 남기고 간 음료를 모두 모아 학교 화장실에 버려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무거운 물통을 사용해 물을 떠오고 버리는 고생스러운 상황이 반복됐다.

설거지도 영업이 끝난 후 모아서 화장실에서 했다. 물론 깨끗이 닦았다. (웃음) 동아리방에서 시작하다보니 시설이 열악해 힘든 점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해 나간다는 재미도 있었다.


동아리 회원들과 갈등도 있었다. 동아리방을 전부 우리가 쓰는 바람에 다른 회원들은 동아리방에서 쉬거나 공간을 활용할 수 없었다. 처음 이 아이템을 냈을 때부터 동아리방 사용 문제로 회원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그런 식으로 해서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열에 아홉은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학교의 창업보육 시스템이 부족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아쉬움이었다. 한국외대는 창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창업보육센터마저 공대가 있는 용인캠퍼스에만 있다. 그나마 IT 계열을 제외하고는 지원이 별로 없다. 도와줄 전문가들이 없다는 점이 힘들었다.

“BE:BRIDGE, 우리 음료는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될 것입니다”

베브릿지를 성공으로 이끈 요소는?

대학마다 특징이 있다. 학교 특색에 맞게 아이템을 잘 선정한 것이 첫 번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창업 동아리 부원들의 목적의식. 창업 동아리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두 분류로 나눠진다. 하나는 창업을 목표로 동아리부터 실력을 쌓아나가려는 사람들, 또 하나는 창업 동아리를 자신의 이력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세 명 모두 창업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제쳐두고 창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학점은 사실 셋 다 포기했다. 매일매일 살아남기 위해 밤마다 회의를 하고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고쳐나갔다.

사업을 시작하고 하루에 5시간 이상 자 본적이 없을 정도. 창업을 창업으로 온전히 생각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 생각한다.


동아리를 기반으로 창업할 때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은?

동아리는 단체이기 때문에 어떤 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와 긴밀한 협조관계다.

동아리를 기반으로 창업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동아리 내에서 수익활동을 하겠다는 뜻이다.

수익활동을 시작하는 순간 학교의 처지에서는 동아리 차원을 벗어난 사업체로 보게 된다.

우리의 경우 2년 동안 학교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동아리 내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조율해왔다. 우리는 수익을 전액 학교에 기부하고 상업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만일 우리가 번 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면 학교와 연계는 끊어지고 동아리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학교가 곤란해지지 않도록 계속 신경 써야 한다.

“BE:BRIDGE, 우리 음료는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될 것입니다”

외국인 직원이 많은 것으로 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만 올 수 있는 카페인가?

영어는 물론 한국어를 전혀 못해도 들어올 수 있다. 세계 음료 전문점답게 메뉴판을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영어, 불어 등 6개로 준비해 놓았다.

베브릿지는 세계 음료를 마실 수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직원으로 채용한다. 소셜벤처로써 유학생들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서다. 외국에 나간 한국학생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 한다.

돈을 버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그 커뮤니티에 융합되기 위함이다.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유학생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부분이 부족한 편이다.

고작해야 중국인 친구들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정도다. 지금은 비자 문제나 유학생활이 끝나 본국으로 많이 돌아간 상태지만, 다시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반응이 좋은 메뉴는 무엇인가?

우선 ‘쩐쭈나이차’. 홍차를 직접 우려내고 파우더가 아닌 진짜 우유를 쓰기 때문에 깊은 맛이 난다. 한국외대에서 다른 메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팔렸다.

다음은 ‘꼬까다 베네수엘라’. 전국에서 우리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경희대에 다니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학생과 함께 개발했다. 코코넛밀크와 시나몬을 섞어 남미 해변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대만식 대패빙수도 인기다. 종류는 타로빙수와 망고빙수가 있다. 대만의 3대 빙수 전문점으로 꼽히는 ‘스무시’와 ‘삼형제’에 들른 적이 있는데, 우리 빙수가 더 맛있었다. 내 생각에는 우리 빙수가 전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웃음)

마지막으로 ‘아사이볼’이 있다. 아사이볼은 하와이식과 브라질식이 있다. 현재 한국에서 아사이볼로 가장 유명한 ‘삼바존(옛 보뚜 아사이)’은 하와이식으로 조리한다. 우리는 브라질식 아사이볼을 제공한다.

“BE:BRIDGE, 우리 음료는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될 것입니다”

베브릿지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베브릿지라는 매장,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음료와 음식으로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다.

베브릿지가 외국인과 한국인, 특히 외국인유학생과 한국 대학생들의 만남의 장이 됐으면 한다.

서로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꿈꿔본다.


창업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처음 동아리방에서 시작했을 때 우리는 돈도 없었고, 시설도 부족했고, 판매도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의 베브릿지가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해봐야 창업은 시작된다.

작은 돈이라도 투자해서 물건을 팔아본다든지, 실제로 보고서를 작성해본다든지 하는 식으로 작은 것이라도 행동으로 옮겨봐야 한다.

시장의 반응은 예상할 수 없지만 실행 후 반응이 나오면 그에 맞춰 다시 계획하고 실행하는 단계를 거쳐나가면 된다. 겁먹지 말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겁먹은 상태라도 무엇인가 수익을 목표로 팔아보기를 바란다.

중요한 것은 경험이 목표가 아니라는 말이다. 창업은 스펙 쌓기가 아니다. 창업은 창업 그 자체다.

글 한선주 기자 jour_cindy93@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