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대학에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과 새 학기를 맞는 재학생이 설레는 시기가 돌아왔다. 하지만 취준생들이 슬슬 긴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상반기 공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당장 취업이 급한 고학년은 물론 미리 취업의 감을 익히려는 저학년들이 숨죽이며 채용시장을 지켜보지만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취업전문가와 취준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5 취업 즉문즉답이다.



[2015 성공 취업 전략서] “취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좌담회 참석자

김정한 도시바일렉트로닉스코리아 인사총무팀 상무

박서진 동국대 취업지원센터장

대학생기자 유재성(경북대 신문방송 3)·이세진(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국제경영 4)



[2015 성공 취업 전략서] “취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세진 2015년 채용시장 트렌드를 짚어 달라.

서진 구체적인 것은 채용공고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CJ그룹과 IBK기업은행 등은 지난해보다 더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기관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뽑는다고 한다. 그런데 취업준비생들은 취업포털의 설문 조사 결과를 얼마나 믿는지 모르겠다. 주변에는 취업하지 못한 사람이 참 많은데, 그런 조사 결과를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취업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것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자신의 것을 착실히 준비하면 된다.


정한 올해 채용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엔저도 지속되고, 한국기업들의 경쟁력도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아베노믹스가 나름대로 자리잡아가고, 흑자로 전환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기업은 이제 특별한 장르를 개척하지 않고서는 ‘반짝 실적’에 그칠 수 있다. 삼성의 경우 모바일로 대변되는 최첨단 장르를 따라가 세계 1위가 된 것이다. 독자적 비즈니스를 개척해야 한다. 성장해야 더 채용할 수 있다. 기업에 채용 관련 문의를 하면 대외 이미지 때문에 보통은 부정적으로 대답하지는 않는다. 채용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워야 하는데, 그것은 그대로 두면서 말로만 인원을 늘린다며 연기를 하는 셈이다.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분명한 것은 2015년 채용시장의 화두는 ‘직무중심’이라는 점이다.



재성 상황이 그렇더라도 일자리를 늘려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는 없나?

정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탄력성이 좋지 않다. 기업이 단순히 성과가 나쁘다고 해서 노동자를 해고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해고자를 낙오자로 바라보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취업 기회도 줄어든다. 외국은 해고에 대한 규제가 덜하다. 부부가 궁합이 안 맞으면 이혼할 수 있는 것처럼 노동시장의 탄력성이 좋아져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서진 경직된 채용시장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직장만 보고 취업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직장보다 직종을 생각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자신만의 경력을 어떻게 쌓아나갈 것인지 생각하고, 퇴직 후까지 고려해 전문가가 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세진 추천할 만한 히든챔피언(중견·강소기업)이 있나?

정한 나를 알고 직무를 알아야 목표가 분명해진다. 취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의료시장은 커질 것이다. 특히 의료기기시장은 전 세계적인 블루오션이다. 로봇산업도 매력적이다. 첨단 부품·소재부문도 촉망받고 있다. 에너지부문도 추천한다. 로봇이 필요한 분야는 더 많아질 것이다. 대체에너지 개발이 중요해지면서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증폭될 것이다. 에너지는 산업의 근간 아닌가.


서진 정부가 인정하는 히든챔피언 잡 페스티벌 등에도 많이 가본다. 하지만 실망할 때가 많다. 외형적 성장이 좋은 기업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취준생들도 겉으로 보이는 기업의 화려한 면에 주목하지 말고, 발품을 팔더라도 기업의 내실을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2015 성공 취업 전략서] “취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재성 기업에서 직무능력을 본다는데, 대체 어떻게 평가하는가?

서진 기업은 사람을 뽑는 것이지 기계를 뽑는 것이 아니다. 경력 한 줄로 과연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 평소 ‘사람이 기계보다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관계지향성을 갖는 것이 사람이다. 또 사람만이 도덕성을 갖췄다. 창의성·통찰력 등도 로봇은 지닐 수 없다. 이런 것에 기반을 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정한 기업은 조직이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동과 융화다. 인턴을 통해 목표의식을 갖고 일하다 보면 이런 것들을 섭렵할 수 있다. 비전공자라도 관련 경험을 꾸준히 해왔다면 전문성 제고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많은 경험을 하되 자신만의 맞춤형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세진 인문계 전공자들은 취업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정한 인문계 출신의 수요는 주로 영업이나 마케팅 직군에서 발생한다. 인사·홍보 등도 있지만 잘 뽑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인문계 전공자들은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이공계보다 전문적인 스킬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대신 인문학적 소양을 꾸준히 쌓으면 된다. 그래서 책·신문·사람·사색이 중요하다. 책과 신문을 읽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사색하는 것이다. 또 이런 모든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진 ‘인문계 출신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하고, 다 잘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만큼 힘들다. 하지만 전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과 관련한 경험들을 덧붙여간다면 그리 불리할 것도 없다.



[2015 성공 취업 전략서] “취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재성 월별로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까?

정한 희망 직무를 두세 개로 정하는 것은 상관없다. 세상은 불확실성의 연속이 우연히 만나 일정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희망 직무를 딱 하나로 정하기에는 아직 아쉬운 나이다. 그래서 월별계획도 좋지만, 현재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을 직무에 맞게 하는지 점검하는 것부터 챙겨보자. 또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라. 자신만의 데이터를 쌓아가는 것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직무에 관련된 역량과 인성을 갖춘 사람이다. 기업이 진정 바라는 것은 최고의 인재가 아니라 최적의 인재라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자격증이 100개 있다고 해도 직무와 관련이 없다면 소용없다.


서진 상반기 공채가 시작되는 시점에 자소서를 쓰면 늦은 감이 있다. 무수히 많은 기업이 있지만 자소서에는 공통되는 항목이 있다. 이를 미리 숙지하고 자신에 맞게 정리해놔야 한다. 인적성검사를 통과하려면 책과 신문을 꾸준히 읽어야 한다. 또 학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취업은 혼자 뛰는 레이스인 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한데, 일정 부분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 학교 취업지원처다. 그곳에 가서 하소연도 하고 추천도 받고 하다 보면 분명 도움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결국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잘 버티려면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꼭 활용하라.



[2015 성공 취업 전략서] “취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세진 수많은 대외활동 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할까?

정한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직접 감을 따러 올라가야 한다. 다양한 대외활동이 자신에게 모두 이득이 될 것이라며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에게 필요한 대외활동이 어떤 것인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서포터즈든 봉사활동이든, 원하는 기업이나 직무에 어울리는 활동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진 어떤 학생들은 무작정 많은 대외활동을 신청하고 이를 소화하지 못해 아무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더라. 자신의 적성과 잘 맞고, 하고 싶은 대외활동을 적절히 고르되, 앞으로의 직업과 연관성을 고려해 선택하면 된다.



재성 복수전공·부전공·연계전공 등이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정한 직무에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본다. 기업은 ‘경력 같은 신입’을 원하는데, 경력도 다 같은 경력이 아니다. 직무에 철저히 도움이 되는 경력을 쌓아야 한다. 시행착오도 좋다. 다만 한 번 한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또 방향이 어느 정도 분명해야 한다. 학교는 취업을 알선하는 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학문만 연구하는 곳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학년 때부터 진로를 멘토링해주는 과정을 보완해야 한다.


서진 예를 들어 인문계 학생이 소프트웨어 등을 공부한다면 적극 찬성이다. 자신만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취업보험이 아닌가 싶다. 복수전공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으로 기업 관계자를 만나러 다니고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면서 자신을 더 잘 파악하고 비전을 찾아야 한다.


[2015 성공 취업 전략서] “취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세진 면접 때 지원자들을 가리는 기준은 뭔가?

정한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면접에서의 질문은 대부분 구조화되어 있다. 별도의 체크리스트가 있다. 면접관들도 교육을 받는다. 짧은 시간에 결정해야 하는 만큼 면접관들도 훈련을 하는 것이다.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결국 지원자의 진정성이 아닐까 싶다. 진정성은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그 진위 여부가 가려지게 마련이다.


서진 자신감, 열정, 긍정적이고 바른 자세나 말투 등이 중요하다. 어떤 지원자들은 면접 때 당황해서 급격히 무너지는 경우가 있는데, 일희일비하지 말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히 대답하고, 대신 다른 부분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어필하면 된다.



재성 ‘좋은 학교’와 ‘좋은 전공’,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

정한 어떤 선택이든 후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상황과 사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또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것이 정답도 아니다. 자신의 판단을 믿고 인생을 설계하기 바란다. 청년들 대부분이 한 번의 선택으로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한다. 그러나 한 번의 선택으로 인생이 쉽게 결정되지는 않는다. 아직은 숲을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할 때여서 그럴 수 있지만, 인생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기회와 진로가 있다.


서진 삼성 채용제도를 살펴보면서 특히 이공계 지원자들은 학과를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없으면 취업하기 어려워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전공 중시 채용 경향이 다른 기업으로도 전파될지는 잘 모르지만, 전공 선택이 중요해지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2015 성공 취업 전략서] “취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기업이 진정 바라는 것은 최고의 인재가 아니라 최적의 인재다.” -김정한





[2015 성공 취업 전략서] “취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기업 관계자를 만나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라.”

-박서진






세진 어떤 마음가짐으로 취업을 준비해야 하나?

정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했으면 한다. 취업이든 인생이든 정해진 것은 없기 때문이다. 면접관들은 틀에 박힌 대답을 가장 싫어한다. 면접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자신이 가고 싶은 회사 근처 식당에도 들러보고, 동네 분위기를 살피는 것도 좋다. 그런 경험으로 면접장에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자신을 어필할 수도 있다.


서진 취준생 대부분 원서나 쓰고 인터넷만 뒤질 뿐 현장을 가보지는 않는다. 머릿속 직장과 현장은 현저히 다르다. 화상채팅만 한다고 상대방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 않나? 선배를 통해서든 직접 문의해서든 실제 기업 관계자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보라.



재성 상반기 공채를 눈앞에 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한 다시 강조하지만 취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남보다 조금 늦는다고 좌절하거나, 빠르다고 자만할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목표가 있다면 그것을 위해 성실하게 다가가면 된다.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무조건 버텨야 한다.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건강관리에도 유념했으면 좋겠다.


서진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자. 안 그래도 힘든 취업이라는 전쟁터에서 자꾸 남과 비교하다 보면 결국 내 자신을 잃게 된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라.



글 박상훈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 정리 원지윤 인턴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