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취업회담


해외취업 한다면 한국에 있는 외국 기업으로

“한국은 좋은데 한국 회사는 싫어요.”


최악의 구직난으로 해외취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가 구직자 3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이 해외취업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을 정도. 그런데 정작 해외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어떨까?

각자의 꿈을 안고 한국을 찾은 세 청춘의 이야기는 어딘가 친숙하면서도 달랐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훈남 외국인들의 토크 프로그램처럼 미국?스페인?중국에서 날아온 젊은이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보자.


비정상 취업회담 2부


▲왼쪽부터

*손림동(Sunlintong): 1993년생. 중국 장쑤성 롄윈강시 둥하이현 출신. 한국외대 2학년.

*호세(Jos? Luis Ma?as de la Mota): 1993년생. 스페인 말라가 출신. 한국외대 4학년.

*라재하(Greg Roelle Jr): 1989년생. 미국 미네소타 출신. 서강대 한국어학당.


해외취업을 원하는 외국 학생들이 많나요?

호세

: 스페인에서는 해외 취업을 많이 생각해요.

스페인 내에서는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취직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죠. 주로 독일과 영국으로 가요.

젊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면 나이 많은 분들이 국내 일자리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아요. 그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고 있거든요. 심각한 상황이에요.

재하

: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제가 한국 관련 동아리를 이끌기도 했고, 미국에서도 한국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미국학생들은 국내에서 취업하는 편이에요. 외국에 나가는 목적은 취직이 아니라 여행이 대부분이죠. 미국사람들은 해외여행도 잘 안 가요. 해외여행보다 미국 국내여행을 많이 다니죠.

손림동

: 한국의 지방에서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은 40~50% 정도가 한국에서 취업하고 싶어해요.

중국 학생들은 거의 중국에서 취업하고 싶어하고 해외취업을 생각하는 친구들은 드물어요.


비정상 취업회담 2부

▲손림동(Sunlintong. 중국 장쑤성 롄윈강시 둥하이현 출신. 한국외대 2학년. )


여러분은 해외에서 취직한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요?

손림동

: 경험상 단기간으로 가보는 건 좋을 듯싶어요. 휴가 많이 주고 월급 많이 준다면 쭉 있을 수도 있지만요. 해외취업을 한다면 한국이 좋겠어요. 한국어를 공부했고,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을 좋아해요.

호세

: 한국. 그런데 한국은 좋은데, 한국기업은 아니에요. 한국에 있는 외국회사가 좋을 것 같아요. 한국에 있는 외국회사에 다니는 외국인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한국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보다 삶의 질이 높아보였어요. 한국이 아니면 미국이나 영국으로 가보고 싶어요.

재하

: 한국이요. 아무래도 여자친구가 있으니까.(웃음) 어쩌면 한국에서 계속 살 수도 있어요.


비정상 취업회담 2부

▲라재하(Greg Roelle Jr. 미국 미네소타 출신. 서강대 한국어학당. )


한국에서 취업한다면 어떤 기업에 들어가고 싶어요?

재하

:베인앤컴퍼니?액센츄어 같은 컨설팅 기업에 들어가고 싶어요.

또 한국에도 IT 계열의 큰 회사들이 있으니까요. 구글 한국지사나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지사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컨설팅 기업은 야근도 많이 하고 출장도 많지만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 도전해보고 싶어요.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들 회사에 들어가면 끊임없이 배울 수 있으니까요.

호세

: 한국에서 취업한다면 대학교에 들어가거나 엔지니어로 일하게 될 것 같아요.

기업을 하나 꼽자면 삼성이고요. 고향에서 삼성센터가 열렸거든요. 또 스페인에서 삼성이 한국기업 중 제일 유명하기도 하고, 삼성 스마트폰이 최근 인기를 많이 얻고 있어요.

손림동

: 삼성이나 LG요. 유명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으니까요.

우체국도 좋을 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여유로워 보이거든요.


비정상 취업회담 2부

▲호세(Jos? Luis Ma?as de la Mota. 스페인 말라가 출신. 한국외대 4학년.)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재하

: 저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이버전과에 진학할 계획이에요.

졸업 후 IT 컨설턴트가 돼서 3·20 전산대란 같은 사이버 공격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당장은 장학금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호세

: 졸업하고 나서 한국에서 석사공부를 할 생각이 있어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인천대학교에서요.

제가 스페인에서 다니던 학교와 연결되어 있거든요. 한국 정치에 대해 좀 더 배워보고 싶어요.

한국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요.

손림동

: 졸업한 후 직업을 찾아봐야죠.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도 있어요.

그런데 선배들 말로는 대학원에 진학할 때는 학부전공과 동일한 전공을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요. 같은 내용을 배운다면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일단은 아직 2학년이니 졸업부터 하려고요.


글 한선주 인턴기자 jour_cindy93@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