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인터뷰

“NCS 도입 후 소위 명문대 합격자 줄었죠”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NCS 덕에 다양한 지원자 만날 수 있었죠”

지난 3월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을 만났다. 박영범 이사장에게 올해 공공기관 채용의 최대 화두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대해 들어봤다. 서범세 기자



“NCS는 대학 수시전형 같은 겁니다. 수능 성적 대신 내신이나 개인 역량을 보여주는 시험인 거죠. NCS가 확대되면 대학 서열도 희미해질 것입니다. 정시는 ‘수능’이라는 성적 중심 전형이기 때문에 점수에 따라 대학 서열화를 가능케 하지만 수시는 정량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이죠.”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시작으로 올해 30개 공공기관이 활용할 예정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은 실제 인력 수요자인 산업계가 요구하는 지식, 기술, 소양 등을 담은 살아있는 ‘인재양성 지침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13년 240개에 이어 지난해까지 797개 직무를 최종 개발 완료했다.


우선 올해는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남동발전 등 30개 공공기관이 NCS를 반영하기로 잠정 확정했다. 30개 기관의 세부 리스트는 이르면 이번 달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 3월 5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박영범 이사장을 만났다. 이날 인터뷰에는 평소 NCS에 관심이 많았던 두 명의 취업준비생도 함께 했다.


Q. 지난해 공단의 울산 이전 후 더욱 바쁘실 듯싶다.


울산 본사는 물론 지방의 각 지사를 돌아다닌다. 오늘만 해도 이번이 다섯 번째 일정이다. 인터뷰 후 또 다른 약속이 있어 가봐야 한다.

Q. 대부분 일자리정책과 관련된 일일 텐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청년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는 어떤 게 있나?


크게 국내와 해외로 나뉜다. 국내는 일학습병행제?청년취업아카데미?스펙초월멘토스쿨을 지원하고, 해외취업은 연수?인턴?알선사업을 운영한다. 일학습병행제는 독일과 스위스의 도제제도를 우리 현실에 맞게 도입한 ‘일터 기반’의 직업교육훈련제도다. 지난해 목표치가 1000개 기업이었는데 두 배인 2000개 이상의 기업이 신청했다. 올해는 30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Q. 일학습병행제는 NCS의 실무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다. NCS가 직무능력 평가기준이라면 일학습병행제는 구직자가 실제로 직무능력을 길러 취업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 실행 개념이다.


Q. 이사장님 생각하는 NCS란 무엇인가?


사람중심의 노동시장을 직무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평가기준이다. 지금은 학벌이 좋거나 해외연수에 한 번 더 다녀오면 취업이 유리하지만 이제 일 잘하는 사람이 취업이 잘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NCS를 통해 ‘선생님이 아는 것만 배울 수 있는’ 공급자 중심의 교육 현장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대학 수시시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여태까지의 입사시험이 수능 성적으로 결정되는 일반 정시전형이었다면 NCS는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수시전형과 같은 것이다. 즉 일반적인 역량이 아니라 직무 관련 역량이 있다는 걸 경험이나 시험을 통해 증명하는 시험이다. NCS가 확산되면 대학 서열도 희미해질 것이다. 정시의 경우 수능성적이 나오기 때문에 이 점수에 따라 대학 서열이 정해지지만 수시는 정량적인 면이 강해 학교를 서열화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Q. 하지만 생소한 개념인 만큼 혼란스럽다는 구직자도 많다.


그래서 채용 공고를 통해 채용 예정인 직무 내용과 함께 해당 직무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사전에 공개하도록 할 예정이다.


Q.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 1월 스타트를 끊고 NCS 기반 채용을 진행했다.


오늘(5일) 인턴 채용 1차 면접이 있었다. 오늘(5일) 청년인턴 채용 면접이 있었다. 청년인턴으로 채용해 3개월 인턴십 뒤 70%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채용 전제형 인턴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013년 공공기관 최초로 ‘스펙초월 채용’을 시작해 작년까지 운영했다. 그리고 올해 역시 우리 기관이 NCS 기반 채용을 처음 시작했다. 채용전형 자체가 모집공고(직무 구분 및 해당직무 KSA 제시)->원서접수(NCS 기반 지원서)->필기시험(NCS 기초직업능력평가)->면접전형(직무수행능력 면접)으로 각 전형에 NCS가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


Q. 각 전형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NCS에서 제시한 공통 직업기초능력이 10개인데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우리 공단 성격에 맞는 필수 5개 영역을 도출해 이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의사소통능력·수리능력·문제해결능력·조직이해능력·직업윤리다.


전형별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 우선 서류전형인 NCS 기반 지원서의 경우, 지원 직무의 업무 설명을 시작으로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스토리로 만들어 적는 게 좋다. 그러려면 물론 경험이나 교육을 직무에 맞춰야 한다.


필기시험의 경우 작년에는 일반적인 소양을 평가했다면 올해는 공단이 원하는 직무를 중심으로 물었다. 즉 출제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면접도 개별 역량에 기반해 질문하는데 실제 업무 상황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Q. 필기시험의 경우, 전공 외에 NCS 평가 시험이 추가되는 것인가?


전공시험에 NCS가 녹아 있는 형태다. 경영이라고 하면 예전엔 단순히 경영학 지식을 물었지만 이번에는 여기에 실무능력을 접목해 응용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Q. NCS 활용 후 달라진 점이 있나?


예년보다 소위 명문대 출신이 줄어들었다. 1차 합격자 중에도 서울대 출신이 없었다. 지역 인재 확대제도를 도입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대신 지방대 출신이 증가한 것도 고무할 만하다.


Q. 지원자격 완화로 경쟁률이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NCS를 채용도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다. NCS는 직업훈련, 직업교육 등을 통해 오랜 기간 직무역량을 쌓아 온 지원자가 합격할 수 있게 하는 기준이다. 공부해서 되는 게 아니다.


Q. 사기업의 NCS 도입 움직임은 없나?


주로 중소기업이 활용하고 있다. 대기업은 직무적성검사처럼 자체 평가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아직 도입을 적극 권장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도 직무적합성평가를 도입한 만큼 사기업들 사이에서도 직무역량이 화두인 건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NCS를 도입하겠다고 연락해 온 대기업도 있었다.


일단은 바로 NCS를 기업에 권유하기 보다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확산시킬 계획이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대학생 및 실습생을 NCS 기반 맞춤형으로 교육하도록 하는 제도다. 따라서 기업의 현장교육훈련프로그램에 NCS를 70% 정도 담고 있다. 또 우리 공단이 관리하는 자격증 역시 시험문제를 NCS 기반으로 바꿀 예정이다.


Q. NCS를 활용해 진로선택을 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우리나라는 직무 교육 시스템이 아직 미미하다. 우선 대학 전공부터 점수에 맞춰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우선 진로를 정한 뒤 해당 직무에서 요구되는 직무능력을 찾아보고 대비해야 한다.


인턴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딸이 약사인데 졸업을 앞두고 대학병원과 연구소, 제약회사 세 가지 길에서 고민이 많았다. 그러면서 우선 한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는데 곧 그 길이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병원에 입사했다. 늘 학생들에게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진로를 빨리 선택하는 것이다. NCS가 제시하는 각 직무역량이 올바른 진로를 선택하는 잣대가 돼 줄 것이다.


Q. 취업준비생을 위한 팁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 입사 노하우를 전해준다면?


서비스마인드가 중요하다. 우리 공단은 정부 예산으로 국민을 돕는 데 쓰는 곳이다. 지원해주는 역할이어서 갑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고객이 위축되지 않도록 겸손한 자세로 도와줘야 한다.


또 공공기관이다 보니 자칫 나태해지기 쉬운데, 더욱 과감하고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수혜대상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내가 책임지고라도 지원하겠다는 정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방근무에 대한 거리낌도 없어야 한다.


본사가 울산에 있는 데다 권역별로 24개 전국 지역본부와 지사가 있어 필요하면 지방근무도 해야 한다. 임직원 1200명 중 3분의 1이 울산에 있고, 나머지는 모두 전국에 흩어져 일한다. 나아가 해외근무도 할 수 있다.

Q. 계속 취업 이야기만 했다. 이사장님의 대학생활에서도 취업이 큰 부분을 차지했나?


사실 대학 때 취업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당시에는 대학진학률이 워낙 낮아 취업이 잘됐기 때문인 듯싶다. 대신 열심히, 재미있게 놀았다.


영어를 좋아해 미국으로 유학도 떠났다. 당시는 무역적자가 지금의 청년실업만큼 심각한 문제여서 출국이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학기 시작 직전인 8월에야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 랭귀지스쿨 입학허가를 받았다. 그만큼 견문을 넓히는 걸 좋아하는 활동적인 청년이었다.


그래서 취업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요즘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런데 사실 3~4학년이 돼야 비로소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늘 한시라도 빨리 진로를 정해서 관련 역량을 개발하라고 조언한다.


Q. 진로를 선택하는 데 NCS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직무교육 시스템이 아직 미미하다. 대학 전공부터 점수에 맞춰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우선 NCS가 제시하는 직무능력을 찾아보고 자신의 역량과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인턴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딸이 약사인데, 졸업을 앞두고 대학병원과 연구소?제약회사 세 가지 길에서 고민이 많았다. 졸업 후 우선 한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는데 곧 그 길이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병원에 입사했다. 늘 학생들에게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더 중요한 것은 진로를 빨리 선택하는 것이다. NCS가 제시하는 각 직무역량이 올바른 진로를 선택하는 잣대가 돼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청년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린다.


바둑용어 중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이라는 말이 있다. ‘크게 보고 생각하되, 실행은 한 수 한 수 집중해서 작은 성공들을 모아 나가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는 말이다. 전략은 있어야 하지만, 너무 크게 생각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도전하라.


즉, 방향성은 갖되 너무 뜬구름을 잡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학 때는 정말 순수하고 스펀지 같아서 어떤 것이든 금방 흡수한다. 게다가 자기를 계발할 시간도 많다. 이런 좋은 기회를 허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외여행도 많이 갈 것을 추천한다. 요즘 학생들은 자유롭게 비행기를 타고 나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