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공채 대비 핵심 노트] 국제유가 50달러 선 붕괴 “호재라고 마냥 웃을 수 없어”


짚신장수와 나막신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는 비가 오면 짚신장수 아들을, 해가 쬐면 나막신장수 아들을 걱정했다고 한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 나라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유가가 급락을 거듭해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유가 하락이 경제에 호재일 수 있지만, 모든 기업에 그런 것은 아니다.


항공·자동차 웃고, 정유·화학 울고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장중 한때 49.77달러까지 떨어지며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원유 수입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지난해 8월 100달러가 붕괴된 뒤 가속도가 붙어 48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 이에 대응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간의 불협화음,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 하락이 반가운 곳은 물류·항공회사다. 특히 항공업계는 매출액 대비 유류비 비중이 40%에 달한다는 점에서 유가 하락에 따른 최대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유류비는 각각 3200만 달러와 1550만 달러 감소한다. 자동차업계도 기름 값 하락을 반기고 있다.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하락할 때 전체 구매력은 9조5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석유화학업계는 타격이 크다. 일부 기업은 지난 연말부터 비상근무에 돌입하거나, 경영계획을 다시 짠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판매하기까지 최소 한 달에서 40일 가까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원유 값이 하락하면 ‘재고차손’이 생기고, 이는 곧바로 정유사들의 손실로 이어진다.


혹자는 작금의 이런 상황을 1980년대 ‘3저 호황’의 재현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저유가가 이란·이라크전쟁의 종전을 이끌 만큼 산유국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똘똘 뭉쳤지만, 지금은 유가가 떨어져도 크게 손해 볼 것 없는 ‘잘나가는’ 미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유가 하락의 득실과 부작용 등을 꼼꼼히 따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용어 해설>

▶ 서부텍사스산원유(WTI, West Texas Intermediate)

영국 북해에서 생산되는 브렌트유, 중동에서 생산되는 두바이유와 함께 세계 3대 유종 중 하나. 국제 원유시장보다 미국 내에서 주로 거래되지만, 국제유가를 선도하는 가격지표로 가장 많이 활용된다. 3대 원유 중 가장 품질이 좋고, 정제할 때 휘발유와 나프타 등 고급 유류가 많이 생산되어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편이다.


▶ 석유수출국기구(OPEC, 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국제 석유자본에 대한 발언권 강화를 목적으로 석유수출국들이 결성한 국제기구. 1960년 9월 이라크·이란·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베네수엘라가 바그다드에서 창설했다. 회원국들의 석유정책 조정을 통해 상호 이익을 확보하는 한편, 국제 석유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2015년 현재 12개 나라가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 3저 호황

1980년대 중반 이후 저금리, 저달러, 저유가에 힘입어 국제수지가 흑자로 반전되고 국민총생산(GNP) 성장률이 연 10% 이상 기록하는 등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던 것을 일컫는 말. 1980년대 들어 한국경제는 제2차 석유파동에 따른 원자재가격의 상승, 이에 따른 세계적 불황과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3저 현상’으로 경제 여건이 호전되면서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게 되었다.


글 박상훈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