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만 안다는 길거리 그 음식 CEO 열전

‘미스터츄로’ 홍정우 대표


인기 있는 음식도 세대에 따라 다르다. 특히 길거리 음식을 선호하는 연령층은 대학생. 이들은 입소문을 넘어 최근 SNS를 통해서 독특한 먹거리를 공유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대학생 길거리 음식을 소개한다. 그 첫 번째는 홍대를 비롯해 ‘스트릿 츄로스’로 유명한 이태원 경리단길 등 번화가의 핫 아이템이자 ‘츄럿’의 크라운제과, ‘통밀콘’의 농심 등 국내 제과업체들도 주목하고 있는 츄로스다.



[대학생들만 안다는 길거리 그 음식] ‘미스터츄로’ 홍정우 대표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용 사무실에서 만난 홍정우 ‘미스터츄로’ 대표. 사진 허태혁 영상담당.



“츄로 팔아 장가가자!” 그래서, 장가는 가셨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갔다. 3년간의 연애 끝에 지난해 중국 메이뉘(美人: 미인을 일컫는 중국어)와 드디어 결혼에 성공했다.


홍정우 대표(38)가 미스터츄로를 창립한 것은 순전히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홍 대표는 지난 2011년, 대학 졸업 후 한 여성 구두 유통업체에 입사해 중국 심양에 주재원으로 파견을 떠났다. 당시 중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던 홍 대표는 중국어 공부를 위해 열심히 서점을 찾았다가 한 중국 직원과 친해졌는데 바로 현재 그의 장모다. 장모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종종 집에 방문하면서 지금의 아내를 알게 된 것.


하지만 결혼은 순탄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꽤 잘 살았던 여자친구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한 것. 샐러리맨의 월급으로는 도저히 결혼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홍 대표는 일을 그만두고 사업 아이템을 찾아 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한 츄러스 가게를 발견했고 지난 2013년 자체 브랜드 ‘미스터츄로’를 런칭했다. 이듬해 결혼에도 골인했다.



[대학생들만 안다는 길거리 그 음식] ‘미스터츄로’ 홍정우 대표



츄로스 좀 사주세요 제발~


햇수로 약 2년차에 접어든 미스터츄로는 현재 전국 16개 매장으로 퍼져있다. 홍대에서 시작해 경남 삼천포까지 매장을 확장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재미’라는 그의 경영마인드였다. ‘펀(Fun)을 위해 펀펀(FunFun)해져야 펀(Fun)안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홍 대표가 직접 세운 미스터츄로의 모토다.


이런 그의 철학은 매장 곳곳에 묻어 있다. 그 중 하나가 미스터츄로 테마음악이다. 홍 대표는 성악이라는 특기를 살려 브랜드 주제가를 만들었다. 대략적인 가사는 이렇다. ‘홍대에서 온 그대 미스터츄로~ 츄로 팔아 장가가기 참 힘들다. 츄로스 좀 사주세요 제발~’. 옛날 달걀 트럭에서 흘러나오던 ‘계란이 왔어요~’에서 영감을 얻었단다.



[대학생들만 안다는 길거리 그 음식] ‘미스터츄로’ 홍정우 대표



기다리는 손님에게 끊임없이 유머를 던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여성끼리 온 손님에게 ‘오늘은 왜 남자친구랑 안 오셨어요?’라든가 지갑에서 쿠폰을 찾는 손님에게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라는 식이다. 맞아떨어지면 좋고 아니어도 한바탕 함께 웃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메뉴와 그의 얼굴을 형상화 한 클레이 아트도 그가 내세우는 차별점이다. 그의 최종 목표는 KFC를 설립한 커낼 센더스처럼 그의 가게 앞에 츄러스를 들고 있는 자신의 동상을 만드는 것.


그의 이런 ‘펀’한 전략은 SNS를 타고 번져 나갔다. 최근에는 홍콩 파워블로그에도 소개 돼 홍콩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한단다. 그의 홈페이지가 한국어 뿐 아니라 중국어, 영어로 설명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달 초에는 말레이시아에서 투자 문의 메일이 와 직접 현지 바이어와 미팅도 했다.



조만간 신메뉴도 선보입니다


물론 메뉴 개발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가 주장하는 미스터츄로의 차이점은 다른 곳보다 제품이 통통하다는 것. 바삭함과 촉촉함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츄로스 믹스를 직접 개발하면서 이 점을 염두에 뒀다. 처음엔 바삭하지만 곧 쫄깃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게 하자는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가 가장 내세우는 메뉴는 아이스 츄로스다. 아이스크림의 차가운 맛과 조화된 식감이 특이하다는 것이 이유다.


홍 대표는 조만간 새로운 메뉴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른바 ‘코팅 메뉴’라고 해서 초코크런치, 치즈크리미, 휩츄로스 등 츄로스 위에 다양한 소스를 얹는 것이다. 음료단도 보강해 버블티나 리얼딸기 등 최신 유행하는 음료로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다.



[대학생들만 안다는 길거리 그 음식] ‘미스터츄로’ 홍정우 대표



홍대 1호점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의 시작이자 유일한 직영점인 홍대 1호점. 이 곳은 홍대 안에서도 자리싸움이 유독 심하기로 유명하다. 300m가 채 되지 않는 거리에 2~3평짜리 가게가 20개는 족히 넘기 때문이다.


그도 처음에는 양쪽의 가게와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매장 앞 도로가 워낙 좁다보니 줄 서 있는 손님들이 다른 가게 앞까지 침범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옆 가게에서 직접 제재를 하지 않는다며 벽을 치고 으르렁 댔지만 어느덧 2년차인 그는 이제 웬만한 자리싸움도 웃으면서 넘긴다.


잡앤조이가 대학생이 보는 매체라고 하자 이처럼 치열한 삶을 살아 온 홍 대표는 안 그래도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최근 TV에서 시청했다는 김미경 강사의 강연을 소개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공적으로 결핍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더군요. 저도 결혼을 정말 하고 싶다는 절박함 덕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가게를 처음 열 당시만 해도 제 이름으로 된 매장 3~4개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새벽 1시까지 일하다 보니 어느덧 10개가 훌쩍 넘었으니까요.”

“평소에 대학생 손님이 많은데 요즘 어떤 게 힘드냐고 물어보면 다들 취업에 등록금에 종류도 다양하더라고요. 어쨌든 다들 많이 힘들다는 거죠. 이런 결핍을 희망, 에너지와 연결시켰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츄러스를 집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도 들어 봤다. 전자레인지는 금물. 수분이 다 날아가 버리는 전자레인지 대신 기름 없이 프라이팬에 볶는 게 가장 좋다고 홍 대표는 추천했다.


[기자의 시식기]



[대학생들만 안다는 길거리 그 음식] ‘미스터츄로’ 홍정우 대표



홍정우 대표가 강추한 아이스츄로를 건네받았다. 츄로스는 확실히 그의 설명대로 겉은 바삭바삭하고 안은 촉촉했다. 얼마 전, 놀이동산에서 먹었던 냉동 츄로스보다는 한층 ‘생생’했다.


츄로스가 아이스크림에 파묻혀 있어 눅눅해지면 맛이 없지 않을까 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도 츄로스는 눅눅하기 보다는 오히려 촉촉했다. 그냥, 맛있었다.


아이스 츄로스 : 3000원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