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SW교육의 중심부는 2015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관으로 출범한 ‘SW중심대학’이다. 2015년 가천대와 경북대 외 전국 5개 대학 선정을 시작으로 2021년 현재 40개의 학교가 SW중심대학으로 선정됐다. 지원 예산도 8개 학교 56억 원에서 40개 학교 800억 원으로 증가해 대학의 SW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W 중심대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공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실무인재로, 비전공자는 타 전공지식에 SW소양을 갖춘 융합인재로 양성하는 것이다. 다만 타 전공자에게 SW교육이 과연 ‘융합’의 의미로 다가오는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SW중심대학’에 선정된 A대학에 재학 중인 권성아 씨 역시 SW필수교양으로 코딩을 배웠다. 권 씨는 “코딩 수업을 컴퓨터의 이해도가 낮은 1학년 때 들어 난이도가 높았고, 교수님께 질문하기에는 수강생이 많아 수업 진도에 따라가는 게 벅찼다”며 필수 교양으로 지정된 SW교육의 난이도 문제를 지적했다.
또 “아직까지 SW수업을 들어야 할 동기와 전공 연관성을 찾지 못해 흥미를 갖지 못했다”며 비전공자로서 느낄만한 불만을 토로했다. 권씨 이외에도 해당 과목을 들은 비전공자 학생들은 “이러려고 인문대를 진학한 게 아닌데”, “문과도 이런 거 할 줄 알았으면 이과 갔다”라며 특히 문과 계열 전공과의 비연관성으로 인한 불만을 호소했다. SW교육이 모든 전공생을 아우르기에는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학생들의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2020년 한국컴퓨터정보학회논문지에 발표된 ‘인문대학 소프트웨어 기초교육 콘텐츠에 따른 학습자 강의 만족도 분석’ 연구에서는 현재 대학의 SW교육의 문제점으로 학생들의 동기 부족, SW기초교육의 강제성, 비전공자의 생소한 학습 콘텐츠로 인한 높은 체감 난이도를 지적했다. 아직까지 대학의 SW교육이 비전공자의 학습 의지와 난이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비전공자가 SW수업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선 현 대학생의 경우 SW교육을 초·중·고 교육부터 점진적으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갑작스럽게 도입된 점을 꼽았다.
SW교육에서 비전공자들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선 교육 개편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와 데이터사이언스 학과장은 이에 대해 “2020년 SW교양과목에 대한 평가 및 개선 연구 과제가 진행되었다”며 학생들의 여론과 수행능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SW교육 개편안도 제시했는데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학부생들이 자신의 전공별로 차별화된 빅데이터 기반 분석 및 현장문제 해결실습과정을 포함하겠다”며 이전보다 타 전공과의 연계에 초점을 둔 융합형 교육을 시사했다.
한편 ‘이루다’와 같은 AI사업과 빅데이터 기반 사업에서 윤리성 결여, 성인지감수성 결여, 개인정보보호 위반과 같은 문제들이 표면적으로 들어나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인문사회학과의 균형과 소통이 요구되고 있다. 바른 인공지능 연구센터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명주교수는 “인공지능의 활용 방향성과 윤리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그리고 대중적 인식이 인공지능 도입 초기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며 4차 산업 내 윤리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4차 산업 기술의 확산 과정에서 인간 중심의 인문학적 고찰과 비판적 수용 역량을 단지 인공지능 개발자들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업자는 물론 이용자인 일반인 모두가 처음부터 잘 갖출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필요한 교육도 시행해야 할 것”이라며 개발자와 수용자 모두가 인문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 기반 마련도 언급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학교육에선 SW교육 집중으로 인문학과의 조화가 어려운 게 현주소이다. 교육부에선 이런 상황을 고려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약 3년간 인문학 역량과 사회적 위상 강화를 목표로 한 ‘CORE(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을 시행한 바 있으나 ‘SW중심대학’에 비해선 지속성과 주목도가 약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대학 대내외적 SW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오히려 인문학과 같은 기초학문에 그림자가 지는 것은 아닌지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4차 산업시대에 SW 기술 능력과 인문 사회적 통찰력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비전공생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에서 나아가 타 학문에 대한 지속적인 정부의 관심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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