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진로에 ‘대2병’ 앓는 대학생들
대학 ‘자퇴율’ 4년 연속 증가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서지희 대학생 기자] 2019년 국내 4년제 대학 자퇴율은 2.71%다. 최근 4년간 지역에 상관없이 대학 자퇴율이 증가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2016~2019년 자퇴생 수와 비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로 2016년 2.2%(4만6434명) 2017년 2.36%(4만8240명) 2018년 2.56%(5만1763명) 2019년 2.71%(5만4735명)를 기록했다.
2015-2019 5년간 대학 자퇴율. (사진 제공=종로학원하늘교육)
2015-2019 5년간 대학 자퇴율. (사진 제공=종로학원하늘교육)
자퇴생이 해마다 느는 만큼 반수·편입생도 많아졌다. 자퇴를 선택한 학생들은 반수나 편입 노선을 택하며 입시 시장에 다시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이 20대 대학생 966명을 대상으로 2018년 초 반수 및 편입 계획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68.4%가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듬해인 2019년 초에도 동일 기관에서 20대 대학생 541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응답자의 55.3%가 올해 반수나 편입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의외로 전공·진로 문제인 경우 많아
무엇이 이들을 다시 입시의 장으로 끌어들였을까. 알바천국의 설문 조사에서 2년 연속 1위에 오른 이유는 ‘상위 대학 진학’이 꼽혔다. 하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건 2위인 ‘전공 부적응’이다. 실제로 ‘상위 대학 진학’에 대한 응답 비율은 2018년 38.4%에서 2019년 33.8%로 4.6%p 하락했다. 반면 2위로 부상한 ‘전공 부적응’ 응답률은 2018년 23.8%에서 2019년 25.4%로 1.6%p 상승했다.
성적, 직업 위해 선택한 대학 포기하고 '반수·편입'으로 돌아선 대학생들 늘어
최근 대학가에서 여러 학생의 공감을 사는 말이 나돈다. 이른바 ‘대2병’이다. 대2병은 흔히 알려진 중2병에서 파생됐다. 질풍노도 청소년 시기를 비유하는 표현이 중2병이라면, 대2병은 조금 더 복잡하다. 그동안 앞만 보며 내달렸지만, 불투명한 목표와 미래에 회의감이 들며 진로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막연한 불안감이 따르는 시기를 대변한다. 보통 대학교 2~3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나타난다.

특히 요즘같이 취업 문이 좁은 시국엔 진로가 불확실하거나 이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학생들의 불안과 걱정이 증폭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낮은 전공 만족도와 맞물린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재작년 대학생 4168명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64.6%가 대2병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의 39.9%가 현 전공이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그중 진로 갈피를 못 잡은 집단일수록 그 비율은 높았다.
성적, 직업 위해 선택한 대학 포기하고 '반수·편입'으로 돌아선 대학생들 늘어
대학 진학 후 진로 암실에 갇히는 이유는 대개 본인의 손으로 직접 전공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권유로 선택했거나, 성적에 맞춰 들어갔거나, 흥미보단 취업에 유리한 조건의 전공을 선택하는 식이다. 그러나 막상 그 길을 가보니 역시나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고민 끝에 반수나 편입으로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진짜 ‘내 길’을 찾으려는 도전이기도 하다.

재도전으로 진로 재설계하는 대학생들
대학교 1학년을 마친 뒤 반수 공부에 돌입했던 이혜린 씨는 올해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에 합격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범대생이었던 이 씨는 전공인 교육학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 반수를 결심했다. 그는 “교직에 계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교사가 되고자 했으나, 1학기 교육학 개론 수업을 듣고선 4년 동안 공부할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반수생 수험 노트. (사진 제공= 이혜린 씨)
반수생 수험 노트. (사진 제공= 이혜린 씨)
이어 “반수를 고민했을 때는 주변에서 말렸지만, 진로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에 도전 의지를 굳혔을 땐 가족과 친구들도 한마음으로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평소 철학과 경제에 관심이 많았던 이 씨는 “관심 분야를 공부하지 못한다면 미래에 이 순간을 두고서 늘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고 반수 계기를 돌이켰다.

그는 새로 입학한 학과에서 문학과 경제, 철학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 세 과목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인생의 벗은 철학에, 현실은 경제에, 이상은 문학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학작품과 철학 이론에 빚진 게 많은 사람인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생각을 문학의 형태나 이론의 형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에 재학 중인 김유라 씨는 편입을 통해 진로를 전향했다. 전에 몸담고 있던 학과는 희망 전공은 아니었지만, 취업률이 높아서 선택했다. 그러나 지망 학과가 아니었기에 김 씨는 학교생활 내내 전공에 재미와 애착을 느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이 학과를 졸업하고 이대로 취업을 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 때문에 종종 대학 생활이 무료했고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꿈꾸는 진로가 전공에 구애받는 직종은 아니지만, 더 전문적인 배움의 과정을 거친 뒤 취업 시장에 뛰어들고 싶었다”고 편입 배경을 밝혔다.

김 씨는 현재 미디어영상학과에서 언론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전공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말한다. 김 씨는 “원하던 분야를 다방면으로 심도 있게 공부하며, 실제로 실습과 제작을 겸하는 실무 교육도 받을 수 있어 진로 이해도가 더욱 높아졌다”며 배움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원하는 직무로 갈 가능성이 커졌고 그에 맞는 역량을 개발할 기회가 많아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기자가 돼 본인의 말과 글로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의 목표 역시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진로와 취업에 대한 고민으로 편입을 망설이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도전을 권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가 없으면 미래도 없는 것 같다. 결심이 섰을 때 도전하지 않으며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기에 원하는 일을 찾았을 때 본인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시도를 감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ziny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