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구 지브레인 대표 “전자피부 형태로 의료기기 제조하는 회사 지브레인이 유일무이 하죠”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 지브레인은 전자피부 형태의 뇌질환 진단 및 치료 의료기기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지브레인은 여러 층의 탄소로 이뤄진 신소재 ‘그래핀(graphene)’으로 만들어진 시제품 2종(유연 그래핀 MEA, 주사기형 그래핀 MEA)을 개발했다. MEA는 뇌파를 측정하고 전기적 자극을 주입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뇌전증(간질) 등 난치성 뇌질환 치료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인천대 생명공학부 나노바이오전공 양성구 교수는 기존 뇌질환 치료제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다가 ‘전자 약’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인천 송도동에 위치한 지브레인 본사에서 양성구 대표를 만났다.
‘전자 약’으로 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 등 뇌질환 치료 앞당긴 지브레인
창업의 배경은 무엇인가요
“보통 신경과학자들은 약을 개발하는 일을 합니다. 저도 신경과학자였기 때문에 미국 연구소에서 알츠하이머병과 뇌전증 치료제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또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베타만 없애면 알츠하이머가 정복된다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임상에서 테스트해 보니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없었죠. 제약으로 뇌질환을 제어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도전적으로 전자 약 시장에 뛰어들게 됐죠.”

개발하신 전자 약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자피부를 뇌 표면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시·공간의 뇌파를 측정해 뇌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동시에 같은 전자피부를 통해 전기자극을 주입합니다. 현행 치료기기의 단점인 수술 위험성과 후유증을 줄일 수 있고 대뇌의 영구적 손상을 최소화하는 치료법입니다.”

국내 사례로는 처음이어서 의학계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해외에는 사례가 있나요
“국내에서 전자피부 형태로 주입하는 곳은 지브레인이 유일무이해요. 해외에서도 연구 단계에서 진행을 많이 하고 있는데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전자피부 형태로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회사는 아직 없습니다. 어디선가 저희처럼 시작하는 곳은 있을 것 같아요.”

연구개발은 완료된 건가요. 상용화는 언제쯤으로 예상하시나요
“연구자분들이 동물을 이용해 연구할 수 있는 제품은 이미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올 연말쯤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및 서울대 의과대학 A연구팀과 연구자 임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연구자 임상은 본 임상에 들어가기 전에 연구 차원에서 보는 겁니다. 연구자 임상을 하고 본 임상시험이 완료되면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판할 계획입니다. 제약은 임상 1상, 2상, 3상 등으로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반면 의료기기는 한 번의 임상시험만으로도 시판이 가능해요. 내년에 본 임상시험에 들어갈 경우 빠르면 2년, 늦어도 3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연구용 제품은 어떤 분들이 사용하고 있나요
“대학병원 연구자분들이나 대학교 내에 생명공학·뇌공학·뇌과학 관련된 교수님들과 연구팀들, 국가 연구소 중에 뇌연구소 등에서 연구 목적으로 저희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임상시험을 먼저 하고 효과가 좋으면 임상시험 단계로 넘어갑니다.”

기대 효과도 궁금합니다
“먼저 기존에 이런 형태로 뇌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큽니다. 또 하나는 보통 파킨슨병, 뇌졸중, 뇌전증(간질) 등 뇌질환 치료는 제약으로 제어하는데 부작용이 심해요. 알츠하이머도 마찬가지로 고치는 약이 없어요. 저희 제품은 뇌질환을 실시간으로 진단하면서 뇌질환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주고 필요하면 전자 약을 주입해서 치료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의학계에 차세대 뇌질환 진단 및 치료 시장에 획을 긋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창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요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창업 초기 자금을 마련하는 게 어려운 점이었어요. 투자금을 마련해 그걸 바탕으로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니까요. 주변에서도 투자를 어떻게 받았는지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희는 교수님들이 창업을 하다 보니 국가 과제를 많이 했어요. 현재도 국가 과제 2개를 하고 있고요. 국가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웃음) 창업을 하시는 분들께 그런 혜택을 잘 누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자 약’으로 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 등 뇌질환 치료 앞당긴 지브레인
투자 유치 계획도 있나요
“저희가 시드 투자를 받고 팁스(TIPS) 사업도 하고 있어서 현재는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케일업 하기 위해서 시리즈A 투자유치를 진행 중입니다. 조만간 시리즈A 투자가 잘 마무리되길 기대합니다.”

창업 후에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사실 힘든 게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지브레인이 우리나라에 성공한 의료기기 회사로 자리매김한다면 보람이 클 것 같습니다. 국내 기업 중 셀트리온이 제약으로 시작해 성공한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SK바이오팜이나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대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면 셀트리온은 직원 2명으로 시작해 국내를 대표하는 바이오기업이 됐습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지브레인이 셀트리온 같은 의료기기 회사로 성장한다면 보람을 느낄 것 같습니다.”

대표님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요
“창업하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사업을 왜 하냐’고 물으면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 한다고 해요. 주변에서도 돈을 버는 것만큼 좋은 동기부여는 없다고 말하죠. 하지만 회사가 성공해 돈을 벌고 나면 허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사회에 환원하고 싶어요.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뉴스를 보고 기뻤어요. 그런 게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좋은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해 의미 있게 쓰고 싶고 그게 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스케일업을 말씀하셨는데 채용 계획도 있으신가요
“현재 저를 포함 10명이 근무하고 있어요. 시리즈A 투자유치가 마무리되면 인력을 30명까지 늘릴 계획이에요. 융합 R&D 사업이어서 바이오, 재료,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 인재를 영입할 생각입니다.”

지브레인의 장단기 계획은 무엇인가요
“단기 계획은 상반기에 시리즈A 투자유치를 잘 마무리하는 거예요. 투자가 완료되면 연내에는 GMP 시설을 갖추고 연구자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고요. GMP 시설이 갖춰져야 연구자 임상이 가능하거든요. 중기 계획은 저가의 환자용 뇌질환 진단 및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에요. 장기 계획은 5년 정도 내다보고 브레인투엑스(B2X·생각만으로 외부기기를 제어하거나 타인과 소통하는 쌍방향 신경 인터페이스)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뇌파를 디코딩해서 외부 사물과 연결하는 거죠. 쉽게 말해 생각만으로 불을 켜고 끄거나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생각만으로 스피커를 통해 말이 나오게끔 하는 기술이에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가 이 사업을 하는 대표적인 경우에요. 외국에서는 많이 하고 있어서 어쩌면 예상보다 더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요.”

지브레인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뇌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스컬(두개골) 바깥에서 측정하는 EEG 형태의 진단 의료기기는 한국에도 좋은 회사들이 많아요. 하지만 뇌질환 치료 의료기기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첫 번째 목표는 한국에서도 뇌질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기 회사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수입하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환자들이 부담하는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어요.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다고 하더라도요. 저희가 자체 생산하면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환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의료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실 간단한 기술인데 기존에는 대부분 미국 회사에서 시장을 점유하다시피 했어요. 오래전부터 국내에도 이런 회사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또 다른 목표는 의료기기 회사를 통해 환자들에게 저가에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게 큰 목적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가난한 사람들이나 의료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에게도 의료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마련을 하고 싶어요. 대부분의 뇌질환 진단과 치료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부분도 있고 MRI 한번 찍으려고 해도 비용이 비싸요. 저희가 그런 쪽으로 개발해서 의료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혜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zinysoul@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