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플라이(Dragonfly)’라고 이야기하면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FPS 게임 ‘스페셜포스’를 말하면 ‘아하!’ 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드래곤플라이는 카르마 온라인, 스페셜포스 등으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석권하며 ‘총기 게임의 명가’로 자리매김한 기업이다. 지난 1995년 창립한 이래, 게임 시장의 치열한 각축전 속에서 10년 이상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탄탄한 기업이기도 하다.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해외연수, 복지카드 등 직원에게 빵빵한 혜택을 아끼지 않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채용이나 입사 후 생활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개된 바가 별로 없어 대학생들에겐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 이 흥미진진한 밀리터리 게임을 만든 게임개발사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 6월 8일, 두 명의 대학생 기자와 함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드래곤플라이 본사를 찾았다. 베일에 감춰진 ‘게임업계의 특수부대(special force)’ 드래곤플라이를 파헤칠 것. 이것이 기자단에게 부여된 임무였다.
[기업 탐방] 게임업계 판도 뒤집은 명가(名家)의 비밀을 찾아라
기업 개요

대표이사 : 박철우 설립일 : 1995년 2월 사업 분야 : 온라인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직원 수 : 323명(2012년 3월 기준) 출시 게임 : 스페셜포스, 스페셜포스2, 솔저오브포춘 온라인, 카르마, 퀘이크워즈 온라인, 반 온라인 등



고대부터 살아온 가장 오래된 생물 중 하나이자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에 있는 곤충 잠자리(dragonfly). 드래곤플라이(Dragonfly)는 그런 잠자리의 강인함을 닮아 끝없는 도전과 정복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설립된 게임 회사다.

드래곤플라이의 본사는 정계·재계·연예계 인사들이 모여 산다는 강남의 호화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2층 높이의 껑충한 담벼락 위로 우뚝 선 검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임 회사답게 현관문을 지나 각 층 사무실로 들어갈 때마다 일일이 보안카드를 대고 통과해야 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기자단의 발걸음이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생각보다 조용하죠? 드래곤플라이 직원 수가 350명 정도인데, 이곳 본사 건물엔 비(非)개발 부서와 스페셜포스 개발팀만 남아 약 1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어요.” 기자단을 안내한 홍보팀 서희진 대리가 설명했다.
[기업 탐방] 게임업계 판도 뒤집은 명가(名家)의 비밀을 찾아라
“이 게임, 제가 초등학생일 때 하던 거예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던 대학생 기자들이 3층 회의실 진열장에 전시된 게임 ‘운명의 길(The Tour of Duty)’ 패키지 박스를 보더니 반가운 듯 다가섰다. ‘운명의 길’은 드래곤플라이 창립 이듬해인 1996년에 출시된 PC용 RPG(롤플레잉) 게임. 업계에 처음으로 ‘드래곤플라이’라는 이름을 알린 게임이기도 하다.

1990년대 국내 게임 시장은 PC용 RPG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드래곤플라이 역시 ‘운명의 길’ ‘카르마’ ‘날아라 호빵맨’ ‘벨피어기스나이트’ 등 PC용 게임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불법 복제가 판치며 패키지 게임 시장이 사양길을 걷기 시작하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온라인 게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기업 탐방] 게임업계 판도 뒤집은 명가(名家)의 비밀을 찾아라
당시 국내에 들어와 있던 온라인 게임은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가 전부. 그마저도 아직 생소하게 느껴지던 시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2002년 드래곤플라이의 FPS(1인칭 슈팅) 온라인 게임 출시는 파격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총 쏘는 게임인 FPS 장르는 온라인으로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직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성공. 2002년 12월 처음 공개한 세계 최초의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 ‘카르마 온라인’은 두 달 만에 동시접속자 수 8만 6000명을 기록하며 국내 시장에 FPS라는 새로운 장르를 각인시켰다.

2004년에 출시된 ‘스페셜포스’의 인기는 더했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누적 회원 수 1500만 명, 최대 동시접속자 수 15만 명, 79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에 오르는 등 연일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7조4000억이 넘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현재 온라인 게임 소비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8%(2010년 기준). 홍보팀 김나영 팀장은 “패키지 게임 위주였던 국내 게임 산업을 온라인 게임 위주의 시장으로 바꾸는 데에는 드래곤플라이의 역할이 컸다”고 자평했다.
[기업 탐방] 게임업계 판도 뒤집은 명가(名家)의 비밀을 찾아라
79주 연속 1위 게임 ‘스페셜포스’ 게임 명가의 자부심

60여 명의 스페셜포스 개발팀이 일하고 있는 2층 사무실로 향했다. 책상 앞에 모니터 두 개를 세워두고 그래픽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직원들이 보였다. “새로 업데이트되는 ‘해적 버전’의 신규 캐릭터 작업 중입니다. 원화 파트에서 그림을 그려 넘기면 이곳에서 3D로 바꾸는 작업을 하죠.” 여성 캐릭터의 머리 위에 가지각색의 가발과 모자를 덧씌우는 그래픽팀 직원의 현란한 손놀림에 대학생 기자들의 시선이 꽂혔다.

김 팀장은 “FPS 장르 게임을 만드는 기술력만큼은 드래곤플라이가 국내 최고 수준”이라며 “직원들 스스로 최고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탐방] 게임업계 판도 뒤집은 명가(名家)의 비밀을 찾아라
일반적으로 하나의 게임이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년, 투자 비용은 평균 100억 이상이 든다. 기술 발전이 빠르고 트렌드도 쉽게 변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아무리 대규모 프로젝트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해마다 출시되는 수백 개의 게임 중 주목을 받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 상황에서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는 국내뿐 아니라 태국, 대만,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 30개국에 수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태국 게임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의 대표 게임으로 자리 잡았고, 대만에서는 NBA경기 중계보다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의 시청률이 더 높다.

김 팀장은 “스페셜포스의 성공은 PC 패키지 게임 개발 단계부터 착실히 쌓아온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부터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어오며 탄탄하게 다진 내공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입사 후 1년이면 누구나 해외여행

드래곤플라이의 남녀 직원 비율은 9 대 1이다. 총 쏘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이다 보니 남자 직원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그러나 직원 대부분이 남자라고 기업 문화까지 경직되란 법은 없다. 인사팀 김건우 실장은 “채용의 기본 원칙은 우리 회사의 가족으로 오랫동안 함께 갈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급에 관계없이 같은 목표를 가진 팀원끼리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형성돼 있기에 신입사원들이 다니기에도 좋은 회사입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직원 복지는 드래곤플라이가 자랑하는 제도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창립 초기부터 시행된 ‘해외연수 제도’. 입사 후 만 1년이 된 직원들에게 재충전 기회를 주기 위해 매년 해외여행비를 지원한다. 입사 7년 차인 김나영 팀장은 동유럽, 동남아 등 4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그는 “견문을 넓히기 위한 취지이기 때문에 게임과 연관이 없는 지역이라도 자유롭게 연수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페테리아 플랜’이란 이름의 제도도 직원들에게 사랑받는 혜택 중 하나다. 건강증진, 자기계발, 문화여가, 생활복지 등 4가지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복지카드를 개개인에게 지급한다. 의료비, 교육비, 여행비, 문화비, 자녀 학자금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카드를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기업 탐방] 게임업계 판도 뒤집은 명가(名家)의 비밀을 찾아라
지난 2011년 9월 드래곤플라이는 창립 이래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했다. 팀별로 결원이 생길 때마다 수시 채용을 진행해오다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 신입 채용을 진행한 것. 총 27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경쟁률이 100 대 1에 달했다. 분량 제한을 두지 않은 서류 전형에서는 5~6장을 꽉 채운 자기소개서가 몰려들 만큼 열정을 보인 지원자들이 많았다.

올해 채용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김 실장은 “내년 상반기에 상암동 본사 사옥으로 이전이 끝나면 지난해 채용 규모에 버금가는 신입 공채를 계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게임 시장 재도약 꿈꾼다

최근 국내 게임 시장을 지배하는 장르는 AOS(Aeon of Strife) 게임.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와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발전된 형태로,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대표적인 AOS 게임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드래곤플라이도 하반기 AOS 게임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인기 패키지 게임인 ‘킹덤언더파이어’를 AOS 장르로 재해석한 ‘킹덤언더파이어 온라인’을 시작으로 1990년대 오락실의 인기 게임인 ‘킹오브파이터즈’ ‘사무라이쇼다운’을 AOS 장르로 바꾼 신작을 연이어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업 탐방] 게임업계 판도 뒤집은 명가(名家)의 비밀을 찾아라
한편 지난 2011년 출시한 ‘스페셜포스2’는 모바일 게임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언리얼3 엔진’을 활용해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였던 ‘스페셜포스2’의 장점을 모바일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드래곤플라이에서 모바일 게임을 직접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홍보팀 김나영 팀장은 “FPS 게임에 특화돼 있던 드래곤플라이가 장르를 바꿔가며 사업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신작 출시를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게임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속 성장하고 있는 해외 시장의 진출도 가속화해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김건우 드래곤플라이 인사팀 실장과의 대화
“협업 정신 아는 인재라면 OK”
[기업 탐방] 게임업계 판도 뒤집은 명가(名家)의 비밀을 찾아라
게임 회사에 들어가려면 그 회사의 게임을 잘해야 한다?! 인문계 학생들은 게임 회사에 설 자리가 없다?! 게임 개발회사 입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박종강, 장효원 두 대학생 기자가 나섰다. 두 기자의 예리한 질문 공격이 이어졌지만 인사팀 김건우 실장은 솔직한 답변으로 여유롭게 방어했다.


박종강 인문계 전공자는 이공계 학생에 비해 게임 개발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 같다. 인문계 출신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드래곤플라이 전공에 관해서는 상당히 열려 있는 편이다. 우리 회사 직원 중 절반은 전공과 무관한 부서에 입사했다는 것이 그 사례다. 공대 출신이 그래픽 부서에서 역량을 발휘하기도 하고 인문계 전공자가 사설 게임 아카데미에서 지식을 쌓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것은 전공 지식만이 아니다. 회사 사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 일을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다면 개인이 가진 역량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효원 기업들이 서류 전형에서 학점 필터링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드래곤플라이 역시 학점이나 영어 점수 커트라인이 있나?

드래곤플라이 서류 전형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기준 점수가 특별히 정해져 있진 않다. 그렇다고 필터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학교 이름, 전공, 학점, 어학점수만으로 지원자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지원자가 게임프로그래밍학과를 전공했는데 학점이 낮다면 면접에서 ‘게임개발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했는데 왜 학점 관리가 안 됐는지’를 질문할 것이다. 스펙은 객관적인 참고자료가 되지만 관심이 가는 지원자를 탈락시킬 정도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박종강 드래곤플라이에서 출시한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 이 회사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입사에 유리한가?

드래곤플라이 회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라는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회사의 게임을 많이 해봤다면 아무래도 더 많은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고 더 적극적으로 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특히 실무진 면접을 볼 때 가점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 회사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따로 측정해서 점수에 반영하진 않지만 정성적(定性的) 평가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장효원 드래곤플라이에 입사하기 위해 학창 시절 어떤 경험을 쌓는 것이 좋을까? 구체적으로 조언한다면?

드래곤플라이 모든 회사가 그렇겠지만 어떤 업무도 혼자 하는 일은 없다. 모든 게 동료와 협업해서 시너지를 내는 일이다. 특히 게임 회사는 기획자와 프로그래머, 그래픽팀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 동아리나 학회 활동을 통해 다른 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완성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신뢰감이 생긴다. 협업을 통해 배우는 것 중에는 이론보다 중요한 것도 많기 때문이다.
[기업 탐방] 게임업계 판도 뒤집은 명가(名家)의 비밀을 찾아라
기업 탐방 후기
장효원 대학생 기자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 4)

‘거대한 컴퓨터가 즐비한 곳에서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사람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안경을 쓰고 한쪽엔 컵라면을 쌓아놓은 채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겠지?’ 어릴 적부터 드래곤플라이에서 만든 게임을 즐겨하던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는 선입견에 불과했다. 갤러리가 연상될 정도로 정갈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건물은 내가 가본 어떤 기업들보다 깔끔했다. 편안하면서도 단정한 프로그래머들의 복장도 인상적이었다.

그뿐 아니다. 업계 최상위 수준의 연봉에,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누구나 해외연수를 보내준다고 한다. 태국 게임 시장에선 스페셜포스가 1위를 하고 있고 얼마 전 스페셜포스2를 중국, 일본 등에 수출했다고 한다. ‘이만하면 됐다.’ 홍보팀의 설명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러한 근무 환경과 조직 문화라면 앞으로 더 큰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번 기업 탐방을 통해 드래곤플라이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일한다면 내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 탐방] 게임업계 판도 뒤집은 명가(名家)의 비밀을 찾아라
박종강 대학생 기자 (수원대 화학공학 2)

21세기 지식산업이자 고부가가치 산업.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전망 밝은 산업. 모두에게 친근한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산업. 온라인을 거쳐 모바일로 그 분야를 넓혀가고 있는 산업. 나날이 발전하는 우리나라 게임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게임 회사에 취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궁금했는데 드래곤플라이 기업 탐방에서 답을 찾았다.

입사의 키워드는 역시 ‘열정’이었다. “우리 회사의 게임을 해본 경험이나 실력도 지원자의 관심과 열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인사담당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게임할 때의 열정으로 회사에서 일을 한다면 직장 생활을 조금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입사를 위한 실질적인 정보와 조언을 얻게 되어 기쁘다. 앞으로도 게임 회사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