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 들여다 보기

신입사원이 회사에 적응하는 데 평균 5개월이 걸린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업무에 적응하기까지의 시간은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고달픈 시기. 하지만 이곳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유난히 즐거운 일터로 소문난 7개 기업의 속을 들여다봤다. 직원들의 빠른 적응과 능률 향상을 위한 특별한 제도가 그곳에 있었다.

Part 1틀에서 벗어나니 능률이 쑥쑥
회사가는게 신난다면 믿을래?
“오전 10시에 출근하겠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해피플러스 타임’

금요일 오전 10시. 아모레퍼시픽에선 늦게 출근했다고 눈치 보는 사람이 없다. 구성원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해피플러스 타임’ 제도 덕분이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탄력근무제도(Flexible Time)는 자율적으로 근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구성원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행복한 일터를 만든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자유롭게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오전 7시에 출근했을 경우, 오후 4시에 퇴근이 가능하며 퇴근 후 남는 시간은 자기 계발이나 육아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해외 업무가 많은 팀에선 시차 때문에 생긴 업무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제도의 등장을 두 배로 반겼다는 후문.



“열 시간 일하면 두 시간은 놀아라”
구글의 ‘20% 프로젝트’
회사가는게 신난다면 믿을래?
그림 그리기를 유난히 좋아하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업무 도중에도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단순한 낙서로 시작된 그림은 나중에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로고로 변신했다. 태극기, 강강술래 등 기념일에 맞춰 변하는 구글 로고 ‘두들’을 디자인한 데니스 황의 이야기다.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이처럼 업무시간의 20%를 자신의 관심 분야를 개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장려하라”는 에릭 슈미트 회장의 방침으로 구글 창립 초창기부터 시행된 정책이기도 하다. 회사 매출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아낌없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구글뉴스, 지메일, 구글맵스와 같은 구글의 핵심 서비스 역시 20%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것이라고. 업무시간의 20%를 ‘딴짓’에 쏟아도 좋다고 허용한 구글의 과감함이 혁신을 이끌어온 셈이다.



“30대에 CEO로! 꿈꾸는 만큼 이뤄진다”
이랜드의 ‘3x5 CDP 승진 제도’
회사가는게 신난다면 믿을래?
사회생활 12년차. 동기들이 아직 대리, 과장에 머물러 있을 때 경영자의 명함을 가지는 것. 이랜드에선 가능한 일이다. 이랜드의 3×5 CDP 승진 제도는 성과에 따라 3년마다 진급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 일반적으로 진급에 5년에서 7년 정도가 걸리는 것과 다르게 15년 만에 사원에서 임원으로 ‘압축 성장’이 가능한 셈이다. 실제로 이곳에선 4년 5개월 만에 아울렛 지점장으로, 6년 8개월 만에 전략기획실장으로, 10년 2개월 만에 본부장으로, 12년 4개월 만에 이사로 점프한 성공스토리의 주인공들이 일하고 있다. ‘노력한 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본 구성원들은 자신이 맡은 일에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욕을 갖게 된다고. 여성 관리자가 44%에 달할 정도로 유난히 여성 임원이 많은 것도 차별 없는 이랜드의 기업 문화를 설명해주는 부분.



Part 2팀워크 다지니 효율도 업업

“선배는 능력자! 뭐든지 OK”
GS샵의 ‘묻지 마 선배 쿠폰’
회사가는게 신난다면 믿을래?
‘출근 첫날. 사무실에 들어가니 책상에 달린 풍선이 날 반기고 있다. 환영한다며 선배가 전해준 종이를 열어보니 커피 100잔 무료 쿠폰이!’ GS샵 신입사원의 일기장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을지 모른다. 처음 접하는 사회생활이 낯설고 어려울 신입사원을 위해 GS샵 기업문화팀은 아기자기한 제도들을 마련해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묻지 마 선배 쿠폰’ 제도. 선배가 직접 만들어주는 쿠폰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데, ‘커피 사주기’부터 ‘소개팅 1회’, ‘근무 중 영화관람 1회’ 등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쿠폰이 채워진다. 일 년가량 진행되는 멘토링 제도를 통해서는 선배와 저녁도 먹고 문화생활도 즐기며 친목을 쌓는다고. 사람이 좋아야 일도 좋아지는 법! 후배를 살뜰히 챙기는 선배들이 있어 GS샵 신입사원은 외로울 새가 없다.



“‘하면 된다’는 정신을 만들어줄게”
SK그룹의 ‘패기 워크숍’
회사가는게 신난다면 믿을래?
“너, 지리산 둘레길 40km 행군해봤어?(SK C&C)” “아니, 난 무인도에서 2박 3일 살아봤어.(SK이노베이션)” SK그룹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나올 만한 대화다. SK그룹의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관문이 있다. ‘패기 워크숍’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이다. 신입사원 공통 연수에서 넘어야 할 첫 번째 고개는 SK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재조명하는 과제. 연수 기간 중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할 뿐 아니라 그것을 최고경영진 앞에서 발표해야 하기에 결코 만만치 않다. 밤샘도 마다않고 고군분투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SK그룹의 신입사원들은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배우고 팀워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고. 이것이 SK그룹이 강조하는 ‘패기’의 철학이다.



“1년 생활 돌아보고 앞으로 10년 그려봐”
대한항공의 ‘리프레시 제도’
회사가는게 신난다면 믿을래?
3, 6, 9. 게임 이름이 아니다. 3개월 차, 6개월 차, 9개월 차 신입사원들이 한 번씩 일과 직장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이름 붙여진 일종의 ‘직장인 은어’다. 일단 회사만 들어가면 모든 고민이 끝날 줄 알았건만, 인생의 큰 그림을 설계해야 하는 사회 초년기 직장인들은 업무 적응을 마치기 무섭게 진로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한항공의 ‘리프레시 제도’는 바로 이 시기의 신입사원들을 위해 마련한 것. 사무실에 설치된 상담부스에서 각 부서의 선배 사원을 만나 궁금한 점을 묻고 경력 개발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다. 1년간의 현장 근무 후 부서 배치가 되기 전 치러지는 일종의 ‘직무박람회’인 셈이다. 대한항공은 이 제도를 통해 입사 초기 이직률을 낮추는 데 톡톡한 효과를 봤다고.



“호랑이 상사와의 대화 두렵지 않아”
LG이노텍의 ‘청정문 프로그램’
회사가는게 신난다면 믿을래?
각양각색의 구성원이 모인 일터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는 구성원 간 소통일 것이다. 개개인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업무 환경이 필수적이지만 조직 생활이 익숙지 않은 신입사원이라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LG이노텍에는 이러한 소통의 갈증을 해소해줄 만한 ‘청정문(聽情問)’ 제도가 있다. 서로의 얘기를 새겨듣고(聽), 구성원 사이에 정(情)을 쌓고, 자기 능력을 얼마나 발휘하고 있는지 자문(問)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다. 일례로 CFO팀에서는 매일 아침 3분 스피치와 굿모닝 미팅을 진행하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매달 부서 내 최고 임원과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CFO 통통 Talk’, CFO가 직접 쓴 카드를 선물하는 ‘단체 생일 파티’ 행사도 인기가 높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