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대 실용음악학부


‘슈퍼스타K’부터 요즘 뜨는 ‘보이스 코리아’까지 오디션 프로그램 열기가 꺾일 줄 모른다. 저마다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콘셉트로 진행되는 프로들이 공중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등장할 정도. 웬만한 프로 가수 뺨치는 도전자들의 면면을 조사해보니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호원대 실용음악학부’ 재학생, 졸업생, 휴학생…. 알고 보니 이들의 습격은 싱어뿐이 아니다. 몇몇 프로그램의 백밴드 세션들 역시 이 학교 출신이 꽉 잡고 있다. 이쯤 되면 ‘호원대 실용음악학부 판’이라 불러도 될 듯하다.
[학교 전설] 장재인·이정아·정승원…스타 뮤지션 등용문
실용음악이라는 단어 자체가 대중음악 예술을 가리킨다는 건 벌써부터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실용음악, 포스트모던음악’ 등 이름도 다양한 관련 학과가 이미 수십 개다. 하다못해 동네마다 실용음악학원이나 아카데미가 들어서 있을 정도. 대중예술에 대한 관심과 오디션 열풍, 나아가 K-POP의 전 세계적 흥행도 이들 학과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그중 군계일학을 꼽으라면 단연 호원대 실용음악학부다.

장재인, 이정아(이상 슈퍼스타K), 정승원, 우혜미, 나들이(이상 보이스 코리아) 같은 오디션 출신 스타들은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 전공의 퀄리티를 담보하는 교수진의 면면과 역량을 보면 호원대 실용음악학부만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처음 학과가 개설될 때부터 김형석, 한상원, 정원영, 김동성 등 이론과 실력을 겸비한 정상급 뮤지션들이 함께했다.

현재 학부장을 맡고 있는 신연아(빅마마 소울) 교수도 2007년부터 합세해 보컬 파트를 전담하고 있다. 4명의 전임교수가 강의는 물론 수업의 방향과 목표를 잡는 중심 역할을 하는 가운데, 실력 있는 강사진 또한 학구열을 채워주는 멘토들이다. 보컬 파트의 신효범·알리, 연주 쪽의 신대철(기타, 앙상블)·나원주(피아노), 송홍섭(베이스) 등 초특급 뮤지션들로 구성된 맨파워를 자랑한다. 신연아 교수 역시 “교수진의 경쟁력이 제일 중요하다. 교수진만으로는 우리가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능력뿐 아니라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열정 또한 최고”라고 말한다.
[학교 전설] 장재인·이정아·정승원…스타 뮤지션 등용문
[학교 전설] 장재인·이정아·정승원…스타 뮤지션 등용문
[학교 전설] 장재인·이정아·정승원…스타 뮤지션 등용문
교수진 역량 국내 최고 수준

호원대 본교 캠퍼스는 전라북도 군산이다. 공통 과목이 많은 1학년 수업과 이론 수업은 본교에서, 보컬과 연주 등 실습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캠퍼스에서 번갈아 진행된다. 매년 100명 정도의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작년의 경우 50 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원 100명 중 4년 안에 졸업하는 학생은 극히 드물다는 게 과 관계자의 말. 과 특성상 삼수는 물론, 이미 다른 대학을 졸업한 경우도 흔하다.

전공은 크게 작곡, 피아노·기타·색소폰·트럼펫 등 악기, 보컬, 싱어송라이터 등으로 나뉜다. 싱어송라이터 전공은 올해로 3년째인데, 작곡이나 보컬 어느 한 분야를 택하기 어려운 경우 지원한다. 요사이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지원자가 늘어나면서 인기가 부쩍 높아졌다. 장재인이 대표적인 케이스.

살인적인 입시 경쟁률만큼이나 전형 과정도 까다롭다. 1000점 만점에 내신 등 교과 성적 400점, 실기 500점, 면접 등 기본점수 100점으로 구성돼 있다. 물론 실기 평가가 가장 중요한 채점 요소다. 그렇다고 교과 성적을 아예 무시하진 않는다. 비교적 배점이 높은 데서 알 수 있듯이 내신은 성실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한다. 관계자의 귀띔에 따르면 400점 만점에 320점 이상이 안정권이다.
[학교 전설] 장재인·이정아·정승원…스타 뮤지션 등용문
실기 전형은 9월의 수시와 1월의 정시로 나누어 치러진다. 지원자 수가 워낙 많고, 파트마다 원하는 내용이 달라 실기고사 기간이 상당히 길다. 악기 전공의 경우 청음, 즉흥 연주 등을 중점으로 본다. 작곡은 피아노 연주가 공통, 자작곡 심사가 있다. 관심의 초점인 보컬 전공은 자유곡 2곡을 부르되, 가요 한 곡이 필수다. 기교가 뛰어난 사람보다는 깨끗한 백지 상태에서 기본기가 탄탄한 경우가 유리하다. 악기는 리듬 감각을, 작곡은 창의성에 방점을 찍는 경우가 많다. 제일 중요한 건 심사위원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와 노래다.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들여다보자. 1학년은 블루스 음악감상, 기초 화성학, 클래스 피아노, 기타 교양과목과 전공 레슨 등이 주요 과목으로 짜여 있다. 2학년은 전공별 수업을 따로 진행한다. 3학년은 레코딩 실습, 스트링 편곡, 국악 등 특화되고 심화된 과목이 마련돼 있다.

또 마스터클래스라고 부르는 자작곡 합주도 해야 한다. 레코딩 실습은 앙상블뿐 아니라 자작곡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4학년은 졸업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1학년 2학기에도 ‘수작(秀作)’이라는 워크숍 공연이 필수다.

“학과 수업이라도 제대로 따라오려면 방학 때 논다는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는 게 학우들의 이구동성이다. 자기 연습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휴학하는 친구들도 보기 어렵지 않다. 학업과 음악을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수 이적과 이문세 밴드도 호원대 재학생과 졸업생, 휴학생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사실 보컬보다 연주가 더 먼저 자리를 잡았다는 게 음악계의 평가다.
[학교 전설] 장재인·이정아·정승원…스타 뮤지션 등용문
[학교 전설] 장재인·이정아·정승원…스타 뮤지션 등용문
[학교 전설] 장재인·이정아·정승원…스타 뮤지션 등용문
빡빡한 커리큘럼으로 악명(?)

기업의 성패가 조직 문화에 달렸듯이 학과의 경쟁력도 면학 분위기와 궤를 같이한다. 호원대 실용음악학부의 경우 교수진과 학생들의 열정에 대한 소문이 이미 자자하다. 타 대학도 출강하는 강사진들 사이에선 ‘호원대 수업이 재미있다’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 학교 본부의 든든한 지원 아래, 필요한 수업이나 과목이 생기면 그때그때 채워 넣는 것도 호원대의 장점이다. 전공 레슨만 해도 보통 보컬과 악기 앙상블의 분반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 학년 안에 2~3개의 팀이 나오는 셈이다.

모든 커리큘럼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한 인프라도 완벽히 갖춰져 있다. 전문가들이 사용해도 손색없는 악기, 녹음실, 앙상블을 위한 합주실이 갖춰져 있고, 호원아트홀 등 전문 공연장이 학생들의 실습을 위해 24시간 개방된다. 앨범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무료로 녹음실과 공연장을 제공하는 등 ‘음악하는 길을 열어준다’는 과 설립 목표를 위해 가능한 인프라를 총동원하고 있다.

오디션 열풍으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음악을 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몇몇 선택받은 스타가 아니고서는 경제적으로 궁핍할 수밖에 없는 게 한국 음악산업의 현실이다. 따라서 ‘잠깐 해보고 안 되면 말지’라는 생각처럼 위험한 선택은 없다. “스타가 되려거나 남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이 목적인 사람은 지원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 신 교수의 당부 아닌 당부다.



Mini Interview
신연아 호원대 실용음악학부장
“교수와 제자는 음악하는 동료 사이”
[학교 전설] 장재인·이정아·정승원…스타 뮤지션 등용문
커리큘럼이 엄청 타이트하네요.

사실 저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은 적도 있어요. ‘설마 해낼까’ 했던 과제들을 척척 해오는 것을 보며 놀라기도 하죠.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싶어요. 교수와 제자 사이라기보다는 음악하는 동료라고 보는 게 맞아요. 기본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안내해주는 입장이죠.

실기고사 심사도 만만찮은 작업일 텐데요.

올해는 보컬의 경우 2000명을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11일 동안 심사했어요. 정원은 22명에 불과하죠. 모든 수험생의 공연을 비디오로 촬영해놓아요. 사실 마지막 날에 가면 초반 모습들이 잘 기억나지 않거든요. 그날그날 노트해놨던 친구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보는 식이에요. 실기 시간은 수험생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어요. 육체적·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작업이죠.

스타가 되는 경우는 드문데, 졸업 후 진로는 어떤가요.

연주 전공의 경우 계속 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보컬은 실용음악이나 보컬학원 강사 등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죠. 사실 과뿐 아니라 한국의 음반·음악 시장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봐요. 음악하는 친구들이 설 자리가 많지 않죠. 요즘 들어 독립레이블을 차리는 친구들도 많은데, 한 곡당 400~500원 수준으로는 녹음 비용도 거두기 힘들어요. 국가에서도 돈 되는 아이돌에만 신경 쓰지 말고, 문화적 저변을 넓히는 데 힘써야 해요.

올해부터 학부장을 맡게 되셨는데요.

선배님들이 바쁘셔서 억지로 맡긴 게 아닐까 싶어요. (웃음) 개인적으로는 빅마마 소울 싱글이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에요. 그 외에는 오로지 학교 수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학교 전설] 장재인·이정아·정승원…스타 뮤지션 등용문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