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를 굳이 만든 쓰잘데기 없는 이유를 언제나처럼 늘어놓자면, 21세기 지성인으로서 알아두면 언젠가 쓰일 곳이 딱 한 번은 있을 것 같은 지식과 정보를 그대들의 뇌에 심어주기 위함이 첫째며, ‘이런 쓰잘데기 없는 지식도 습득하고 있다’는 일종의 오타쿠力을 펼쳐 보일 수 있게 함이 둘째니, 아아 어찌됐건 닥치고 진짜 쓰잘데기 없는 지식 ‘야구(野球)’ 편을 시작한다.

[진짜로 쓰잘데기 없는 지식 전시관] 야野구球
NO. 1꿰다 보니 108이더라


‘108’은 바로 야구공의 표면을 덮고 있는 두 장의 소가죽(혹은 말가죽)을 이어주는 실밥의 개수다. 108개 실밥의 존재는 공이 받는 저항을 줄여 구속 저하를 막아줌과 동시에 공의 변화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한다.

‘야구공 실밥 개수는 108개’라는 야구의 기본 중 生기본을 알려주기 위함이었으면 당연히 글을 시작도 안 했을 터. 왜 108개인지 아는 것이 더 오타쿠스럽다.

어떤 이들은(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108이라는 숫자가 갖는 종교적 의미(백팔번뇌 같은 것) 때문에 야구공의 실밥 개수가 108개가 됐을 것이라 주장하는데, 이건 틀린 정보다. 정답은 ‘꿰다 보니 108개가 제일 적당해서’. 좀 허망할 수 있겠지만 이게 진짜 이유다.

미국에서 야구공이 최초로 만들어졌을 때 실밥 개수는 116개였다. 1900년대 초반에는 112개로 적어졌다가 108개로 확정됐는데 그 이유는 실밥 개수를 108개보다 늘리면 간격이 좁아져 가죽이 찢어지기 쉽고 반대로 108개 미만으로 줄이면 실이 잘 끊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다 보니 108개가 가장 적당해서 그리 된 것이지 어떤 종교적 철학 때문은 아니다.
[진짜로 쓰잘데기 없는 지식 전시관] 야野구球
NO. 2규칙만 89쪽이더라

야구는 규칙이 유별나게 많은 스포츠로 유명하다. 야구 규칙만으로 책 한 권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 그래서 한국 야구위원회 KBO와 일본 야구기구 NPB, 미국 MLB의 야구 규칙이 A4로 몇 쪽이 되는지 알아봤다. MS-WORD 2007에서 글꼴은 맑은 고딕, 글자 크기는 10pt, 줄 간격은 1.0, 여백은 기본 여백을 적용했다. 정말 쓰잘데기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 이 코너가 ‘쓰잘데기 없는 지식 전시관’인 것이다.

여하튼 결과 발표. KBO는 89쪽, NPB는 109쪽, MLB는 111쪽이 나왔다. 단행본으로 나오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분량이다. 글자 수는 MLB가 가장 많은 25만3443개였으며 KBO가 14만3811개로 그 뒤를 이었고, NPB는 13만9588개로 가장 적었다. 분량 차이가 있는 이유는 서로 다른 언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각 리그 규칙 사이에 내용의 차이는 거의 없다. 심지어 구성도 동일하다. 야구 규칙 자체가 미국에서 넘어온 것이라 비슷한 내용과 동일한 구성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