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_허영진의 위로하는 책, 위로 가는 책

최근 SNS에서 국제구호 활동가 한비야 씨가 이슈였습니다. 1월 12일자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얼마 전에 만난 젊은이에게 꿈을 물었더니 ‘7급 공무원’이라고 해서 ‘정신 차리라’고 한 대 때렸다”는 말이 SNS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죠. 인터뷰 자체의 요지는 청년들에게 ‘꿈을 펼쳐보라’든가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보라’는 이야기였지만 고된 스펙 쌓기와 취업 준비에 시달리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그의 이야기는 ‘꿈같은 소리’로 들린 겁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부전공과 복수전공이 필수입니다. 인문학을 한다면 경제나 경영 쪽을 선택하고, 어학 쪽이라면 다른 언어를 하나 더 선택합니다. 어떤 사람은 복수전공을 하면서 교직을 모두 이수해 두 개의 중등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공부를 한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두 개의 전공을 모두 소화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전공을 하나 더 갖는 것이 일반화됐다지만 원래 꿈을 펴기 위해 전공을 선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국문과를 간다거나 임상 심리학자가 되기 위해 심리학과에 가는 것이죠. 꿈을 펴기 위해 전공을 선택한다? 무척 단순한 생각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분명 틀린 말도 아닐 것입니다.

런던에 살던 평범한 영국 남성인 리처드 레이놀즈. 평소 주변 공터나 관리되지 않는 공유지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 그는 그곳에 몰래 꽃이나 식물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이런 행동에 동조하는 동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버려진 공터나 도심의 틈바구니 속에서 꽃과 작은 나무, 채소들이 자라나기 시작한 겁니다. 공유지에 개인이 식물을 심는 것은 불법입니다만 잘 자란 식물이나 아름답게 피어난 꽃을 보는 걸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그와 동지들의 게릴라식 정원 만들기는 전 세계적으로 도시 농업과 환경 운동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리처드 레이놀즈의 전공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원예학입니다. 그가 시작한 ‘게릴라 가드닝’ 운동은 바로 그의 전공 분야인 원예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전공자가 아니어도 이 운동을 시작할 수는 있었겠죠. 그러나 도심에서 잘 자라는 품종을 고른다거나 비료 사용하는 방법 등의 전공 지식이 큰 도움이 됐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는 전공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죠. 어쩌면 전공을 한번 제대로 공부하고 살려보는 것, 재능을 발휘하고 꿈을 이루는 길이 돼줄지 모를 일이네요.
[BOOK] 원래 네 꿈은 뭐였니?
게릴라 가드닝
리처드 레이놀즈 | 들녘

게릴라 가드닝의 창시자 리처드 레이놀즈의 책. 게릴라 가드닝은 공공장소나 버려진 땅에 불법적인 정원을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런던에서 시작돼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책은 게릴라 가드닝의 시작부터 어떻게 조직되고 현재 어떤 활동을 벌이는지 꼼꼼하게 정리했다. 작은 노력으로 세상을 바꾸어가는 꽃을 든 투사 게릴라 가드너의 활약상을 엿볼 수 있다.
[BOOK] 원래 네 꿈은 뭐였니?
키스 마이 매스 - 수학이 쉬워지는 마법 노트

대니카 맥켈러 | 민음인

수학과 친해지는 법을 담은 스토리텔링 방식의 수학서.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교까지 여학생을 대상으로 공감할 만한 소재를 통해 재미있게 수학을 소개한다. 저자인 대니카 맥켈러는 ‘케빈은 열두 살’이란 미드에서 주인공 케빈의 첫사랑 위니 역할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배우. 실제 그는 UCLA 수학과를 수석 졸업한 재원이자 몇 권의 수학 베스트셀러 저자다.



눈에 띄는 책
[경제·경영]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에릭 라이너트 | 부키
[BOOK] 원래 네 꿈은 뭐였니?
신자유주의 질서에서 가난한 나라들이 부유해질 수 없는 이유를 밝힌 책. 저자는 부자나라들이 부유하게 된 까닭을 ‘국내 제조업 육성’ ‘산업화 초기 보호규제 정책’ ‘적절한 시기의 자유무역’으로 파악한다. 부자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이런 과정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음을 폭로한다. 대안적인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 2008년 수상작. 2003년 수상자가 장하준 교수다.



[자기계발]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 은행나무
[BOOK] 원래 네 꿈은 뭐였니?
2010년 베스트셀러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의 저자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새 책. 현대인의 건강 조급증을 유머러스하게 비튼다. 건강과 의학에 대한 환상과 실제 사람들의 생각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건강해지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일들이 얼마나 헛된 노력인지 알려준다. 일상에서 웃음과 여유를 찾는 것이 진짜 건강해지는 비법임을 알려주는 책.



[소설]문근영은 위험해
임성순 | 은행나무
[BOOK] 원래 네 꿈은 뭐였니?
히키코모리, 스토커, 조루 음모론자 세 청년이 어느 날 똑같은 꿈을 꾼다. 핑크색 슬립을 입은 배우 문근영이 나타나 “사랑해요”라고 속삭인 것. 세 명의 루저가 꿈의 의미를 찾아내겠다고 ‘오버’를 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컨설턴트’로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임성순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만화 같은 이야기, B급 영화의 상상력, 인문학적 성찰을 버무린 흥미로운 이야기.



허영진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