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자헛

“피자헛에 취업하면 다 매장에서 일하는 줄 알았어요!”

한국 피자헛 탐방에 동행한 한 대학생 기자는 꽤 놀란 눈치였다. 한 동네 건너 하나씩 있는 피자헛 레스토랑이 전부인 줄 알았던 것. 전국 300여 개 매장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한국 본사는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다.

1985년 미국 피자의 맛을 한국 땅에 전한 피자헛을 신민영, 석지수, 김민재 세 명의 대학생 기자와 함께 다녀왔다. 탐방 후에는 피자헛 한티점에서 푸짐한 오찬을 즐겼다.
[기업 탐방] “기업 문화마저 맛있어!” 함께 즐겨요~♬ 피자헛
기업 개요
● 대표이사 : 이승일
● 설립일 : 1985년 2월 이태원 1호점
● 매장 수 : 300여 개
● 직원 수 : 약 510명(본사 약 120명)
● 주요 사업 : 70여 종 피자와 다양한 사이드 메뉴 개발, 출시 및 판매, 관리


서울 강남의 한국 피자헛 입구,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 듯했다. 층을 옮겨도 냄새는 계속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어딘가에서 피자를 굽고 있는 건 아닐까.
취재진을 맞이한 길연수 한국 피자헛 마케팅팀 대리는 “본사에 조리실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제품 하나가 출시되기까지 가장 먼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제품 시식, 관능 테스트 등을 실시한다. 또한 직원들은 자주 매장에 나가 서비스와 맛을 확인해야 한다.

한국 피자헛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얌(YUM)의 한국 법인이다. 얌은 피자헛 외에도 KFC, 타코벨 등 유명 외식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 레스토랑 기업. 그중 한국 피자헛은 피자헛 브랜드가 있는 전 세계 94여 개국 중 4번째로 큰 규모로 꼽힌다. 글로벌 브랜드이지만 현지화를 통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온 것이 특징이다. 불고기 피자와 리치골드 피자 등 인기 제품은 한국에서 해외로 역수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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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브랜드의 성공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공유한다. 한국 피자헛 본사 직원들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대규모 콘퍼런스 등 세계 곳곳의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많아 해외 출장의 기회가 잦다.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이 많아 한국 피자헛 본사에 있는 전 직원은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

외국계 기업이기에 갖는 이점은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다. 상하구분 없이 직원들은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른다. 또한 누구나 의견을 피력하면 회사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분위기이다. 길연수 대리는 “친한 사람들끼리도 회의만 들어가면 치열하게 토론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라며 격렬하게 회의를 해도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아 신기하다”고 말했다.

변화가 빠른 외식산업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부서 간 교류가 활발한데, 마케팅팀은 메뉴 아이템을 R&D팀과 논의하고 그릇 하나를 바꿔도 구매팀과 상의한다. 제품 출시에 앞서 전 부서에서 참여하는 회의도 여러 번 갖는다. 이런 과정에서 ‘눈물 흘리며 버린 제품’이 많다고. 아무리 기발한 상품이라도 영업팀이 ‘매장에서 못 만든다’고 하면 출시되지 않는다. 피자 맛이 전국 매장에서 동일하게 구현돼야 하고 시간이 지나도 유지돼야 하는데 매장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부서가 바로 영업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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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헛의 영업팀은 외식업체의 특징이 잘 묻어나는 대표 부서다. 전국 매장과 계속 교류하며 관리, 교육 등을 담당한다. 그중 CER이라는 직책은 매장 직원들에게 원성(?)을 사는 위치라고 한다. 매장을 수시로 방문해 평가 후 점수화를 하기 때문에 CER이 출동할 때는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이 밖에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신제품개발팀, 재료의 영양 성분과 위생 상태 등을 점검하는 QA팀, 전국 매장을 동일한 인테리어로 만드는 시공기술팀 등이 피자헛의 특징적인 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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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과 보상에 후한 ‘일하기 좋은 기업’

피자헛 직원들이 꼽은 최고의 기업 문화는 단연 ‘칭찬 문화’다. 잘한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격려를 하는 것이다. 말뿐 아니라 상으로 보상을 한다. 상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상을 받는 내용도 다양하다. 사장이 고객을 최우선으로 섬기는 팀원에게 상을 주고, 상무가 뛰어난 팀워크를 보여준 팀원에게, 이사가 묵묵히 본인의 업무를 수행한 팀원에게 상을 주는 식이다. 트로피가 특이한데, 상의 의미를 담아 모두 다르게 제작하고 있다. 빨간 모자, 노란 공장 모자, 거북이 모양의 크리스털, 농구공, 야구 배트 등에 상의 의미와 이름을 새겨 수여하고 있다. 또한 한 해 성과가 뛰어난 매장의 팀원들에게는 인센티브 해외여행을 제공한다. 올해는 총 80여 명이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피자헛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팀메이트’로 불린다. 정직원뿐 아니라 팀메이트에게도 장학금을 준다. 상·하반기로 나눠 점장 혹은 지역장 추천을 받아 심사 후 4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장학금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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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매장을 막론하고 이런 칭찬 문화는 10년 넘게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래서 피자헛으로 이직했거나, 다른 곳으로 이직한 사람도 한결같이 “피자헛만 한 분위기가 없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일부 대기업에서 칭찬 문화를 벤치마킹하러 온 사례도 있다.

‘일하기 좋은 분위기’라는 말에 한 대학생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좋은데 본사는 왜 잘 알려지지 않았죠?” 이유는 한국 피자헛이 매장 중심의 경영을 하기 때문이다. 매출은 매장에서 발생하고, 매장은 고객을 직접 만나는 접점이라서 본사는 매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본사의 채용 규모가 작아 홍보를 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많은 외국계 기업이 그러하듯 경력 채용을 주로 하고 있지만, 간혹 신입 채용도 실시한다. 결원이 생기면 수시로 피자헛 웹사이트와 일부 채용 포털사이트에 게시한다.

견학 후 피자헛 한티점에서 다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길연수 대리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하는 점’을 물었다. 그는 “실무진이 진짜 실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래도 되는 걸까 할 정도로 권한이 커요. 예산을 움직이고, 해보고 싶은 일을 추진하고, 그것이 곧바로 결과물로 나오는 게 매력이에요.”

대답을 들은 대학생 기자들은 이구동성 외쳤다. “정말 재밌겠다. 피자헛에 입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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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영 인사팀 부장과의 ‘훈훈한 대화
Q 피자헛 채용 제도의 특징은?

A 매장 정직원을 뽑는 정기 공채와 본사 직원을 뽑는 수시 채용으로 나뉜다. 매장직의 경우 5월, 9월에 채용이 있고, 본사는 결원이 생길 때마다 진행을 한다. 본사 채용을 할 때는 내부 채용 제도라 하여 매장 직원 중 적정 대상이 있는지를 살피기도 한다. 내부에 대상자가 없으면 외부 공지를 통해 모집을 실시한다. 인턴사원으로 들어왔다가 정규 직원이 된 사례도 있다. 전 직원은 입사하면 우선 매장에서 3주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Q 채용 전형과 주로 평가하는 점은?

A 매장과 본사 모두 서류 전형과 1, 2차 인터뷰가 있다. 간혹 추가로 사장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인터뷰에서는 피자헛 문화와 잘 맞는 사람인지와 업무 관련 능력을 평가한다. 포지션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확인하는데 만약 엑셀을 많이 활용하는 부서라면 엑셀 파일을 보여주고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묻기도 한다. 파워포인트를 많이 쓰는 곳은 슬라이드를 출력해서 똑같이 만들어보라고 하기도 한다. 때로는 함께 일할 동료들과 식사하면서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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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피자헛은 어떤 인재를 원하나?

A 피자헛이 원하는 리더상과 비슷한 맥락이다. 피자헛이 원하는 리더는 우선 혁신적인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활용하는 사람, 실제로 행동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 사람을 육성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피자헛에 적합한 인재다. 열린 마음으로 계속 남에게서 배우려 하고 고객, 팀원 등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진 이라면 좋겠다.



Q 피자헛 입사를 원하는 대학생에게 추천하는 활동은?

A 대학생 때 피자헛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 외식산업에는 복잡한 면이 있다. 이를 먼저 경험해보고 이해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또한 피자헛이 사람에 대한 관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국내, 해외 봉사를 해볼 것도 추천한다.



Q 영어는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나?

A 물론 잘할수록 좋다. 잘하면 그만큼 기회가 많이 생긴다. 하지만 신입사원 수준에서는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하기 때문에 읽고 쓰는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된다. 스피킹은 일하면서 계속 실력을 쌓으면 된다.



기업 탐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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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대학생 기자 (사진기자, 이화여대 패션디자인 3)

항상 옆에 있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별거 없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피자헛이 하나의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보통 ‘피자헛에 입사했다’고 하면 매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데 탐방 후에는 ‘내가 아는 그 피자헛이 맞나?’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다. 피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련돼 있으며 땀 흘리고 고민하는지를 알게 되니 숙연한 마음도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외식기업이라는 데 한 번 놀라고, 직원들은 직책 상관없이 모두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직원들의 직업 만족도가 높아 근속연수가 길다는 말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이번 기업 탐방은 취업에 대해 무감각했던 나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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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수 대학생 기자 (취재기자, 성균관대 유학동양 3)

경영학과 수업시간에 이승일 한국 피자헛 사장의 강연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임원과 사원 간에 이질감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역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가족 같은 분위기, 칭찬하는 분위기가 뿌리 깊게 정착돼 있는 곳이라고 들었을 때 별로 실감하지 못했는데, 직접 탐방해보니 그 분위기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채용에 대해 질문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인상적인 부분은 매장에서 일해본 경험을 중시하고 채용에 반영한다는 점이었다. 외국계 기업은 이직이 잦은 데 비해 피자헛은 이직률이 낮다고 들었다. 칭찬하는 문화, 가족 같은 분위기 덕이 아닐까 싶다. 피자헛처럼 사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곳에 나도 입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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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대학생 기자 (서포터즈, 동국대 법학 3)

평소 외식산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피자헛을 탐방하게 돼 기뻤다. 실제로 기업을 돌아보니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신메뉴 개발 등 트렌드에 발맞추려는 노력이 인상적이었고 글로벌 조직으로 탄탄한 곳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피자헛의 자랑거리는 ‘분위기’였다. 칭찬과 격려 문화가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피자헛에서 뽑고 싶은 인재는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 고객에게 맛으로 보답하는 ‘적극적인 인재’라는 점을 알았다. 화려한 ‘스펙’이 없더라도 외식업에 대한 이해와 조직적응력, 인성을 갖춘 사람은 신입 채용을 노려볼 수 있겠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