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erview] 나는 보수 우파다 왜냐고?
윤 주 진
1986년 생
2012년 2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同) 대학원 석사 과정 중

“제 인터뷰 기사 실으시면 잡지 안 팔릴 텐데요.” 테이블에 앉자 마자 그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올해로 스물일곱 살이 된 윤주진은 대표적인 보수 우파 청년이다. ‘극우’ ‘꼴보수’. 작년 12월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에서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정봉주 전 국회의원과 설전을 벌인 후 그에게 붙은 수식어다. 비판의 도마에 오른 것은 당연한 일. 나꼼수 기획자인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를 “모자란 학생”으로 평가했고 토론 당사자였던 정 전 의원은 “경직된 사고가 불쌍했고 (그의) 부모님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득 궁금했다. 그는 왜 보수일까. 쏟아지는 비판 여론이 두렵진 않을까. 그의 사고와 가치관의 기반이 궁금했다. 단순히 ‘꼴통’이라는 단어로 무시하기보다 그의 말을 천천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2월 6일 서울 사직동 한 카페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자 방송(tvN 백지연의 끝장토론) 이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윤주진 가까이서 지내는 사람들, 심지어 나와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내 의견을 존중해주는 편이다. “너는 비록 보수고 나는 진보지만 너 같은 보수는 괜찮은 것 같다”와 같은… 친하니까 그런 반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공격당하는 것을 보니 진보인 내가 미안해진다”는 말도 들었다. 부모님께선 걱정을 많이 하셨다.



기자 온라인에서 상당한 질타를 받았다. 어떤 기분이었나?

윤주진 사실 욕먹고 손가락질 받은 경험은 전에도 많았다. 한국대학생포럼 대표직을 맡은 후 반값 등록금 관련 시위를 했을 때가 방송보다 훨씬 힘들었다. 내 입장은 ‘무조건적인 반값 등록금 인하 요구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였다. 일반적인 대학생들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라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그만큼 단련이 된 것도 사실이다.



기자 반값 등록금은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이다. 입장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윤주진 등록금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은 나도 동의한다. 중요한 것은 조세 부담률에 비해 등록금 부담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세금 많이 내고 등록금 적게 부담하는 것이냐, 세금 적게 내고 등록금 많이 부담하느냐의 문제다. 조삼모사다.



기자 나꼼수를 처음 들은 것은 언제인가?

윤주진 작년 11월부터 들었다. 주변에서 나꼼수 이야기가 계속 들리고, 10·26 재보선 때 (나꼼수가)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하니 안 들을 수 없었다. 가장 처음 들었던 것이 홍준표 의원이 대표 시절 출연했던 편이었다. 그것 듣고 울었다.



기자 왜 울었나?

윤주진 2011년 한 해는 내게는 온갖 투쟁으로 점철된 시기였다. 사회적 이슈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계속 현장으로 나갔다. 저쪽(진보)에 헤게모니를 빼앗겨 가는 과정 속에서 힘들긴 했지만 눈물을 흘린 적은 없었다. 그런데 나꼼수에서 김어준 씨와 정 전 의원이 그들보다 연배가 많은 홍 전 대표에게 막말을 내뱉고 무시하는 것을 들으니 울음이 나왔다. 그런데 짜증이 나면서도 재미를 느꼈다. 이후 나꼼수 전편을 다 들었고 팬이 됐다. 끝장토론 방송에 나간 것도 정 전 의원을 한 번 만나고 싶어서였다.



기자 끝장토론 방송에서 한 발언을 듣다보면 팬이라는 인상을 받기 힘든데?

윤주진 사실 비판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나꼼수는 훌륭한 매체고 새로운 언론의 등장이라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 정 전 의원이 보여준 태도는 실망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을 장난식으로 받아치는 모습이 좋지 않게 느껴지더라. 정 전 의원이 토론에서 보여준 발언도 얼토당토않게 느껴졌다. 그래서 문제 제기를 했다.



기자 정 전 의원의 장난스러운 태도는 유머 코드로 읽을 수도 있지 않나?

윤주진 나도 처음에는 유머 코드라고 느꼈다. 그런데 그날 나는 그에게서 ‘유머’가 아닌 ‘오만’을 느꼈다. 지적으로 오만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오만했다. 정 전 의원은 ‘내가 무조건 옳고 나를 반대하는 것은 그르다’는 태도였다. 그것에 나도 오기가 생겼고 달려들게 됐다.



기자 원래 논쟁을 좋아하나?

윤주진 서로의 생각을 비교·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토론과 논쟁을 즐겨하는 편이다. 한국 정치판에는 싸움은 있어도 논쟁은 없다. 특히 보수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논쟁을 피하고 겁을 낸다.



기자 보수단체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에서 돈을 받았다는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

윤주진 내가 대표로 활동했던 한국대학생포럼에서 받은 것이다. 액수도 크지 않다. 그곳에서 돈을 받았다고 해서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이는 돈을 받았다는 이유 하나로 한국대학생포럼이 어버이연합의 이념을 그대로 계승하는 단체라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그렇게 따지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시절 삼성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고 해서 그곳이 삼성의 이념을 실천하는 곳인가? 그건 아니지 않나.



기자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판이 좋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주진 이 사회가 갖고 있는 진통이라 생각한다. 나는 나를 비판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서운하지 않다. 오히려 나를 지지해주는, 지지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이 답답하다.



기자 보수적 가치관을 갖게 된 계기는 뭔가?

윤주진 원래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예체능반 출신이라 밴드도 하고 대회에도 나갔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세상에 불만이 많았고 당시 나도 진보적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생각이 바뀐 계기는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과 2004년 탄핵 정국이었다. 이 두 사건에서 진보 진영이 하는 행태에 신물이 났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 진보 진영에서 촛불 시위하고 장갑차를 부수는 행동을 보면서 말도 안 된다고 느꼈다. 미군이 잘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한미 동맹을 흔들만한 사건은 아니지 않나. 탄핵 정국 때는 사태를 파국으로 이끈 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다. 조순형 당시 민주당 대표가 사과 한마디면 탄핵 철회하겠다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끝까지 옹고집을 부린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기자 어떤 네티즌이 ‘극우’라 평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윤주진 ‘민주주의는 수단에 불과하다’라는 발언 때문에 그럴 것이다. 민주주의는 여러 가지 정치 체제, 즉 그 사회를 잘 작동하게 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민주주의가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기존의 제국주의, 항일운동, 독재에 대한 안티테제로 수입된 것인데, 이후 절대적이고 숭고한 가치로 자리해버렸다.



기자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는 조항이 있지 않나?

윤주진 헌법도 절대적인 것이 아닌 하나의 수단이다. 국민이 만들고 채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같은 미국 연방주의자들이 쓴 연방주의 논고를 보면 “민주주의는 미국의 가치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라고 적혀 있다.



기자 보수적 발언과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떤 이는 ‘향후 정치권 진출을 위한 노림수’로 읽기도 한다.

윤주진 언젠가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치권 진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진출이 내 발언과 행동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 내 목표가 정치권에 발 들이는 것이었다면 내가 정봉주 씨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을까? 내 이미지 깎는 지름길인데.



기자 인지도 상승을 위해 그랬다고도 볼 수 있지 않나?

윤주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정치에 진출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보기에는 2010년부터 해온 활동에는 일관성이 있다. 지금은 공부를 하고 싶고 정치권에 진출하고 싶지는 않다.



기자 지금의 20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주진 20대만큼 공부를 많이 하고 용기 있는 세대가 지금까지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점이 있다면 현실적인 감각이 다소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반도 국가, 작은 나라라는 것을 간과해서 그렇다. 미국 같은 강대국의 20대들은 이상적인 생각을 해도 된다. 하지만 한국은 풍전등화의 반도 국가다. 강대국들이 한 번 움직이면 휘청거리는 것이 한국이다. 한국의 20대들이 이런 현실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산업화 세대에 대해 존경심을 갖게 될 것이고 극단적인 진보주의자나 민주주의자들에 대해 경계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 모든 인터뷰마다 던지는 마지막 질문이다. 사는 이유는 뭔가?

윤주진 한마디로 죽지 못해 사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살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보수 우파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그것이 나를 살아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