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마음 던져 쌓은 ‘경험’ 휘황찬란 하이 스펙 부럽지 않아~

학점 3.5, 토익 800, 해당 분야 자격증.

흔히 대기업 신입사원 표준으로 통하는 기본 스펙이다. 여기에 학교 그레이드, 영어 스피킹 능력, 각종 대외활동 경력이 ‘선택’으로 붙는다.

여기까지 읽고 한숨을 내쉬는 동지들이 많으리라. 이 정도 스펙을 기본이라고 하다니,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열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옳은 말이다. 취업이라는 한 가지 목표로 4년을 달리지 않는 이상, 이 정도 스펙을 보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스펙 쌓는 데 올인할 수도 없는 일. 적당히 놀고 적당히 공부한 우리 범인(凡人)들은 어쩌란 말인가.
평범한 스펙이 곧 ‘저질 스펙’이 되는 불편한 진실. 현재 채용시장 상황이 그렇다. 워낙 바늘구멍 취업문이다 보니 하이 스펙 지원자들도 나가떨어진다. 뭣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스펙으로는 서류 전형 통과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제아무리 수치적 스펙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간과할 수 없는 게 스펙의 힘인 까닭이다.

그럼 저질 스펙 보유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면 돌파가 어렵다면 우회 전략이 있지 않을까. 앞서 소개한 하이킥의 주인공들과 취업 전문가들이 귀띔하는 ‘저질 스펙 탈출법’에 귀를 기울여보자.



‘경험 = 스토리’ 불변의 진리다

학벌, 학점, 영어 점수 등 계량적 가치에 약하다면 답은 하나다. 남에게 없는 경험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이다. 방법은 수만 가지다. 관련 직무에 관한 학회나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실전 지식을 쌓으면서 한 우물을 파도 좋고, 진출 희망 분야의 아르바이트를 집중 공략해 값진 현장 경험을 쌓아도 좋다. 자원봉사 모임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운영할 수도 있고, 전문 교육기관을 찾아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는 “책상을 떠나 현장에서 쌓는 경험은 자기소개서의 구체성에 영향을 주어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다준다”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가 바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경험에도 밸류가 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의 다양한 경험 속에 숨어 있는 역량을 끄집어내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기소개서 작성 항목도 경험 중심으로 바꾸었고,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경험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인사담당자가 매력적으로 볼 만한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진출하고 싶어하는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양질의 현장 경험을 쌓은 이에게 먼저 눈길이 가지 않을까.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 같은 신입을 원하는 곳이 많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해진다. 누가 봐도 매력적일 만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 윤호상 인사PR연구소장은 “지원 직무와 연관된 경험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토익 등 스펙을 올리기 위해 투자와 노력을 하는 것처럼 양질의 경험이라면 무급이라도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점수’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지금의 스펙 열풍 뒤에는 취업난이 있다. 지원자가 밀려들면서 기업마다 채용 업무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특정한 조건값을 기준으로 두고 선별하기 시작한 게 발단이 됐다. 물론 이 조건값은 기업마다 다 다르다. 그럼에도 획일화된 기준을 좇는 게 현실. 전문가들은 ‘완벽한 스펙’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말한다. 세상에 완벽한 스펙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 김치성 대표는 “‘이것만 따면’ ‘이 점수까지만 올려놓으면’이라는 생각으로 점수에 집착하는 이가 의외로 많다”면서 “점수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빨리 깨닫길 바란다”고 밝혔다.



선배들의 경험담을 많이 들어라

선배들과의 만남에서 취업 성공담을 들은 경험이 누구나 있으리라. 되짚어 보면, 스펙이 낮음에도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그런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은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성공의 이유까지 분석해보자. 과연 그 선배는 무엇을 무기로 취업문을 뚫었을까. 선배를 찾아가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는 노력 속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김치성 대표는 “인터넷 취업 커뮤니티에 떠도는 취업 성공담에 부러워하지 말고, 가까운 곳의 성공 사례부터 파헤쳐 보라”고 주문했다.



과대포장 말고 ‘있는 그대로’ 승부하라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으면 과대포장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베테랑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의 경험이 있는 그대로인지, 과대포장인지 바로 눈치 챈다. 작은 경험이지만 이를 통해 큰 소득을 얻었다면 이를 구체적로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 다음카페 대졸고졸취업본부의 박장호 코치는 “노점상 가판대 수준의 경험이라도 백화점 디스플레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자기소개서에 재치 있는 소제목을 넣는 등의 방법으로 눈길 끄는 서류를 만드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
윤호상 인사PR연구소장
박장호 다음카페 대졸고졸취업본부 코치



저질 스펙 뚫은 박장호 코치의 실전 팁

지방 사립·토익 235,
그래도 줄줄이 합격
비결을 알려주마


강원도 소재 사립대 출신에 학점은 3.29, 토익 235점. 어디 내놓기 쉽지 않아 보이는 이 스펙으로 외국계 기업, 대기업, 공기업을 차례로 뚫은 이가 있다. 이 독특한 경험을 기반으로 취업컨설팅 사업을 시작한 박장호 코치가 주인공. 그가 실전에서 응용할 만한 ‘기술’ 몇 가지를 공개했다.



자소서는 소제목이 관건이다

자소서에 담을 내용 중에서 유난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를 차별화된 소제목으로 푸는 것. 평범한 소제목으로는 눈길을 끌지 못한다. 캠퍼스 잡앤조이 같은 잡지 기사를 참고해 소제목 달기를 연습해보자. 남다른 소제목을 쓰면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 서류 통과 가능성이 커진다.


※소제목 예
수정 전 = Pioneer의 자세를 가진 인재 홍길동
수정 후 = 캐리비안의 젊은 모험가 홍길동



채용 공고 속에 정답이 있다

외국계 기업은 영어 점수로 거른다?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다. 의외로 영어에 무관심(?)한 기업이 많다. 특히 채용 공고를 자세히 보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눈치 챌 수 있다. 예컨대 제출 서류에 영어 이력서나 토익 점수에 관한 언급이 없다면 영어 비중이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영어로 된 이력서와 토익 점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채용 공고에 ‘토익 점수 700점 이상 우대’라고 명시돼 있다면 이는 700점 이상만 뽑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이 점수 이하 지원자는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 또 ‘토익 고득점자 우대’라고 명시돼 있다면 이는 아래 점수부터 필터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남보다 한 발자국만 더 나가라

논술시험을 보는 공기업에 지원한다면 회사 홈페이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회사가 원하는 답이 CEO 홈페이지, 보도자료 등에 거의 다 나와 있기 때문.

기업 분석을 할 때는 남들보다 한 발자국 더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컨대 면접에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조언을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면, 수입다각화 방안 제시와 함께 자신이 기여할 부분을 언급하는 것. 공언(空言)이 아니라 공언(公言)을 하라는 의미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으면 과대포장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베테랑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의 경험이 있는 그대로인지,

과대포장인지 바로 눈치 챈다.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