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안용성

‘삽질한다’는 표현은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주로 ‘쓸모없는’ 이라는 뜻과 통한다.

이번 호 주인공 안용성 씨의 인생에도 ‘삽질’의 시절이 있었다. 부모님은 늘 그에게 “네가 게임할 군번이냐”고 말씀하셨다. 한때는 전공이 싫어 어학연수를 떠났다. 이민을 생각하기도 했으나 향수병에 걸려 귀국했다. 학교에선 제적을 당했다.

(후에 재입학에 성공했다.) 학점은 2점대다.

스펙으로 보면 크게 내세울 것 없지만, 결국 그는 게임 덕에 취업문을 뚫을 수 있었다. 최종 합격 이후, 안 씨는 부모님께 “이제 게임할 군번이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삽질은 ‘한 곳을 파는’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쓸모없음’이 ‘쓸모있음’이 된 이 이야기, 시작해보자.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좋아하는 일 평생 할 수 있는 난 행복해”
인터뷰는 엔씨소프트의 신입사원들이 합숙교육을 앞두고 있던 지난 12월 초 이뤄졌다. 아직 부서 발령도 받지 않은 ‘진짜 신입사원’과의 만남이었다. 주인공 안용성 씨는 올해 2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 겸 직장인. 그런데 신입사원치고 나이가 좀 의외다.

“학번은 98학번이에요. 그렇게 안 보이죠? 다행히 동기 중에서 제가 제일 동안이에요.(웃음)”

사회생활이 늦어진 것은 두 번에 걸쳐 장기간 휴학을 했기 때문이다.

“군대 때문에 휴학하고, 어학연수 간다고 휴학하고, 휴학이 길어서 한 번 제적을 당하고 다시 재입학해서 이제야 4학년 2학기를 마치게 됐어요.”

98학번과 대학생활을 시작해 08학번과 함께 마무리를 하게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한다.

“제가 입학할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학사경고도 수두룩했고, 대리출석도 많았고, 동아리 활동하려고 휴학하는 친구도 있었죠. 학교에 다시 돌아와 보니 시대가 달라져 있더라고요.”

당시 분위기 탓도 있었지만, 학점이 낮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군 제대 후 복학했을 때는 전공인 생물학에 더욱 흥미가 떨어지고 따라가기도 어려웠다고. 그래서 그는 캐나다 어학연수를 택했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공부가 재미없어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2년 칼리지를 졸업한 후 4년제 유니버시티 편입을 할 수도 있고, 취업을 하면 영주권도 딸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뒀어요.”

안 씨에게 가장 큰 취미는 컴퓨터 게임이었다. 그래서 한 칼리지의 컴퓨터프로그래밍 학과에 입학했다. 원래 2년 과정인데 졸업까지는 4년이 넘게 걸렸다.

“프로그래밍보다는 게임이 더 재밌으니까 게임을 하다가 수업을 놓치기도 하고,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5년을 캐나다에 있었네요. 나중엔 향수병에 걸려서 빨리 귀국하고 싶었어요.”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좋아하는 일 평생 할 수 있는 난 행복해”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오랜 기간 학생이었지만 지난해만큼 취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던 적은 없었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더욱 취업 의지가 피어올랐다.

“떠날 때는 모두 학생이었는데 돌아오니 모두 취업했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친구도 있더라고요. 나도 빨리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취업정보실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거의 다 참여하면서 취업 준비를 했죠.”

문제는 진로를 어디로 정해야 할지였다. 전공을 고려해 의학전문대학원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던 중 친구와의 대화에서 방향을 찾았다.

“‘너는 시간이 주어지면 뭘 하느냐’고 질문을 해서 당연히 ‘컴퓨터 게임을 한다’고 했어요. ‘그럼 그 일을 직업으로 삼지 그래’라는 말에 불현듯 ‘이거다’ 싶었죠.”

게임을 많이 할 뿐 아니라 잘하기까지 했다. 한때는 게임 커뮤니티에서 안씨의 아이디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헛고생이라고 생각했던 프로그래밍 공부도 게임 회사에선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게임업체 세 곳에 원서를 넣었고 경험 삼아 국내 대기업 두 곳에도 이력서를 제출했다. 일부는 학점 기준 미달로 서류 탈락. 엔씨소트프에서 최종 러브콜을 보내왔다.

“자기소개서에 입사하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이 있었어요. 제가 평소 생각했던 이상적인 게임을 장황하게 늘어놨어요. 게임을 항상 해왔고 좋아했지만 한 번도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거나 글로 적어본 적이 없는데, 게임 회사에 지원하려니 진지해졌죠. 그동안 가장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해 처음으로 얘기할 상대가 생겨서 시험 과정이 즐거웠어요.”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좋아하는 일 평생 할 수 있는 난 행복해”
“안 해본 게임이 없을 정도”라는 안 씨는 이제 자신이 직접 만든 게임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뒤늦게 취업한 만큼 기쁨도 두 배. 교육 기간에 상사에게 혼이 나도 그저 즐겁다고 한다.

“나이 들어서 취업 못하는 게 힘든 건 부모님 때문이에요. 죄송하니까요. 싫어하셔서 대놓고 게임도 못했어요. 그런데 삽질이라고 생각했던 게임 덕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그는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취업 준비하면서 학점이나 나이가 걸림돌이 되긴 했지만 갈 길을 몰라 방황하던 대학 초년생 때가 더 힘들었어요. 길을 돌아서 온 것에 대해서는 별로 아깝지 않아요.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을 오히려 제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남들보다 더 많이 삽질할 기회가 있었고, 그걸 통해 배운 게 있었으니까요. 그걸 보고 회사에서 뽑아준 게 아닐까요. ‘늦었다’는 생각은 머리에서 지우고 진짜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좋아하는 일 평생 할 수 있는 난 행복해”
▶엔씨소프트는 ‘이런 인재 원한다’

엔씨소프트의 미션인 ‘즐거움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적인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인재, 스펙보다 지원 분야에 대한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인재, 이를 과정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를 선호한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