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의 위로하는 책, 위로 가는 책


한국인의 심리 상태를 좌지우지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타인의 시선’입니다. 한국 사람들처럼 잘나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드문 듯합니다. 뭔가 좀 있어 보일라치면 젠체해야 하고 체면을 차려야 하며 학자연해야 합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바로 나를 규정하는 정체성이 됩니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일본 사람들이 한국인들에게 받은 인상에 대해 읽은 기억이 납니다. ‘한국 사람들은 돈 이야기만 나오면 겸연쩍어하더라’는 겁니다. 그런 한국인이 어느 틈에 사치스러운 명품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됐습니다. 아마도 과거 압축적으로 근대화를 경험하면서 유교적 ‘체면치레’가 소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으로 양상이 바뀐 것이겠죠. 명품을 소유한다는 만족도보다 명품을 손에 든 자신을 타인들이 어떻게 봐줄 것인지가 더 큰 관건이 됐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타인에 의해 규정된 정체성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겁니다. 정작 자기 자신은 뭘 원하는지 자기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자기 정체성이 없다 보니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자신을 맞추어 갑니다. 대표적으로 ‘스펙’이 그렇습니다. 어학 같은 필수적이고 실용적인 스펙도 있지만 요즘 세상은 잉여 스펙을 요구합니다. 마치 필수품이 아니라 사치품인 명품 소비를 부추기듯이 말이죠.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불안과 불안을 권장하는 사회의 공모로 탄생한 매우 불순한 일입니다.

세상과 타인의 시선에서 한 걸음 벗어나 봅시다. 잠시 동안은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할지 모릅니다. 그간 익숙해 있던 남들에 의해 규정된 나를 벗어버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폴 오스터의 소설 제목처럼 의도적으로라도 ‘고독을 발명’해봅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짜 고독해지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게 됩니다. 쓸데없는 스펙 쌓기에서 해방되는 건 덤으로 주어질 것입니다. 얼마 전에 만났던 심리학자 황성민 교수는 “자기 자신의 욕구를 알면 미래가 아주 조금 확실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 조금은 매우 큰 차이’입니다.
[책읽기]고독을 발명하라 고독이 너를 구원할 테니
고독의 위로
앤서니 스토 지음 | 책읽는수요일

영국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정신분석의 앤서니 스토의 책. 현대사회에서 ‘고독’의 미덕과 가치를 알려주고 인간관계가 행복을 결정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깨트린다. 고독이 상처의 치유와 극복, 창조성을 낳는다고 이야기하며 역사적 인물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출간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서 애독되는 우리 시대의 심리학 고전.
[책읽기]고독을 발명하라 고독이 너를 구원할 테니
슬로 러브-나를 사랑하는 시간
도미니크 브라우닝 지음 | 푸른숲

유명 잡지 편집장 출신의 저자. 갑작스러운 잡지 폐간으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된다. 슬럼프에 빠진 그는 정신없이 달려가던 삶을 잠시 멈추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완전히 몰입하는 시간을 갖는다. 음악과 책, 건강한 음식, 자연과 예술을 즐기는 느린 삶이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뉴욕 주요 서점의 ‘MD 추천도서’로 선정된 책.



눈에 띄는 책
[책읽기]고독을 발명하라 고독이 너를 구원할 테니
[예술·대중문화]
기타 멋지게 한 곡
이철원·박의정 지음 | 가디언

‘기타 고르기부터 연주’까지 알려주는 친절한 독학 기타 가이드.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이철원과 싱어송라이터 박의정이 함께 썼다. 자신들이 기타를 배우는 과정도 솔직하게 풀어냈다. ‘기타를 재미있게 배우는 7가지 팁’ 등 독학 노하우도 실려 있다. 책을 마스터하면 10cm의 ‘아메리카노’ 등 총 7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책읽기]고독을 발명하라 고독이 너를 구원할 테니
[시·에세이]
심야책방
윤성근 지음 | 이매진

박원순 서울시장 직무실 코디네이터로 언론에 소개된 윤성근의 책. 그가 읽은 책들에 대한 일종의 독서 편력기다. 2010년 한 해 동안 SBS 라디오 ‘책하고 놀자’에 출연해서 소개한 책과 못다 한 이야기를 함께 엮었다. 제목은 자신이 운영하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격주로 금요일 밤에 진행하는 심야 독서 프로그램 이름에서 따왔다.
[책읽기]고독을 발명하라 고독이 너를 구원할 테니
[여행·기행]
어쨌든 잇태리
박찬일 지음 | 난다

요리 맛뿐 아니라 글맛도 낼 줄 아는 셰프 겸 작가 박찬일의 이탈리아 여행기. 그는 잡지사 기자로 밥벌이를 하던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3년 유학 기간 동안 바티칸도 못 가봤다는 그의 현실에 뿌리박은 이탈리아 이야기가 멋스럽고 맛깔나게 펼쳐진다. ‘멋(it)’과 ‘맛(eat)’이 교차하는 이탈리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



제공 : 교보문고 북뉴스

(news.kyobobook.co.kr)
[책읽기]고독을 발명하라 고독이 너를 구원할 테니
허영진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