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이하 카드업)이란 신용카드를 발행·관리하고 신용카드 이용과 관련한 대금을 결제하며 신용카드 가맹점 모집 및 관리를 하는 사업이다. 전형적인 내수업종으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민간 소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경기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같은 이유로 금융 당국의 규제 변화에 따라 성장성 및 수익성이 좌우되기도 한다. 카드업은 크게 신용 판매와 현금 대출 두 가지의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신용 판매는 카드업의 본질적 업무에 해당하는 사업으로 카드 회원의 물품이나 용역의 구매 행위에 카드사가 지급결제 서비스나 단기 신용을 제공하는 업무다. 카드사는 여기서 ‘가맹점 수수료’를 얻는다.

쉽게 말해 카드를 보유한 사람(고객)이 물건을 사거나 대금을 지불할 때 카드를 쓰면, 물건을 판 가게(가맹점)에서 카드 사용금액의 일정 비율을 ‘가맹점 수수료’로 카드사에 지불하는 것이다. 이 밖에 할부 수수료, 결제성 리볼빙 수익, 연회비 수익 등도 큰 틀에서 신용 판매에 포함된다. 2010년 기준 전체 카드 영업 수익 9조1000억 원의 65.2%인 6조 원가량이 신용 판매에서 발생했다. 신용 판매가 카드사의 ‘본질적 업무’라고 한다면 현금 대출은 ‘부수적 업무’에 속한다. 현금 대출은 카드 회원들이 소액 대출을 간편하게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이 여기에 속한다. 카드사는 이를 통해 이자 수익(금융 수익)을 얻는다.
[카드업계는 지금]분사·수수료·모바일 카드로 고심 중
지폐 쫓아낸 플라스틱 머니

2011년 상반기 신용카드 이용액은 총 261조7000억 원으로 국내 민간 소비 지출의 60.1%를 차지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가 불가능한 1000원 미만의 소액 결제가 전체 민간 소비 지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거래가 카드로 이뤄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인 거래 수단인 지폐(페이퍼 머니)를 카드(플라스틱 머니)가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액 비중이 2004년 38.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카드 시장의 성장과 확대는 자연스레 카드사의 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2011년 3분기 당기순이익은 1985억 원으로 2010년 동기 대비 누적 순이익이 3.4% 늘었으며 전기 대비 3%가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신한카드의 이익 기여도가 회사 규모에 비해 크다는 것이다.

자산, 자본금, 직원 수가 신한카드보다 10배가량 큰 신한은행의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이익 기여도가 약 65%인 데 비해 신한카드의 이익 기여도는 28%에 달한다. 지주사 입장에서 보면 신한카드는 상당한 ‘알짜 계열사’인 셈이다. 다른 은행계 카드사도 비슷한 사정으로 KB국민카드의 경우 KB국민은행보다 자산은 20배 이상 작지만 순이익은 KB국민은행의 5분의 1에 육박한다.

카드업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카드사 분사’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주사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은행의 부서로 카드업을 영위하는 것보다 독립 법인으로 만들어 보다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를 부서로 두기보다 계열사로 독립시키는 편이 지주사 전체 포트폴리오를 보기 좋게 만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2009년 11월 하나은행 신용카드 부문에서 독립해 ‘하나카드’가 출범했고(2010년 2월 ‘하나SK카드’로 사명 변경), 지난 3월에는 KB국민카드가 KB국민은행에서 분사했으며, 농협과 우리은행도 2012년 상반기 중 카드 부문의 분사를 계획 중이다.
[카드업계는 지금]분사·수수료·모바일 카드로 고심 중
수수료 논쟁, 대체 왜?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카드 수수료’다. 최근 카드사의 영업 수익 및 이익이 증가함에 따라 가맹점 및 소비자 단체의 수수료율 인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음식점 업주를 중심으로 수수료 인하를 외치는 목소리가 크며 최근에는 학원, 유흥업, 약국 등도 가세하고 있다.

중소 가맹점 업주들은 “카드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 실질적인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소액 결제에도 카드를 제시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라 카드사에 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것. 여기에 금융 당국의 서민 경제 안정화 정책 기조가 맞물려 지속적으로 카드사를 압박한 결과, 카드사들은 내년부터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1.8%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맹점 업주들은 대형 마트나 백화점의 수수료율인 1.5% 정도에 맞출 것을 주장하고 있어 수수료율 논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더 이상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제 금액이 낮으면 낮을수록 카드사가 가져오는 수수료는 작아지는 데 반해 VAN사(카드 결제 대행사)에 제공하는 비용은 액수에 관계없이 같다. 따라서 소액 결제가 대부분인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면 손해 폭이 커진다는 것이다. 국내 상위권 카드사 관계자는 “일부 최상위권 카드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 거래에서 (인하 발표 이전부터) 이미 손해를 보고 있었다”며 “중소 가맹점 대부분은 신용카드 매출의 1.3%를 세액 공제로 환급받으니 실제 수수료율은 대형 업체들보다 낮다”고 전하기도 했다.

카드사들은 VAN사 지급 비용이 줄어들면 수수료율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고 설명하나 VAN사 역시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라 이 방안도 불투명하다. 현금 서비스·카드론 등 현금 대출 부문으로 손실을 보전하라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지만 이는 결국 서민을 상대로 하는 ‘돈놀이’를 강화하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카드업계는 지금]분사·수수료·모바일 카드로 고심 중
칩에 담길 카드의 미래

모바일 카드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화두다. 굳이 플라스틱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더라도 항상 소지하는 스마트폰 하나로 물품 구입과 대금 결제를 가능하게 한 것이 모바일 카드다.

모바일 카드는 ‘포화 시장’ ‘성장 둔화’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라는 세 가지 점에서 카드업과 닮은꼴인 통신 서비스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각 카드사는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과 손을 잡고 ‘새로운 먹거리’인 모바일 카드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하나SK카드다. 하나SK카드는 하나금융지주가 51%, SK텔레콤이 49%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로 출범 당시부터 모바일 카드 분야에 공을 들였다. 현재 국내 모바일 카드 사용자의 90%가 하나SK카드 회원으로 모바일 카드의 성장과 함께 카드 시장 점유율도 오르고 있다.

문제는 모바일 카드 시장이 얼마나 빨리 성숙하느냐는 점이다. 단말기 보급 등 인프라 구축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보안 등의 이유로 모바일 결제에 대한 인식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의 소극적인 태도도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모 카드사 직원인 K씨는 “가맹점 상당수가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직원들이 결제 방법을 몰라 몇 분간 결제 방법을 직접 가르쳐준 후 간신히 계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숫자로 보는 신용카드업

[카드업계는 지금]분사·수수료·모바일 카드로 고심 중
274조 원

2011년 상반기 카드 이용 실적. 전년 동기 250조 원보다 24조 원이 늘어난 수치다. 하반기에 카드 지출이 다소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카드 이용 실적은 500조 원을 조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4.7개
2010년 말 기준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보유 수.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다소 주춤했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만 원
카드사가 제시하는 카드 결제의 손익분기점. 카드사별, 가맹점 업종별로 수수료율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파악할 수 없으나 2~3만 원 선에서 손익이 결정난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CHECK 목장 주인의 불만 토로

지난 10월 19일,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은 자신의 트위터(@diegobluff)를 통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논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젖소목장이 있는데 우유 판매는 적자라서 정작 소 사고파는 일이 주업이 됐다”며 “그런데 소 장사로 돈을 버니 우윳값을 더 낮추란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여기서 우유 판매는 ‘가맹점 수수료 수입’을 ‘소 사고파는 일’은 현금 서비스·카드론 등 현금 대출로 해석된다.

또 “우유 배달을 하는데 매일 한 드럼을 사는 곳보다 한 병을 사는 곳의 우윳값이 비싸긴 하다”며 “하지만 한 병 배달은 지금도 대부분 손해인데 우윳값을 한 드럼 사는 곳과 같이 하란다. 한편으로 한 드럼 사는 곳도 맨날 경쟁이다”라고 말했다. ‘우유 배달’은 카드 사업, ‘한 드럼 사는 곳’은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는 대형 유통매장, ‘한 병을 사는 곳’은 중소 가맹점을 뜻한다. 계속 적자인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대형 매장 수준으로 맞추라는 요구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 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