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용 교수의 기업가 정신 강의


벤처기업은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사업계획을 완성하고 제품을 개발하며, 투입할 자원을 획득하고 직원을 고용하며 등장한다. 예전에는 이러한 조직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업가의 성격 특성에 따라 기업의 성과가 달라진다는 이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개인이 실제로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취하는지를 반영하는 인식 기반의 의도모델이 중요하게 조망되고 있다(Lord & Maher, 1990). 즉 ‘기업가적으로 사고하기’ 여부에 따라 그 기업의 성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전의 창업은 ‘기회 발견(opportunity discovery)’에서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기회 창출(opportunity creation)’에서부터 출발한다. 기회를 포착해 행동하려면 그 전에 먼저 기회를 파악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회란 보는 사람의 생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회를 보는 것은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다. 따라서 기업가적 활동에 착수하려는 결정이 이루어지려면 바람직하고 실행 가능하다는 신념과 함께 기회에 따라 행동하려는 개인적인 촉발 요인이 결합해야 한다.

기회를 만들어 가려는 기업가 지향성(entrepreneurial orientation)과 전략적 의도(strategic intention)는 심지어 똑같은 단서에 직면해서도 다른 인식을 가져온다. 한 사람은 그 단서에서 기회를 보는 동안, 또 다른 사람은 그것을 위협으로 느낄 수 있다. 그들 간에 어떤 인지적 스키마(schema), 즉 정신의 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할 수 있다’는 개인적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및 ‘우리는 이것을 할 수 있다’는 집단적 자기 효능감의 증가야말로 팀 조직의 진취성과 인내심의 증가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후의 성과 개선을 가져다준다. 반면 낮은 자기 효능감은 노력을 감소시키고, 결과적으로 성과를 감소시킨다(Eden, 1992).
[Column] 잭 웰치가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키운 비결은?
따라서 개인 또는 집단의 효능감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는 경험이 대단히 유용하다. 나아가 조직은 점점 발전해 더 넓은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 하에 기업가적 활동에서의 ‘작은 승리(small wins)’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급 경영진은 실패마저 학습 경험이 될 수 있다는 분명한 인식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기회 추구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또 멘토와 옹호자 역할을 맡으면서, 커다란 실패에도 질책보다는 “성공을 위한 고된 경험을 한 번 더 쌓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구성원들은 성장을 위한 기회를 확인하고 추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역할을 치어 리더이자 촉진자로 묘사한 GE(General Electric)의 전 회장 잭 웰치(Jack Welch)는 20년간 GE의 CEO로 근무하면서 시장가치를 무려 41배나 키워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는 분명하게 인지적 장애물을 제거하고, 새로운 기회 추구의 바람직성(desirability)과 실행가능성(feasibility)에 대한 인식을 촉진하는 데 전념했다.

기회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적 기회를 인식해 추구하는 것이다. 현 상황을 기회와 위협으로 분류하고, 교육과 실행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정신모델(mental model) 환경을 정착시켜야 한다. 나아가 혁신이나 사내 벤처창업(intrapreneurship)을 장려하는 게 기업가의 역할이다.



정대용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벤처·중소기업 연구로 유명한 숭실대에서 ‘정주영 창업론’ 등 강의를 맡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학, 기업가 정신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