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라는 거대한 관문을 넘어 들어온 대학. 그러나 누구나 달콤한 대학 생활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기대와 다른 교육 환경에, 적성과 맞지 않는 전공 수업에, 혹은 학교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남몰래 고민하는 이가 적지 않다. 매년 치러지는 편입시험에 수십만 명의 지원자가 몰린다는 사실은 이와 같은 현실을 나타낸다.

과거엔 편입시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았던 것이 사실. 그러나 요즘은 꿈을 위한 ‘도전’으로 편입을 바라보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편입시험은 어떻게 치러지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전문가가 전하는 편입 준비 노하우, 2012년 편입시험 동향을 소개한다.
[편입 성공 전략] 또 한 번의 비상 ‘편입’ 한 번에 날아오르려면?
편입시험은 모집 대상에 따라 학사편입과 일반편입으로 나뉜다. 재학생들이 주로 도전하는 것은 4년제 대학 2학년 수료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편입으로,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학사편입에 비해 지원자 수가 많고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매년 12월 중순 각 대학별로 원서접수를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 전형이 진행된다. 학교별로 전형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지원 전 학교별 모집요강을 꼼꼼히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일반편입의 경우 해마다 모집인원이 바뀌고, 지원 자격인 수료학점도 60~71학점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해당 학교의 지원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입 성공 전략] 또 한 번의 비상 ‘편입’ 한 번에 날아오르려면?
지난해엔 전국 188개 대학에서 3만3742명의 일반편입생을 모집했다. 서울 및 수도권 소재 상위 40개 대학에선 6876명을 모집했는데 16만7379명이 지원해 평균 24.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010학년도 일반편입 경쟁률인 19.3 대 1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정남순 위드유편입전략연구소 소장은 “올해는 약학대입학시험(PEET)을 보고 빠져나가는 인원이 있어 자연계열을 중심으로 모집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경영, 경제, 언론 관련 전공처럼 인기 있는 학과는 대입 전형 못지않게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일례로 지난해 경희대 경영학과의 일반편입 경쟁률은 106 대 1에 달했다. 자연계열의 대표 인기학과인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기계공학부의 경쟁률도 40 대 1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정 소장은 “주로 취업률이 높은 학과가 인기가 많다”며 “인기가 많은 학과는 자연스럽게 합격 기준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영어·수학이 당락 좌우, 평균 10개월 준비해야

편입시험에서 지원자들이 넘어야 할 관문은 영어시험, 수학시험, 전공시험, 면접, 자기소개서 등이다. 이중 당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영어시험이다. 서울 및 수도권 40여 개 대학이 모두 영어시험 성적으로 편입생을 뽑는다. 반영 비율은 40~100%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 성적을 토대로 지원자의 학문적 소양을 평가한다.

원서로 된 대학 교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문제의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이다. 크게 독해, 어휘, 문법, 논리완성 4개 분야로 문제가 구성되는데, 독해와 논리완성 영역의 비중이 70% 가까이 된다. 해마다 지원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시험에서도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독해 및 논리 영역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

이공계 시험에서는 최근 영어시험과 더불어 수학시험이 주목받고 있다. 영어시험 성적으로만 선발된 학생들이 수학 과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전공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보고, 서울 시내 몇몇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수학시험을 도입했는데 그것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 편입 전형에서도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상위권 22개 대학이 수학시험 성적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수학시험 문제는 일반적으로 미적분, 선형대수, 공학수학 등 이공계 전공과목에서 흔히 쓰이는 분야에서 출제된다. 응용력을 평가하는 수능시험과 달리 공식을 대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계산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어도 준비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편입시험을 준비하는 데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정 소장은 “대부분 2학년이 되는 2~3월 공부를 시작해 평균 10개월 정도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며 “최근엔 편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학년부터 학업과 편입 준비를 병행하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편입 성공 전략] 또 한 번의 비상 ‘편입’ 한 번에 날아오르려면?
다양해지는 평가항목, 강점 맞춰 지원하라

편입시험의 평가항목은 해마다 다양해지고 있다. 영어, 수학시험 뿐 아니라 학업적성고사를 치르거나, 전공시험을 따로 실시하는 대학도 늘어났다. 현재 서울 수도권 대학 중 지원자의 전공 지식을 평가하는 곳은 고려대, 경희대, 단국대 등 모두 7곳. 연세대와 건국대는 올해 전형부터 학과별 전공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전공시험 문제의 난이도는 해당 학과의 2학년 학생들이 무난하게 풀 수 있는 수준이다. 동일한 전공으로 편입을 하는 경우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별도로 스터디를 구성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통해 전공 공부를 해야 한다.

그 밖에 공인영어성적, 학점, 면접 등을 평가 요소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면접이나 학점은 당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 서울 수도권 40여 개 대학 중 14곳에서 면접을, 23곳에서 학점을 편입 전형의 요소로 활용하고 있지만 반영 비율은 5~40%로 작은 편이다. 또 대부분 대학에서 기본 점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 두 가지 요소가 합격을 좌우하는 비중은 더 줄어든다.

정 소장은 “대학별로 다른 전형 방법을 살펴보고 자신의 강점에 맞춰 지원하는 것이 편입 성공을 위한 전략”라고 설명했다. 영어 실력을 갖춘 지원자라면 영어시험의 비중을 높게 평가하는 대학을 공략할 것. 반대로 영어 실력이 부족한 지원자라면 영어뿐 아니라 전공시험, 면접 등 다양한 평가항목을 둔 대학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맞춰 학습 전략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기초 실력을 명확히 파악한 뒤 수준에 맞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매달 모의고사를 보며 취약점을 보완해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편입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목표다. 정 소장은 “대부분 절박한 마음으로 편입 준비를 시작하지만 오랜 시간 공부하다보면 초심을 잃고 슬럼프에 빠지기 쉽다”며 “모의고사 성적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편입 성공 전략] 또 한 번의 비상 ‘편입’ 한 번에 날아오르려면?
놓치지 말자!
편입시험 전 마지막 체크 포인트

시험을 한 달여 앞둔 지금은 편입 준비생들이 가장 흔들리기 쉬운 시기다. 마지막까지 박차를 가하지 못하면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들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결전의 날’을 앞둔 지원자들을 위해 편입 전문가가 과목별 마지막 공략법, 마인드컨트롤 방법을 귀띔했다.


영어 ‘독해’와 ‘논리완성’을 잡아라

시험을 2~3개월 앞둔 상황에서는 어휘에 투자하는 시간은 줄이는 게 좋아. 단, 기존에 외운 어휘를 잊지 않도록 기출 어휘집을 보면서 복습할 것. 능력에 따라 예상 어휘를 공부해도 좋다. 문법은 예·복습과 문제 풀이를 병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 모르는 부분은 따로 노트를 만들어서 꾸준히 반복해 읽으면서 연상 훈련을 해보자.

독해에서 고득점을 받고 싶으면 많이 읽어보는 수밖에 없다. 1분에서 1분 30초 정도 시간을 두고 문제 푸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게 좋아. 다른 대학 시험에서 나왔던 지문이 다시 출제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야.



수학 오답은 알 때까지 물고 늘어져라

하반기엔 개념을 공부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문제 풀이 능력을 쌓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아. 지금까지 배운 미적분학, 선형대수학은 잘 나오는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풀면서 복습하자. 모의고사를 꾸준히 보되, 실제 시험처럼 시간을 체크하며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야 해. 오답을 확인하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나오면 질문을 해서라도 꼭 해결하고 넘어가고. 다양한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는 한 번 틀렸던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이 더 효과적이야. 기출문제를 풀 때는 지난해 것만 풀지 말고 2~3년 전 문제까지 폭넓게 풀어보기 바라. 섣불리 기출을 풀었다간 공부의 폭이 좁아질 수 있거든.



자기관리 끝이 보일수록 초심을 잃지 마라

불안하고 초조해서 공부가 잘 안 되지? 피곤하고 집중도 안 되어서 하루라도 쉬고 싶은 마음뿐이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느끼는 스트레스는 너뿐 아니라 누구나 겪는 일이야. 모의고사 점수가 어떻게 나오든 동요하지 말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해 봐. 지금까지 해오던 공부 습관을 이어가야 해.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편입 준비생들이 많아. 1월이 되면 매일 시험이 이어지기 때문에 체력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해. 오늘 시험을 망쳤다고 내일 시험까지 포기해버릴 순 없잖아? 절대 시험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 것!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도움말 정남순 위드유편입전략연구소 소장
자료제공 위드유편입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