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부패한 형사와 뉴올리언스의 광기 악질 경찰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악질 경찰,드라이브, 머니볼, 티끌모아 로맨스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베르너 헤어조크의 2009년작 ‘악질 경찰’은 아벨 페라라 감독의 1992년작 ‘배드 캅’의 리메이크라고. 두 편 모두 ‘The Bad Lieutenant’라는 원제를 공유하고 있으며, ‘배드 캅’의 하비 케이틀처럼 ‘악질 경찰’의 니콜라스 케이지는 마약에 찌든 타락한 경찰을 연기한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두 영화의 공통점은 정말 딱 그 두 가지뿐이었다. 아벨 페라라의 영화에 열광했던 90년대 영화광들에겐 아쉽겠지만 ‘악질 경찰’은 완벽히 새로운 영화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뉴올리언스. 형사 테렌스(니콜라스 케이지)는 경찰서 지하 감옥 물바다에 갇힌 범죄자 타베스를 구하다 허리를 다치고, 이후 진통제에 의존해 고통을 달래는 신세가 된다. 약물 중독에 빠진 그는 자신의 신체적 고통을 없앨 수 있다면 온갖 불법을 서슴지 않는다. 과잉 수사로 인한 상원의원의 보복, 경찰 비리를 의심하는 내사과의 추적, 도박 빚으로 연루된 악당들이 점점 테렌스를 옥죄어 들어오고, 그의 유일한 안식처는 마약을 공유하는 여자친구 프랭키(에바 멘데스)뿐이다.

‘악질 경찰’은 영화 전체를 느긋하게 감싸고도는 화사한 광기,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열연하는 타락과 자기 연민에 휩싸인 인물의 엇박자 스텝을 관찰하는 재미가 크다. 배경이 카트리나 직후의 뉴올리언스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연 재해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이제 동물적 차원의 힘으로 넘쳐난다. 영화 초반, 물에 잠긴 지하 감옥을 차지하는 건 인간이 아니라 뱀이다. 형사 테렌스가 사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의 시선을 빼앗는 건 커피 테이블 위에 올라앉아 있는 이구아나 두 마리다.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이구아나는, 피범벅 현장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혀를 날름거리며 건조하고 울퉁불퉁한 피부에 미국 남부의 강렬한 햇빛을 반사하며 여유를 즐긴다. 혹은 악당의 시체를 보고 테렌스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저 놈의 영혼이 살아 있어”라고 말하는 순간 그 시체는 갑작스레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

마약이라는 필터를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무너져 내리지만, 그 붕괴는 공포와 충격 대신 일종의 초현실적인 유머를 통해 제시된다. 예전부터 주술적 매력과 재즈의 원산지로 유명했던 뉴올리언스는, 미국 남부의 눈부신 풍광 아래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영화의 태연자약한 태도를 강화시킨다. 부패 경찰의 행각은 현실적인 누아르 터치로 그려지기보다 본능에 충실한 아이나 동물의 행동 패턴처럼 표현된다. 마치 봉인을 풀어줄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기다렸다는 듯 19세기 뉴올리언스의 광기는 그렇게 주인공 테렌스를 통해 되살아나 거리를 활보한다.



드라이브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 출연 라이언 고슬링, 캐리 멀리건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악질 경찰,드라이브, 머니볼, 티끌모아 로맨스
오직 드라이브에 삶의 의미를 두고 조용히 살아가던 액션 스턴트맨(라이언 고슬링)은 수상쩍은 일당의 밤 운전을 돕게 된다. 스턴트맨은 사건에 절대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은 돈을 벌기 위해 운전대를 잡는 것뿐이라 다짐하지만 일은 꼬인다. 새롭게 사랑에 빠진 여인 아이린(캐리 멀리건)까지 위험에 휘말리게 되자, 그는 폭력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면서 서서히 자신의 냉혹한 본성을 깨닫는다. 2011년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머니볼
감독 베넷 밀러 출연 브래드 피트, 조나 힐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악질 경찰,드라이브, 머니볼, 티끌모아 로맨스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야구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돈 없고 실력 없는 오합지졸 구단이란 오명을 벗어 던지고 싶은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은 파격적인 ‘머니볼’ 이론을 따라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경기 데이터에만 의존해 사생활 문란, 잦은 부상, 최고령 등의 이유로 다른 구단에서 외면받던 선수들을 팀에 합류시킨 것.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2000년대 거둔 놀라운 성공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티끌 모아 로맨스
감독 김정환 출연 한예슬, 송중기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악질 경찰,드라이브, 머니볼, 티끌모아 로맨스
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엄마가 주던 용돈도 떨어지고 50원이 없어서 연애 사업도 못하는 청년백수 천지웅(송중기)이 국보급 짠순이 홍실(한예슬)과 마주친다. 홍실에게 돈벌기 노하우를 전수받는 대신, 지웅은 홍실의 옥탑방에서 두 달 동안 머슴살이를 해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뛰어든 생업 전선,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그들의 통장 잔고는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