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쿨렐레

세상이 정직하게 굴러간다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악기 세계는 그 정직의 정점이다. 악기는 자신이 얼마나 연습했는지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연습을 게을리하거나 중도에 포기하면 딱 거기까지의 소리만 낸다.
Sunset sky framed by palm trees over the Pacific Ocean in Kihei, Maui, Hawaii, USA.
Sunset sky framed by palm trees over the Pacific Ocean in Kihei, Maui, Hawaii, USA.
하지만 ‘우쿨렐레’는 예외다.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악기를 고르라면 발현악기(손가락이나 다른 도구로 퉁겨 소리를 내는 현악기) 중에는 우쿨렐레가 아닐까.

초보자가 기타로 한 곡을 치기 위해서는 최소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우쿨렐레는 30분이면 가능하다. 같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우쿨렐레가 기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연주를 선보일 수 있다.
Ukulele painted with blue flowers in Hawaiian pattern.
Ukulele painted with blue flowers in Hawaiian pattern.
우쿨렐레의 음색은 여름과도 잘 맞는다. 애당초 태생이 하와이기도 하거니와 톡톡 튀는 경쾌한 음이 시원한 바람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올여름 피서지에서 ‘한 곡 멋지게 연주하기’를 원한다면 우쿨렐레를 추천한다. 작고 가벼워 이동에 편할뿐더러 지금 당장 배우기 시작해도 피서지에 도착할 무렵이면 연주 가능한 곡이 최소 5개 이상일 것이라고 장담한다. 물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한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 얘기다.

30분 배우면 한 곡 연주 가능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130년 전인 1879년, 한 무리의 포르투갈인을 태운 배가 하와이 마데이라 섬에 정박했다.

목적은 사탕수수 농장 개발. 긴 항해를 마친 이들은 도착 축하 파티에서 ‘브래긴하(Braguinha)’라는 포르투갈 현악기를 연주했다.

함께 있던 하와이 토착민들은 그 악기의 통통 튀는 소리에 매료됐고 ‘벼룩’이라는 뜻을 가진 ‘uku’와 ‘뛰는’의 의미를 가진 ‘lele’를 합쳐 ‘ukulele’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브래긴하는 하와이 토착민들의 손을 거치며 현재의 우쿨렐레가 됐다.

우쿨렐레는 4현으로 구성된 발현악기다. 보디(울림통) 크기에 따라 네 종류가 있는데, 보디 사이즈가 작은 순서대로 소프라노, 콘서트, 테너, 바리톤이다. 이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소프라노다.

우쿨렐레 전문가인 이명권 The Guitar 사장은 “보디 사이즈가 커질수록 가격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프라노가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다.

보디 사이즈뿐 아니라 보디 모양에 따라서도 분류된다. 기타처럼 허리가 잘록한 것이 오리지널형, 그렇지 않은 것은 파인애플형이라 불린다. 파인애플형은 잘록하지 않은 만큼 보디가 크기 때문에 오리지널형에서 부족하기 쉬운 저음부를 보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외에 우쿨렐레에서 파생된 악기인 8현의 타로 패치나 몸통 부분이 벤조와 같은 구조로 된 벤조 우쿨렐레가 있다.

매장에 직접 가서 골라라

악기를 고를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가까운 악기 매장에 들러 직접 디자인을 보고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다. 이 사장은 “악기 연주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이므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하는데,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보고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악기를 직접 선택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주변에 우쿨렐레 연주가 가능한 사람, 혹은 기타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곡을 연주해보면 그 악기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인 외관 상태, 음량, 버징(넥이 휘거나 프렛 이상으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 현상) 등 제조가 잘못돼 발생하는 문제가 없는지 체크해야 한다. 고장 났을 경우를 대비해 AS 가능 여부도 반드시 확인하자.

브랜드와 제조 국가 따져봐라

우쿨렐레는 Sole, Kamoa, Cordoba, Lanikai, Lee 등 많은 브랜드가 있다. 많이 알려졌다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악기 선진국의 브랜드는 어느 정도 품질을 믿을 만하지만 저가의 한국 브랜드는 구입 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국에서 제작된 악기라고 해서 무조건 거리를 둘 필요는 없다. 악기 시장에서 중국이 ‘저가’와 ‘저품질’의 대명사라고 인식되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전 세계 톱 브랜드의 90% 이상은 중국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상위 10%의 중국 공장 라인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한국에서 제조된 우쿨렐레보다 좋은 품질을 갖고 있다.

나무 종류도 고려하라

하와이 악기다 보니 하와이 토종 아카시아 수종인 코어를 주로 사용하지만 습도에 약하며 가격에 비해 뛰어난 울림을 보여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다만 목재 자체의 독특한 무늬가 매력이라는 점,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보다 명료하고 중저음·고음의 밸런스가 잡힌 소리를 낸다는 점 때문에 고가 제품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마호가니는 가장 풍부한 저음과 따뜻한 음색을 보여주는 목재다. 하지만 지나친 벌목으로 단가가 높기 때문에 20만~30만 원 아래의 제품은 마호가니의 대체재인 사펠레를 사용하고 있다. 가끔 제조사에서 사펠레를 마호가니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으니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장 나기 쉬운 우쿨렐레, 보관 방법은?

우쿨렐레는 나무로 된 악기이기 때문에 습도에 따라 많이 변형된다. 특히 현의 길이가 기타보다 짧다 보니 조금만 넥이 휘어도 음 이탈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트러스로드(넥을 조정하는 철심)가 장착되지 않은 우쿨렐레는 넥의 변형이 있을 경우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습도는 목재악기에 최적인 50%를 유지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현을 조금 풀어놓으면 장력에 따른 넥 휨 현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풀어놓을 경우 역 휨 현상(back blow)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사장은 “한국은 5, 6, 9, 10월이 가장 좋은 습도를 보여주는 달”이라며 “10월 중순~4월은 가습기를 사용하고 7~8월 말은 방습제 1개로 관리할 것”을 추천했다.

초보자 ‘Must Install’ 우쿨렐레 앱

[내 인생의 첫 악기] 여름을 100% 즐기고 싶다면 알로하! ‘우쿨렐레’
Ukulele Tuner

.가격 : 무료

.기반 : 아이폰, 안드로이드

우쿨렐레 전용 튜닝 앱이다. G-C-E-A 튜닝을 지원하며, 아이폰용은 Half Step Down(Up)과 Full Step Down(Up), G Tuning(D-G-B-E)을 선택할 수 있다. 우쿨렐레 전용 튜너를 아직 구비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설치할 것.



[내 인생의 첫 악기] 여름을 100% 즐기고 싶다면 알로하! ‘우쿨렐레’
Basichords

.가격 : 무료

.기반 : 아이폰, 안드로이드

우쿨렐레 코드를 총망라한 앱이다. 총 228개의 코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각 코드마다 손가락 번호가 표시돼 있어 초보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내 인생의 첫 악기] 여름을 100% 즐기고 싶다면 알로하! ‘우쿨렐레’
UkuleleTabs

.가격 : 무료

.기반 : 아이폰, 안드로이드

우쿨렐레로 멋지게 한 곡 연주해보고 싶은데 악보가 없다? 당장 이 앱을 깔자. ‘I’m Yours’ ‘Hey Jude’ ‘Somewhere over the Rainbow’ 등 무궁무진한 곡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우쿨렐레 전문가 이명권이 추천하는 가격대별 Best 우쿨렐레
[내 인생의 첫 악기] 여름을 100% 즐기고 싶다면 알로하! ‘우쿨렐레’
10만~15만 원 선 소프라노
Lee Custom U-55, PU-55, U-70C, U-100

한국인 성이 로고로 사용된 최초 모델. 상하현 소뼈 너트와 새들이 적용됐다. 전통적인 우쿨렐레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내 인생의 첫 악기] 여름을 100% 즐기고 싶다면 알로하! ‘우쿨렐레’
15만~18만 원 선 소프라노
Kamoa E-S, E-P

하와이 브랜드 Kamoa에서 만든 우쿨렐레. 2010년 우쿨 언더그라운드 선정 1위 상품이며, 미국 내 100달러대 악기 중 최고 평점을 자랑하는 모델이다.
[내 인생의 첫 악기] 여름을 100% 즐기고 싶다면 알로하! ‘우쿨렐레’
10만~15만 원 선 콘서트
Lee Custom UC-55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모델. 소프라노에 뒤지지 않는 또렷한 음색을 지녔을 뿐 아니라 부드러운 중저음도 돋보인다.
[내 인생의 첫 악기] 여름을 100% 즐기고 싶다면 알로하! ‘우쿨렐레’
15만~25만 원 선 콘서트
Sole 24M/MN, 24G/GN, 24FM/GN

중저가임에도 사펠레가 아닌 마호가니를 사용했다는 것이 특징. 저음의 풍부함과 마호가니의 따스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기 중의 명기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도움말 이명권 The Guitar 사장│사진제공 The Guitar(www.theguitar.co.kr)